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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onuk song Jan 25. 2018

여기 독일 맞아?

독일병정은 어디에 - 독일에서 일하기

"잠깐 시간 되니?" 

2018년 계획 발표회를 마친 바로 다음날 아침이었다. 발표회에서 받은 사장의 좋은 피드백을 공유할 생각에 부풀어 있던 참이었다. 면담을 요청한 것은 이커머스 부서 운영 파트의 핵심 직원이었다. 

"물론이지 어서 들어와.. 마침 나도 좋은 소식이 있어."


에이스 직원의 퇴사

그런데 표정이 짐짓 심각하다. 

장난스럽게 농담을 던졌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만두기로 결심했다고 퇴직서를 써왔다. 내년에는 그 직원 중심으로 운영 파트를 개편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그런데 사실 올 것이 온 것일 뿐이었다. 

급성장한 매출 뒤에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수천 가지 제품을 판매하면서 재고 관리가 되지 않아, 주문이 들어온 다음에야 구매 오더를 넣거나, 제품이 고객에게 발송이 되었는지 여부도 일일이 창고관리담당에게 물어봐야 한다. 한 달이 넘도록 배송하지 않은 제품이 종종 발견되는가 하면, 두 번씩 배송을 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제품을 보내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도대체 독일스러운 구석이 없다. 구매 부서나 창고만 탓할 것도 아닌 것이, 우리 운영 부서에서도 내가 직접 닦달하지 않으면 고객 메일을 한 달씩 쌓아두기도 하고, 반품한 고객에게 환불하는 것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주문받은 제품을 고객에게 보내면서 인보이스를 발행하지 않아 몇 달이 지나도록 돈을 받지 못하는 등 주문 관리, 반품 관리 등 운영 측면에도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 와중에 하루하루 같은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던 그 핵심 직원이 그만 지쳐 나가떨어져 버리고 만 것이다.

 

독일 병정은 어디에

사실 사업을 더 키우고 매출을 더 올리기 위해서는 온라인샵 자체와 연계된 다양한 마케팅에 좀 더 집중을 해야 했다. 트래픽을 늘리기 위한 소셜마케팅, SEO (검색엔진 최적화),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 등 그리고 방문자들의 구매율을 높이기 위한 요소들을 만들어 넣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내가 직접 운영 파트 업무에 관여하지 않고, 온라인샵을 개선하는 프로젝트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려고 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온라인샵 개선이나 마케팅이 아니라 매일매일 돌아가야 하는 주문관리, 배송관리, 재고관리 그리고 고객 커뮤니케이션 관리(CRM)가 우선되어야 했다. 독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딱딱 프로세스에 맞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을 처리하는 독일병정이지만, 이 회사에서는 도무지 독일 병정을 찾을 수가 없다. 인력 관리도 잘 되지 않아서 툭하면 진단서를 끊어와 일주일이고 이 주일이고 길면 한 달씩도 안 나오기도 한다. 독일 병정이라는 고정관념은 잊어버려도 되지 않을까 싶다. 

주문관리, 배송관리, 재고관리, 반품 관리, 고객관리, 인력관리 등 경영학 시간 읽었던 책의 목차들이 주르륵 머리를 훑고 지나간다. 헐... 이게 이거구나... 머릿속으로만 이해했던 내용들이 이제 하나로 죽 연결이 되면서 서로가 맞물려 가슴 깊이 차곡차곡 정리가 된다.


왜 그 들은 나와 같은 고민을 하지 않는가

당장 발등의 불은 퇴사하는 직원의 빈자리를 빨리 메꾸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불평하며 나에게 들고 올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자율적인 팀을 만들어야 했다. 여러 사람 면접을 봤지만 딱 마음에 드는 사람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고민하던 중에 회사의 친한 친구이자 멘토에게 물었다. 

"왜 그들은 나와 같은 고민을 하지 않고 매번 불평만 하고 앉아 있거나, 문제를 나에게 들고 오는 거지?"

"보스가 있는데 왜 고민을 하겠니? 고민은 보스한테 맡기는 거지."

당연한 말인데, 듣고 보니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책임을 나누고 성공을 공유해야 한다. 그들에게는 고민을 해야 할 책임이 없었다. 고민을 해 봤자 돌아오는 것도 없었다. 우선 책임을 팀원들에게 나누어 주고 그 책임을 다 했을 때 충분한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보상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스스로 움직이는 탄탄한 팀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우선 독일 병정은 잊고 말이다.


문제는 어디에든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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