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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Aug 21. 2023

23년 생일파티 vs 90년도 생일잔치

[100일 100 글]73일, 일흔세 번째 썰

최근 회사 동료의 아들 생일이 있었다. 꽤 오래전부터 선물이며, 파티며 이것저것 준비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커피를 마시며 어땠는지 가볍게 물어봤다. 그녀는 생일파티 장소로 키즈 카페를 대관했다고 했다. 말이 파티지, 가족들끼리의 식사를 생각했던 나에게는 몹시 생소한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아이는 아직 유치원생이었다.


요즘 아이들 생일파티는 그렇게 하냐고 했더니 대체로 그런 편이라고 했다. 처음 동료는 그 흐름에 따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아니면 아닌 거라는 그녀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그럴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친구들의 파티 장소를 가봤던 아이가 본인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강하게 어필하니 어쩔 도리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일 찍은 사진과 영상을 보는데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생일파티라고 들었는데 아이들이 수영장에서 놀고 있었다. 동료 아들의 생일 바로 직전, 아들 친구가 생일파티를 했는데 수영장이 딸린 키즈 카페를 대관했다고 했다. 바로 다음 생일자인 동료의 아들은 그것을 몹시 부러워했다고. 솔직한 말로 그럴 만했다. 수영장에 일반 레스토랑보다 수준 높은 음식, 볼풀장과 미끄럼틀까지. 다 큰 어른인 내가 봐도 정말 재미있어 보였다.


생애 최초로 롯데월드에 가본 것 같은 느낌이랄까. 파티 전문으로 하는 키즈 카페인데 아이들이 눈 돌아갈 만한 요소가 너무 많았다. 그것도 대관이라니.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마음껏 놀 수 있는 곳이 아닌가! 동료는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하는 첫 생일 파티인지라 아이가 원하는 대로 최대한 해주고 싶다고 했다. 몹시 이해가 가는 바였다.


나는 90년도에 초등학생이었다. 그때는 생일파티라는 개념 자체가 몹시 생소한 것이었다. 그나마 생일파티, 아니. 생일잔치를 한다고 하면 집에서 친구들을 불러 식사를 하는 정도였다. 엄마가 직접 싼 김밥, 잡채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샌드위치(홈메이드)와 떡볶이(역시 홈메이드)와 과일로 충분했다. 거기에 분홍색 설탕 꽃과 통조림 과일이 올라간 생크림 케이크의 촛불을 끄면 그것으로 완성이었다.


내 생일은 1월이었기에 친구들보다도 친한 가족을 초대해 함께 식사를 했다. 거기에 내 또래 친구도 있었기에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시간을 보내는 편이었다. 어른들은 내 생일상을 보면서 뭘 이렇게 많이 준비했냐고, XX 이는 좋겠다고 웃으셨다. 어린 마음에 엄마가 고생한 것은 생각도 못하고 나름의 진수성찬에 몹시 기뻐했던 기억이 있다. 거기에 친구들과 오락팩으로 게임까지 해치우면 그날 밤은 그냥 기절이었다.


그런 내가 어떻게 감히 수영장 딸린 키즈 카페 대관을 생각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동료 역시 동의했다. 그녀 또한 90년도에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보냈기에 본인이 이런 파티를 주최하리라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아이가 몹시 기뻐해서 그나마 다행이라던 그녀는 아무래도 매년 이렇게 해야 할 것 같다고 걱정 섞인 웃음을 내보였다.


아무래도 복잡해 보이는 얼굴에 고개를 끄덕였다. 매년 이렇게 한다면 돈도 돈이지만 심적으로도 꽤 부담이 될 것 같았다. 저렇게 준비하는데 꼬박 한 달이 걸렸으니 말이다. 아, 참고로 그녀는 아이가 둘이고, 이번 생일 파티는 큰 아이를 위한 것이었다. 내년부터는 작은 아이의 것도 챙겨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나는 그저 가만히 그러냐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의 생일 파티와 과거의 생일잔치. 어느 것이 맞다 틀리다의 문제는 아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은 진화하고 바뀌기 마련이니까. 굳이 가려야 한다면 선호도의 차이일 수는 있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부모 되는 것과 요즘 트렌드를 따라잡는 것은 몹시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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