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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Jul 29. 2023

매일 금요일 오후 4시였으면 좋겠다

[100일 100 글]50일, 오십 번째 썰 

쏜살같이 지나간 일주일. 어느덧 금요일이다. 오전 내내 정신없이 일하다 정신 차려보니 점심시간. 식사를 마치고 졸음과 싸워가며 일하다 보니 벌써 오후 4시가 되었다. 거래처에 넘길 서류들을 정리해 빠르게 메일을 보내고 난 뒤 탕비실로 향했다. 믹스커피 2 봉지를 뜯어 텀블러에 담고 뜨거운 물에 푼 뒤, 얼음을 담았다. 그 위에 차가운 우유를 입구까지 부으면 완벽한 믹스라테 완성. 


맛있게 한 모금 딱 들이켜니 7 천 원짜리 아이스 카페 라테가 부럽지 않다. 다시 한 모금 마신 뒤 자리에 돌아오니 사무실 가득 웃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분위기가 부들부들한 것이 곧 퇴근을 앞둔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듯했다. 의자에 앉아 귓등으로 들리는 이야기에 웃으며 또 다른 거래처에 보내야 할 또 다른 서류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매일이 금요일 오후 4시였으면 좋겠다. 


나는 업무를 볼 때 실수를 할까 봐 걱정스러워 쓸데없이 예민해지는 경향이 있다.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다 보니 신경이 곤두선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금요일 오후 4시에는 그러지 않았다. 걱정과 예민함 사이에 작은 공간들이 생겨서 불필요하게 부딪히지 않았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도 막히는 것 없이 술술 풀린다.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몰아붙이지도 않고 자책도 줄어든다. 큰 사고가 아니라면 뭐 그럴 수 있지, 하고 나 자신에게 관대해진다. 남에게도 관대해지기는 마찬가지. 거래처에 메일을 보낼까 하다가 퇴근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그냥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금 당장 급한 것도 아니고 그들도 퇴근과 주말 생각에 들떠 있을 텐데 괜히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었다. 월요일 오전에 보내기로 마음먹고 업무 보느라 난장판이 된 책상을 정리하기로 했다. 


평소 같으면 소닉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정신없이 움직이는데 템포자체가 5분의 1로 확 줄어든다. 마음이 급하지 않으니 움직임도 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엄마가 나에게 그토록 바라시는 ‘뭐든 천천히’와 ‘차분히’가 가능해진다. 정신없을 때의 나는 정말 미친 여자 같아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또 좋은 점 하나 더. ‘천천히‘ 움직이다 보니 ‘꼼꼼히‘가 된다. 뭐든 쌓아놓는 것으로 정리를 끝내는데 오늘은 무려 버릴 것은 버리는 것에 성공했다! 버릴 것도 쌓아두는 나로서는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청소한 책상의 비포 애프터 사진을 찍어뒀어야 했는데. 몹시 아쉬울 따름이다. 


매일 금요일 오후 4시였으면 좋겠다. 그때의 나는 ‘평소 내가 바라던 이상적인 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맨날 만났으면 하는 귀한 분인데 만나기가 여간 쉬운 것이 아니어야지. 매일 금요일 오후 4시라는 마음으로 그분을 영접해 보길 간절히 기다려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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