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이양 Jul 30. 2023

주변 사람들이 다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100일 100 글]51일, 쉰한 번째 썰 

그날은 아빠가 술을 잔뜩 드시고 오신 날이었다. 외국으로 이민을 가셨던 아빠의 친구분께서 아주 오랜만에 한국에 오셔서 환영 모임에 참석하셨던 참이다. 두 분은 고등학교 동창생으로 멀리 떨어져 계셨지만 연락을 끊지 않고 지금껏 인연을 이어오고 계셨다. 얼큰하게 취해서 오신 아빠는 간단하게 집에서 맥주 한잔을 더하고 싶어 하셨고 난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빠르게 자리를 세팅한 우리 가족은 조촐한 회식 자리를 가졌다. 


유독 기분이 좋아 보이던 아빠는 즐겁게 친구들을 만난 썰을 푸셨다. 몇 년 전부터 아빠의 친구 분들은 순서대로 명예 및 정년퇴임을 하셨다. 현재 사업을 하시느라 현역으로 계신 아빠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분들이 은퇴를 하신 것이다. 


제법 화려하게 현역을 보내셨던 분들이 갑자기 많아진 시간에 적응을 하지 못한 다고 하셨다. 아빠는 그것을 몹시 마음 아파하셨다. 이제 당신의 나이가 그렇게 됐다는 것도 너무 서글프다고 하셨다. 그랬던 탓일까. 아빠는 한동안 조금 우울해 보이셨다.


그랬던 분들이 이제 각자의 방식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신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신 분들도, 뒤늦게 버킷리스트를 이루시려는 분들도 있었다. 항상 만날 때마다 힘들어하는 친구 분들의 모습에 아빠도 함께 고민하고 힘들어하셨는데 그것이 조금이나마 해소가 된 것이다. 그분들 중에는 나도 아시는 분들이 있었고, 소식으로나마 좋은 근황을 알게 돼서 반가웠다. 한참 이야기를 듣던 엄마는 툭 한마디를 던지셨다. 


다들 잘 돼서 다행이야. 


엄마 역시 아빠와 연애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분들이었기에 그분들의 소식이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안심했다는 엄마의 말에 아빠 역시 고개를 끄덕이시며 내 주변사람들이 다 잘 돼야 한다고 하셨다. 그들이 멋지게 살면 동기부여를 받은 나 역시 더 달리게 된다는 말씀이셨다. 서로 돕고 도우며 상부상조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것도 강조하셨다. 다 같이 잘 된다는 것. 지금보다 어렸던 당시의 나는 당최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처절한 경쟁이 난무하는 각박한 사회에서 이 얼마나 판타지 같은 소리인가. 


하지만 이런저런 사람들과 상황들을 겪은 지금은 안다. 시기, 질투, 불안, 걱정. 다 나를 좀 먹는 곰팡이 같은 존재들이다. 긍정의 힘이라는 것은 실제로 존재했다. 누군가 축하할 일이 생겼을 때 진심을 다해 박수를 쳐준다면 그 기운은 오롯이 나에게로 전달된다. 반대로 누군가를 시기, 질투를 한다면 그 감정을 곧바로 나에게 자책으로 돌아온다. 불만만 많아지고 나만 지치게 된다. 부정은 부정을 낳고 긍정은 긍정을 낳는 것이다. 


그러니 내 주변 사람들이 모두 잘 되기를 마음속으로 빌자. 기뻐할 일이 생긴 지인들은 축하해주고, 더 성장할 바탕으로 삼자. 그것이 결국 내가 잘 되는 길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금요일 오후 4시였으면 좋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