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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Aug 17. 2023

식당 의자는 집어넣고 나옵니다

[100일 100 글]69일, 예순아홉 번째 썰 

우리 가족은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꼭 의자를 집어넣고 나온다. 언제부터 했는지는 기억에 없고, 그저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의자 넣고 나오라고 하셨기에 따랐을 뿐이다. 덕분에 아예 습관으로 자리 잡아 무의식적으로 전부 집어넣고 나온다. 


어렸을 때는 귀찮기도 해서 조금 툴툴거렸던 걸로 기억한다. 왜 굳이 다 정리를 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괜한 짓이라고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꼬박꼬박 의자를 넣고 나온다. 내가 사용한 의자뿐만 아니라 일행들의 의자도 함께 정리한다. 왜 엄마는 우리에게 의자를 정리하라고 했을까. 


별거 아닌 행동처럼 보이지만, 식당 의자 집어넣기는 생각보다 별거다. 테이블 사이가 매우 좋은 식당의 경우, 나올 때 의자를 정리하면 통로로 사람들이 움직이기 수월하다. 간혹 화장실을 갈 때나, 셀프바를 이용할 때 남이 정리하지 않은 의자를 치우는 것은 생각보다 번거롭다. 조금 귀찮기도 하고 말이다. 술이 살짝 들어가면 짜증도 난다. 식당 직원 분들의 일이 하나 더 줄어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난 자리가 중구난방으로 지저분하지 않고 깨끗하니 보기에도 좋다. 나름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에 조금 뿌듯하기도 하다. 내 어깨를 한 번 톡톡 두들겨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며 소소하게 할 수 있는 작은 배려에 대해 묵과할 때가 많다. 카페나 식당에서 문을 열고 나갈 때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준다던지, 지하철에서 임신부에게 자리를 양보한다던지 말이다. 해당 사례들은 실제로 내가 해본 것들인데, 나에게 꽤 많이 고마워하셨다. 어렵지 않고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못한 기프티콘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저절로 엄마에게 배운 것을 이행하고 있었다. 칭찬받고자 하는 일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기분이 좋고, 그에 따라 나도 좋으니 안 할 수가 없다.


작은 일인데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 있다면 가성비가 상당히 좋은 것이다. 그렇다면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이런 소소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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