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1. 오늘이 지나기 전에 기록.
박사 논문 발표를 마쳤다. 이 열 글자에 지난 나의 한 달이 녹아 있다.
한 달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하찮게 느껴진다. 겨우 한 달이었다니.
논문 발표 일자가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연휴와 학과행사와 첫 박사 지도 제자를 맡아본 교수님과 등등의 시너지가 고루 합쳐 만 한달도 되기 전에 알게 되었다. 발표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읭? 안 썼는데요.
연구를 지도해주시는 또 다른 교수님께서도 근심어린 표정으로 날짜를 미뤄보라 하신다. 학과에서 안 되는게 어딨냐고. 학과장 교수님과 잘 이야기해보면 될꺼라고.
그런데
안됨.
망했다. 추석 연휴 열흘이면 달릴 수 있었는데.
이렇게 마감 기한이 빠를 줄 알았으면 여름에 놀면 안 되었는데.
거기다 중간고사 출제+시험+채점까지 함께 달리는 이 시즌에. 정말로 발표를 해야 한다고요?
발표를 하루 앞두고서부터는 심장이 아프기 시작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아니라 육체피로로.
매일 수액을 꼽으러 다녔고 저녁 시간이라 병원이 쉴 때는 한의원에 가서 공진단을 받아먹었다.
그리고 오늘, 발표를 했다. 누가 봐도 허겁지겁 허덕허덕 살아온 것이 뻔히 보이는지 피드백도 유하다.
병행을 했지만 딱 필요한 만큼의 시간과 정신력이 어찌 저찌 있었고
더이상 못 버티겠다 싶을 정도로 체력이 바닥났을 때에는 앉을 의자가 있었다. 다행이다.
더불어 오늘 발표를 한 것이 잘 되었다. 앞으로 추석 연휴 열흘동안 달릴 수 있어서.
지난번 프로포절때도 느꼈지만 교수님께 혼나거나 피드백 받는게 무서운 것이 아니다.
내 자신의 부끄러움을 견디는 일이 가장 괴롭고 힘들다.
그리고 이 글을 꼭 써야겠다고 느낀 계기가 있다.
챗지피티는 논문 '작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내 생각했다.
매일 하루 한 편 있는 루틴이 똑바로 되었더라면
그 한 편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나만의' 생각을 더해 두었더라면
아마도 연휴 동안 할 일은 그동안 AI의 도움을 받았던 것들을 '걷어내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나의 생각이 개입되어 있었다면 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다시 한번 생각한다. AI는 앞단이 아니라 끝단에 붙어야 한다. 앞단에 붙은 것은 결국 내것이 아니게 된다.
*전전날 쯤 노트. 닥치니 뽀모도로고 뭐고 그냥 해치우게 된다. 기존에 재료가 쌓여 있어서 그나마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