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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Aug 05. 2023

무기력증 이겨내고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100일 100 글]57일, 쉰일곱 번째 썰 

한창 수능 준비를 하던 고3 시절, 나는 대체 공부를 왜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대학을 가라고 하니 준비는 하는데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는 상태에서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진즉 했어야 할 고민을 수능을 코앞에 두고 있던 시점에 시작하다니. 당시 공부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딱히 뭘 하고 싶은 것은 없는데 일단 대학부터 가라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당시 스트레스를 소설책 읽는 것으로 푸는 편이었는데, 책만 읽어도 이렇게 좋은데 왜 공부를 하라는 거지?


하지만 고민은 고민이고, 현실은 현실이었다. 평생 책만 읽으며 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내가 공부를 왜 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지만, 적어도 학벌이 걸림돌이 되면 안 되겠구나 싶어 공부를 했다. 그 과정에서 심적으로 많이 압박을 받았다. 친구들은 어느 학교 어느 학과를 나와 미래에 이런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 확고한 반면 나는 미래에 뭘 하고 싶다,라는 것이 없었다. 그냥 책만 봐도 좋았다. 


그런 친구들 사이에 있다 보니 심적으로 많은 압박을 받았다. 나는 미래에 뭘 해야 하나, 나는 왜 하고 싶은 것이 없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미 미래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과는 달리 아무것도 없는 내 모습에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았다. 친구들이 미래에 대해 신나게 입을 여는 동안, 그 곁에 앉아 있던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물 흐르듯 흘러가던 내 삶은 꽤 길게 이어졌다. 긴 시간 동안 많은 고민을 했지만, 답은 계속 나오지 않았다. 뭘 하고 싶은지 찾지도 못했는데 그 와중에 난 현실도 살아야 했다. 난 왜 이렇게 밖에 못 사는가에 대한 자책도 많이 했다. 이것도 나름 길이라면 길일 텐데 나에게는 3m 높이의 끝없는 미로처럼 갑갑했다. 그렇게 지독한 무기력이 찾아왔고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침대에 누워 휴대폰 보는 시간만 늘어났다. 그렇게 또 몇 년을 보냈고,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몰려왔다. 


이 무기력증을 이겨내려고 갖은 방법을 찾아본 것 같다. 가장 쉬운 운동도 시작하고, 아침에 일어나 침대 정리부터 하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해서 그것도 해봤다. 긍정적인 사고가 중요하다는데 이미 무기력에 흠뻑 젖어버린 정신은 차마 힘을 내지 못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타로 카드 점 영상을 찾아봤다. 어떤 것을 선택하던 좋은 말씀만 해주시니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찾아봤던 것 같다. 운전도 시작하게 되어 이곳저곳 다니며 스스로 환기를 시키려고 노력했다. 글도 쓰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해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이다. 굉장히 뻔한 말이지만 이 말밖에 할 수가 없다. 내가 만약 벗어나려는 생각 자체를 안 했다면 나는 지금도 침대에 누워 휴대폰만 보고 있었을 것이다.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나는 지금보다 더 잘 살고 싶다. 내 삶이 더 풍요로워 지길 바라니, 난 이 무기력증을 이겨낼 것이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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