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Jump up! - 독일에서 일하기
온라인샵을 처음 시작했을 때 하루 매출 5,000 유로를 찍는 것은 꿈과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돈 버는 시스템에 투자하라"『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Rich Dad, Poor Dad)의 한 구절인데, 독일에 처음 와서 일거리를 찾을 때 내 머리 속에 맴돌던 화두였다. 직접 몸을 움직여 돈을 벌기보다는, 돈을 벌어다 주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돈이 목적이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한국에서 잘 다니던 회사를 어렵게 그만두고, 독일까지 와서 이전과 같은, 끌려다니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 더 주도적이고 여유 있는 삶을 만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역의 작은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게 기회가 왔고, 그렇게 시작하게 된 일이 일 년이 지난 지금은 규모가 많이 불어나, 돈을 버는 시스템으로 체계를 갖추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포토샵을 배워가며 온라인샵을 직접 만들고, 제품 포장 및 배송도 직접 혼자 했지만, 이제는 팀이 늘어나고 관리하는 온라인샵만 세 개, 아마존 판매, 백화점 유통 납품, 보험회사 고객 대상 판매, 전국 약국 체인 대상 판매, 작지만 꾸준히 들어오는 B2B 해외 수출 등... 다양한 채널의 포트폴리오를 갖추어가며, 각 채널들이 잘 맞물려 돌아가도록 체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불과 3개월 전, 월 2만 유로 매출을 찍고 올해 연말 10만 유로, 1억 2천만 원 매출을 목표로 달려보자 했는데, 이미 한 달 전 매출이 12만 유로, 1억 5천만 원을 찍으면서, 기존 잘 나가던 부서들을 제치고 매출 1위를 했다.
온라인샵을 오픈 한지 6개월 만에 첫 달의 열 배가 넘는 매출을 달성하고, 불과 3개월 만에 또다시 여섯 배의 매출을 올렸다.
돈을 버는 시스템이 스스로 돈을 벌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성장한 걸까?
미디어에서 종종 월 매출 몇 백억 씩 올리는 이커머스 비즈니스 성공스토리를 접하곤 하는데, 그에 비하면 우리 팀 매출은 사실 세발의 피도 안 된다. 그래도 말도 잘 안 통하는 팀원들과 1년도 안 돼서 이 정도 자리를 잡은 건 썩 나쁘진 않다고 자축해본다. 맨땅에 헤딩하며 만든 온라인샵 첫 달 매출이 1000 유로 남짓이었고, 팀원이 한 명 두 명 세 명 늘어나 이제 나 포함 네 명으로 늘어나고 지금 첫 달 매출의 100배가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아직도 계획 중인 채널들과, 그리고 또 정착이 아직 덜 된 채널들이 발전을 하면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살짝 돌아본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성장한 걸까?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내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첫 째는 운이 좋았다. 운이 좋았다는 것은 성장하는 산업군에 들어오게 된 것이 운이 좋았다는 뜻이다. 내가 판매하는 제품은 Healthcare 제품인데, 주력 제품군이 노인의 안전한 생활을 도와주는 실버 제품군이다. 잘 되는 제품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다 보니 매출이 편중되었지만, 매출의 90%가 한국에서는 실버카라고도 부르는 보행보조기 (Rollator)에서 나온다. 이 제품은 독일에서도 이 전에는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제품도 고급화되고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사용하고 있다.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에는 여전히 유모차를 끌고 다니시는 할머니들이 많고, 유럽에서 50유로(6만 원) 면 살 수 있는 기본 제품이 아직 20만 원씩 하니, 한국에서도 시장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방문자가 많지는 않지만, 한국 등 비 독일어권 고객들을 위해 영어 샵도 만들었다.
돈을 버는 시스템이 성장하게 된 둘 째는 매출이 나오는 채널의 포트폴리오가 늘어난 것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일이 진행되면서 판매 채널들이 하나씩 둘씩 늘어났다. 처음 하나에서 둘로 늘어날 때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런데 두 개가 되고 나니 세 개, 네 개가 되는 건 약간의 관심과 시간의 문제였다. 기회는 기회를 물고 자꾸 불어났다. 매출이 나오는 채널의 포트폴리오가 늘어나자, 그 포트폴리오 상의 각각의 채널들이 서로 상호 보완하며 점점 더 많은 매출을 만들어 냈다. 한 채널이 부진하면 다른 채널들이 메워주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처음 시작한 온라인샵을 운영하면서, SEO를 개선하고 다양한 프로모션 및 캠페인을 돌리면서 샵이 조금씩 커졌다. 매달 거래하는 B2B 고객도 생기고, 작지만 꾸준히 수출을 하는 기회도 생겼다. 한 가지 예는 온라인 사업에 자신감이 생긴 회사 사장이 독일에서 제일 큰 백화점 유통을 하나 물고 왔다. 백화점은 Healthcare 제품을 직접 구매해서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이 없어서, 우리 회사를 통해 Healthcare 사업으로 영역을 넓힌 것이다. 그렇게 마침 두 회사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백화점의 고객을 대상으로 광고하면서 매출이 엄청나게 늘어버렸고, 우리 온라인샵도 간접 광고 효가로 덩달아 매출이 올랐다. 백화점 유통에 독점으로 들어가는 기회를 활용해 우리 회사 로고가 박힌 제품을 중국에서 OEM 생산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두 번째 예로, 우리 회사는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보험회사(DAK) 고객 대상으로 호흡기 환자용 Inhaler를 공급하고 있는데, 기존 시스템은 모두 전화로 주문하고 고객 대응하던 것을 온라인으로 프로세스를 가져왔다. 고객 입장에서는 제품 라인업을 모두 보고 원하는 제품을 직접 선택할 수 있어졌고, 고객이 직접 선택하다 보니 일일이 설명을 해줘야 하는 수고와 시간이 많이 절감되었다. 그렇게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나니 보험회사에서 오히려 Inhaler 뿐 아니라 다른 제품도 같이 하고 싶다고 적극적이다. 아직은 전화 주문 시스템과 병행하고 있고, 전화 주문 시스템보다 비중이 작기는 하지만 점점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리 돈을 버는 시스템이라도 앞단의 시스템이 잘 움직이기 위해서는 프로세스가 엉키지 않게 뒷단에서 뛰는 팀이 있어야 한다. 프로세스는 강물과 같아서 너무 넓혀 놓으면 바닥이 드러나 물이 흐를 수 없고, 물살을 예상해서 물길을 잡아놓아도 수시로 변하는 물살에 수로를 수시로 정비해 주어야 한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끊임없이 관찰하면서 개선을 하고, 물살이 쉽게 흘러갈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상황이 항상 바뀌기 때문에 사실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인보이스 작성하고 송장 출력하는 일로 하루가 다 간다고 불평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에는 하루에 대여섯 장 정도 하던 송장이 이제는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출력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 1년이 안 된 사업인데 ERP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것은 당연하고, 송장은 송장대로 인보이스는 인보이스대로 따로 만들어야 하니 시간도 많이 들어간다. 이런 것 하나하나 프로세스를 다듬어 가야 했다.
송장을 출력할 프린터가 부족하면 프린터를 늘리면 되지만, 사람은 부족하다고 늘리는 것으로만은 안 되었다. 팀원 하나하나가 프로세스의 중요한 톱니바퀴이다 보니, 각 팀원들의 장단점을 파악해서 원하는 업무를 할 수 있게 해 주고, 적성이 아니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업무는 하기 싫어도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시켜주어야 했다. 결국 시스템은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사람관리가 중요함을 관리자 위치가 되니 알겠다.
아직은 운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운영에서 점점 손을 뗄 것이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조금 더 가지고, 가만히 지켜보면 핵심이 보인다.
메뉴 구성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도, 그리고 그 이유도...
조금씩 더 큰 그림을 그려볼 것이다.
요즘 기분 좋은 사장이 약속을 했다.
올해 안에 월 매출 40만 유로 달성하면 팀 전체가 뉴욕에 가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