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까지 혼나야 했을까?

사소한 스캔파일에 담긴 일하는 태도

by Brown

나는 왜 그렇게도 혼났을까?


작년 이맘때쯤, 매일 같이 혼나던 시즌이 있었다.

한창 혼나고, 뒤돌아서 또 혼나고, 나갔다가 다시 혼나고, 며칠 동안 계속 혼났던 시기가 있었다. 팀장님은 내가 별로였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본인도 혼나고 왔던 걸 나한테 화풀이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나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었다.


그렇게 혼났던 가운데, 기억에 가장 또렷이 남은 한 사건.

비용처리를 위해 스캔을 했고 그 파일과 함께 결재를 올리자마자, 여지없이 팀장님은 나를 불렀다.

"쏭, 이리 와!!"


자리로 가보니 가로로 스캔이 되어있어야 할 파일이 세로로 세워져 있었고, 금액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고개를 돌려보아야 했다. 그걸 보면서 아뿔싸 하기도 했지만, 속마음은 '뭐 이런 사소한 것 가지고 쩨쩨하게 그러냐'라는 생각도 한편으로 들었다.



근데 맨날 혼내던 팀장님이 이번에는 혼내는 게 아니라, "이거 뭐가 잘 못 된거 같니?"를 물었다.

흔들리는 내 동공과 함께, '네..? 뭐라고요...? 스캔을 잘 못 했으니까 잘못 된 거죠...'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참았다. 그리고는 대답했다.

"스캔을 잘 못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뜻밖에도, "니가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지 않니?"였다.

말인즉슨, 내가 귀찮고 편하겠다고 스캔을 제대로 하지도 않고 확인도 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결재나 보고를 받는 위의 결재자는 뒤집어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한번 더 확인해야하고, 시간도 걸리고, 결국에는 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얘기하셨다.


어찌 보면 본인 편하게 일하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다르게 다가왔다.

어떤 일을 하든 내가 하는 일은 내겐 전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수많은 정보나 보고, 자료중에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편하게 일하겠다고 대충 넘긴다면, 다음 사람이 한번 더 확인을 해야하고, 리소스-시간을 투여해야할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즉 상대방의 관점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내 관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시작한 일에 대해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일을 해야겠다는 태도를 생각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 후로도 정말 많이 혼났지만, 그날 이 후 달라졌던 게 2가지 있다.


첫째, 전화를 끊자마자, 문자나 메일로 간단하게 정리해서 상대방에게 보냈다.

전화로는 급하게 말하면서 일이 되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전화가 끝나고 나면 상대방과 나는 다른 중요한 일이 기다리고 있다. 원래의 중요한 일을 하다보면, 그 때의 대화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면 일이 흐지부지 되는 경우도 많았고, 그 내용이 사라져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일을 하는데 기억하도록, 상대방에게는 리마인드 차원에서 한 번 더 연락을 남겼다.


둘째, 아무리 사소한 일이더라도, 상대방이 바로 활용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예를 들어 스캔을 할 때도 금액이나 중요한 내용 등 체크해야 할 부분을 하이라이트 친다든지, 파일을 클릭하자마자 내용이 한눈에 보이게 스캔을 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일을 대할 때, 내가 편하게가 아니라 상대방이 편하게 일을 하게끔 생각해보면 달라지는 포인트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 포인트들을 생각하며 조금씩 조금씩 일을 해왔다.

뭐 그걸 알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그때 내가 왜 그렇게 혼난 지 알 것 같다.

그건 바로 '해이해진 마음가짐'


같은 일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어느정도 익숙해지고 아는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이 일 말고 다른 일도 해보고 싶었던 것이었지. 하지만 일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도 갖춰져 있지 않았던 모습을 보고 혼내셨던 게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땐 몰랐지만.


그렇다고 지금도 온전히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19년이 절반 지나간 시간에, 그때의 이야기를 꺼내보는 이유는

'작년의 나와 지금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는 어떻게 달라질까'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 되었다.


사람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 사소한 것도 챙기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일을 해야한다고 적지만, 막상 또 시간에 쫓기고 업무에 치이다보면 내 위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편한게 아니라 남이 편하게 일을 하게 만들자는 생각을 가지고 조금씩 노력하기로 다짐한다.


#사장과직원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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