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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Aug 08. 2023

엄친딸이 되어볼까

[100일 100 글]60일, 예순 번째 썰

우리는 살아오며 꽤 많은 엄친아와 엄친딸을 만난다. 일면식은 없지만 누구네 애들이라는 말만 들어도 내적친분으로 인해 반가운 마음이 생길 지경이다. 우리 집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구는 어디 학교를 갔다더라, 어디를 취직했다더라, 또 다른 누구는 결혼 날짜를 잡았다더라. 마주하는 레퍼토리는 무궁무진하다.


과거 난 나 스스로에게 대한 자신감이 많이 부족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기는 하지만 그땐 정말 안 좋았다. 자신감이 없다 못해 땅굴을 파고 들어갈 지경이었다. 그래서 저런 말을 들을 때마다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불편했다. 그냥 정보 공유용으로 툭 던진 말에도 혼자 삐쳐서 툴툴거렸다. 기억이 안 났다면 더 좋았겠지만 못된 말도 뱉었던 것 같다.


자격지심도 가지고 있었던 덕분에 왜 나한테 남의 집 이야기를 건네는 건가 싶었다. 혹시 나에게 뭔가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돌려서 말하나 속으로 생각했다. 당시 엄마는 나도 아는 친구분 집안의 이야기를 그냥 얘기했을 뿐인데 말이다. 그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최근까지도 이렇게 생각하며 꿍해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바보 같고 못난 모습이 또 어디 있을까. 몇 번 언급한 것 같은데, 저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내가 참 싫어지고 자책이 든다. 나는 더 잘 살고 싶은데 왜 이렇게까지 밖에 못할까 싶어 진다.


그러다 최근 제대로 살아보겠다고 발악 아닌 발악을 하고 있는 중인데 생각지도 못하게 효과를 봤다. 예전 같으면 남과 비교하는 말을 들었을 때 위축되고 땅굴을 찾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엄친딸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내 인생에 단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몹시 갑작스러운 생각에 나도 놀랐다. 하지만 의도 없는 비교성 말에 반응하지 않기 위해서는 제일 확실하고 좋은 방법인 것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내가 나를 더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면 엄친딸 엄친아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게 될 테니 말이다.


그래, 엄친딸이 되어보자. 더 이상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아닌, 누군가에게 이야깃거리가 되는 그런 사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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