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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 Peace Oct 08. 2020

4-1. 인도에서의 첫번째 일요일

1월 13일, 일요일, 델리, 맑음

오늘 일요일이다. 별로 특별한 일은 일어날 거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요일이다.


오늘의 아침식사는 삶은 계란 2개에 짜파티 한장과 라이스이다. 아하~ 오늘은 이 집의(아니, 이제는 우리집) 고기먹는 날(Non-Vag Day)이구나. 그래서 계란이 나오는 군… 

하여간에 삶은 계란은 반으로 썰려서 소금, 고추가루, 향료 같은거에 뭍혀져서 나오는데, 맛이 독특하기는 하지만 나쁘지는 않다. 

어제 밤에 늦게 잠이 들어서 그런지 9시가 되어도 집안이 조용하다.

10시쯤에 아침을 먹고, 어제 공부했던 힌디어 공부를 조금 했다. 마나브(아들이름)랑 쇼핑센타(여기서 약 2km정도 떨어져 있다고 한다.)에 같이 가보자고 했는데, 공부해야 한단다.


그래서 1시쯤에 뉴델리역의 파하르간지로 갔다. 

(파하르간지는 남대문시장 같은 곳이기도 하고 때로는 이태원뒷골목 같은 곳이기도 하다. 배낭여행자들이 인도여행의 관문으로 인도를 시작하거나 끝내는 곳이다.) 

오토릭샤 왈라 짜식(릭샤왈라:릭샤운전수)이 진짜로 바가지 쒸울라고 한다. 약 70루피면 될 거리인데 100루피 달라고 한다. 억지로 우겨서 80루피 주고 갔다. 그런데, 그 가격을 흥정하는데, 거짓말 안하고 10분 걸렸다. 무진장 피곤하다. 이렇게 한번 힘들게 우기면 돈 벌었단 생각보다는 차라리 다음에는 달라는 데로 줘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혹자 왈, 그러면서 인도를 배운다고 하는데… 그런거 같기도 하고.

파하르 간지에 가서 내가 쓸 자물쇠를 샀다. 2가지로, 쇠끈 달린거 하고, 그냥 자물쇠.

둘다 key가 아니라 숫자로 잠그고 하는 열쇠를 샀다. 왜냐면 키 잊어먹거나 가지고 다니기가 불편해서. 둘다 합쳐서 60루피 줬다. 그리고, 목욕할 때 비누 풀고 거품나는 타올을 샀다. 5루피 줬다. 

옥상에 왔다. “옥상”은 파하르 간지에 있는 한국식당인데, 말이 식당이지, 그냥 건물옥상에 자리를 조금 만들어서 음식파는 길거리 가게와 거의 다름없다.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물론 주인도 바뀌고 이름도 바뀌었지만. 지금은 '쉼터'라는 이름으로 운영중입니다.)

그때 사진을 못찾겠네요. 구글 검색으로 찾은 사진인데 거의 최근 사진인듯 합니다. 옛날에는 저런 종은 테이블도 없었죠.

하지만 베낭여행자들에게 인기는 대단하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가격이다. 대부분의 한국식당은 매우 비싼 가격을 고수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돈많은 주재원들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한국관이나, 다른곳들은 짜장면, 무슨찌게 같은거 전부 300루피가 넘는다. 즉, 대충 10,000원꼴이다. 여기 물가로 따지면 대단히 비싼거다. 보통 인도인이 가는 중급 식당에도 가장 비싼게 100루피이며, 피자도 큰거 한판에 80루피이다. 그거에 비교하면 매우 비싼거다. (물론 그런 인도음식을 한국인이 먹을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 답은 “결코 못먹지.” 이유는 먹어보면 안다.) 그런데 여기는 싸다. 김치찌개,된장찌개 70루피, 다만, 라면 300루피로 비싸다. 이상하지? 한국은 라면이 젤 싼음식인데. 라면은 우리나라에서 사와야 되고, 다른건 여기서 사서 만들 수 있으니깐 그렇다고 한다. 


두번째 좋은 것은 여기를 오는 사람들의 분위기이다.

여기가 가격이 싸고 주인아저씨는 완전히 인도인처럼 생긴 터라 매우 편안한 분위기로, 배낭여행객들에게 아주 유명한 장소이다. 대부분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의 힘든점들을 이야기하며 인도여행중에 지친 마음을 푸는 장소이다. 

나도 이곳에 오니 순간적이나마, 긴장은 풀 수 있었다. 걸어다닐때나, 차를 탈때나, 누군가 이야기 할때나, 심지어 방에 있을 때 조차도 긴장을 풀 수가 없는 곳, 여기가 인도인데, 그나마 옥상에서는 마음이 편하다. (당시에는 밖에 돌아다니는 게 진짜 무서웠습니다. 스마트폰 아니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었어요. 카메라 들고다니는것도 항상 조심해야 했고 나가는 순간 긴장을 안할수가 없는 시기였습니다.)

아마 다른 한국식당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작년에 12월에 다른 한국식당에 가 본적이 있는데, (물론 비싼 식당) 그 장사속이 훤히 보이는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역시 긴장이었다. 한국인을 더 조심하라는 말.. 틀리진 않는다.

하지만 여기 옥상에서는 그렇지 않은 거 같다. 젊은 배낭여행객들과 털털한 주인아저씨 서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주문하는것도 잊어먹어 아무것도 안먹고 그냥 가기도 한다.

70루피주고, 김치찌개 먹었다. 맛은 그리 뛰어난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김치랑 먹을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집으로 오는 길에 어제 발견한 집 근처 싸이버카페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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