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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Aug 03. 2023

동료가 렌즈 컬러 색을 바꿨다.

[100일 100 글]55일, 쉰다섯 번째 썰

대리님, 저 오늘 뭐 달라진 거 없어요?


막 출근하자마자 내 뒷자리에 앉아있던 친구 A가 눈을 깜빡거리며 나에게 물었다. 이 질문을 해보기는 했어도 받아보는 것은 난생처음인지라 당황스러웠다. 그 옆자리에 앉아있던 친구 B도 웃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상황은 대충 이러했다. 친구 A는 오늘 평소와 다르게 ‘뭔가’를 바꿨고, 우리에게 맞춰봐 달라고 한 것이다. 몹시 곤란하게도 말이다.


일단 나에 대한 설명부터 해볼까. 난 유행, 트렌드, 뭐 이런 것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만큼 멀다. 그곳에 존재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정확히 정체를 알지 못한다. 출퇴근 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많은 사람들에게서 공통분모처럼 보이는 아이템이 눈에 띄면 그때 알아차리는 정도이다. 물론 내가 알아차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행은 곧장 다른 것으로 넘어간다.


유행을 모르는 만큼 그런 쪽으로는 둔해서 친구 A에게서 뭐가 달라졌는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빠, 나 오늘 뭐 달라진 거 없어?라는 질문을 들은 남자친구들의 기분이 이런 걸까 싶었다. 뭔가 알아차려야 할 것 같은데 전혀 모르겠으니 굉장히 답답했다. 혹여 친구 A가 서운해할까 봐 미안한 감정까지 들었다.


별거 아닌 질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질문을 당하니 느껴지는 감각들이 굉장히 살벌했다. 사람은 왜 역지사지가 되어봐야 깨달음을 얻게 되는 걸까. 애인 사이라면 지금쯤 식은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내 앞에 있는 이는 내 애인이 아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다.


“모르겠어.”


그다음 뭐가 달라졌는지 정중하게 물어봤고, 친구 A가 답했다.


“렌즈 컬러 색을 바꿨어요.”


그걸 대체 내가 어떻게 아니. 조금 아연해진 내 표정에 트렌드에 몹시 민감한 친구 B가 웃었다. 그녀는 보자마자 알아차렸다고 했다. 그걸 단번에 맞춘 그녀가 몹시도 경이로웠다.


그리고 굳게 결심했다. 남자친구 생기면 뭐가 달라졌는지 절대 물어보지 말아야지. 이건 전여친에 대한 질문 다음으로 결코 입 밖으로 내뱉어서는 안 되는 질문이었다. 내가 겪어보니 아주 몹쓸 질문이었다. 안 그래도 살아가기 힘겨운 이 세상,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나와 그, 우리 모두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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