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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l 24. 2023

다정한 말 한마디

[100일 100 글]45일, 마흔다섯 번째 썰 

고마워, 미안해. 워낙 살가운 딸은 아니어서 쉽게 내뱉지 못하는 말들이었다. 속내와는 달리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이 어찌나 어렵던지. 가족들끼리 나누기에는 너무 간지러운 것 같아서도 쉽게 나오지 않았다. 성격도 예쁜 편은 아니니 아마 우리 가족들은 그 때문에 많이 서운했을 것이다.


그러다 최근 엄마와 함께 시골 외할머니 댁에 함께 다니고 이래저래 힘든 시기를 지나자 생각이 달리 들기 시작했다. 이 시간들이 영원할 수 없겠구나 싶어진 것이다. 표현을 해야겠다. 하지만 지금껏 안 해본 말이 쉽게 나올 리가 없다. 입만 벙긋거리다 닫기를 수차례. 


일단 가장 쉬운 것부터 해보자 싶어 저녁으로 엄마가 끓여준 참치 김치찌개가 맛있다고 조금 과장되게 말했다. 엄마 역시도 조금 의외였는지 눈을 크게 뜨고 그러냐고 답했다. 뭐든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얼굴에 철판까지 깔고 난발하기 시작했다. 아빠가 밭에서 가져온 작물들에는 오버해서 싱싱해 보인다고 말했다. 엄마가 아침에 엘리베이터를 잡아줘도 고맙다고 툭 던졌다. 


원래 엄마 아빠와 사이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좋아질 것이 더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식사 자리에서나 식후 과일을 먹을 때의 분위기가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조금 부드러워졌다고 해야 할까. 달라진 것이 피부로 닿아오자 더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정한 말 한마디.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그저 건네지는 물 잔 하나에도 고맙다고 말해보는 것이다. 작게 느껴지지만 결과는 꽤 크게 돌아온다. 부끄러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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