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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혜미 May 02. 2020

02. 개발자가 커피를 사랑할 때, 김지환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그는 어떻게 커피 산업에 뛰어들게 되었을까.



송혜미(이하 '송'): 대부분의 독자들이 김지환 님을 처음 알게 될 것 같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김지환(이하 '김'): ‘주식회사 플랜즈 커피’에서 CTO(Chief Technology Officer, 최고기술경영자)로 근무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메인으로 한다. 가치 있는 기술로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 그러한 목표를 위해서 일하고 있다. 개인적인 성장에도 관심이 많다.


송: ‘주식회사 플랜즈 커피’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김: 한마디로 무인 커피 기기를 개발, 출시, 관리한다. 플랜즈 커피는 카페가 입점하기 어려운 조건들을 극복해 낸 자동화 테이크아웃 카페라고 할 수 있다. 고품질의 다양한 음료를 매우 빠른 시간 내에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의 도전에 관하여
경희대학교 정경대에 설치된 플랜즈 커피 [사진 제공: 주식회사 플랜즈 커피]


송: 포항공대 컴퓨터공학 석사 수료 이후 바로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뿌린 것을 거두기 위해 취업을 고려하지는 않았는지.

김: 뿌린 걸 거둔다는 생각이 없었다. 학부 4년 동안 공부가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공부를 더 하고자 대학원에 진학했을 뿐이었다.


송: 어떻게 커피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김: 졸업이 다가올 무렵 실질적으로 무언가 만들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친한 고등학교 동창이 커피 접근성을 극대화하는 자판기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기술적인 조언을 듣고자 내게 연락해왔다. 그때 친구의 아이디어가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다.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을 것 같았다. 나는 하루에 커피를 4-5잔 마실 정도로 커피를 좋아하기도 한다. 그래서 재미로 시작했다. 그렇게 다양한 분야의 네 사람이 모여 주식회사 플랜즈 커피를 창업했다.


플랜즈 커피의 발자취에 관하여
플랜즈 커피의 결제 시스템 [사진 제공: 주식회사 플랜즈 커피]


송: 플랜즈 커피의 초창기 모델은 어땠는가.

김: 지금과 많이 달랐다. 간단한 깡통 기계에 페인트로 디자인을 더한 정도였다. 커피, 얼음, 컵이 자동으로 제공되는 자동화 시스템이 아니었다. 생맥주를 따르는 방식과 비슷했다. 손으로 탭을 직접 당겨 커피를 컵에 따라 마시는 방식이었다. 커피 종류는 뉴트로 커피와 일반 콜드브루 정도였다. 카드 결제 시스템까지는 구현되어 있었다.


송: 당시 반응이 어땠는지.

김: 경희대에서 한 달 넘게 판매했었다. 인기가 좋았다. 어떤 날은 완판 될 정도였다. 그때 소비자의 니즈를 확실히 알았다. 가까운 거리에서 퀄리티 높은 커피를 마시고 싶어 한다는 니즈 말이다. 그 후 자신감을 얻고 SK 청년비상 창업경진대회에 참여해서 수상했다. 이를 시작으로 입주 공간도 생기고 첫 투자도 받았다.


송: 현재 기기가 출시되고 있는데 모델명이 '베타'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김: 엄밀히 말하면 '리뉴얼된 베타'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베타라는 명칭을 정식 서비스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미완성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 완성에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원하고 우리는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 결국 소비자는 미완성에서 완성으로 나아가는 형태를 가장 원하지 않을까 하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플랜즈 커피의 중심에는 누가 있을까
플랜즈 커피에는 소비자 피드백을 위한 게시판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 제공: 주식회사 플랜즈 커피]


송: 소비자 중심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피드백이 중요할 것 같다. 피드백은 어떻게 받는지.

김: 우선, 인터뷰를 굉장히 많이 한다. 경희대 학생들이 많이 참여한다. 플랜즈 커피는 재구매율이 80퍼센트에 육박할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다. 팬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그런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다. 피드백을 오피스 상대로 받아야 했다면 힘들었을 것 같다.


두 번째로, 모든 기계 옆에 게시판이 부착되어 있다. 게시판을 통한 피드백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본사에서 직접 기기를 관리하기 때문에 피드백이 접수되면 바로 해결방안 모색에 돌입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피드백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소비자의 행동 패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가령, 소비자가 어떤 화면에서 오랜 시간을 머무르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것은 다시 말하면 그 화면을 어려워한다는 뜻일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가 개발 방향의 좋은 재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구매한 커피에 대한 향미 정보도 수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마신 커피가 맛있었는지, 별로였는지, 산미가 많이 느껴졌는지 등 음료에 대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로 더 좋은 커피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다.


고정관념에 관하여
케그(Keg) 이미지 [사진 제공: 주식회사 플랜즈 커피]


송: 식음료 산업에 있어서 자판기에 대한 고질적인 고정관념이 있다. 바로 위생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다. 위생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김: 기본적으로 전문 인력이 있다. 공동창업자 중의 한 명인 김유신이라는 친구가 생물학과 출신으로 위생에 대한 일가견이 있다. ‘어메이징’이라는 수제 맥주 브루어리 출신이다.


그러한 점에서 케그(Keg, 생맥주 보관용 밀폐 용기)를 커피 보관 용기로 사용하고 있다. 맥주 분야에서 케그의 성능은 충분히 검증되었다. 하나의 일화를 소개하자면, 맥주회사의 위생상태를 의심하는 한 기자가 있었다. 그는 18년 동안 한 번도 교체하지 않고 계속 사용된 맥주 용기에 대해 보도한 적이 있다. 케그 용기를 반으로 갈랐을 때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깨끗했다. 그 정도로 케그는 높은 위생 성능을 자랑한다.


송: 위생과 관련해 특허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김: 맞다. 음료는 케그에서 나와 튜브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케그의 위생 성능은 검증되었으니 튜브만 깨끗하게 관리되면 신선한 커피를 제공할 수 있다. 그래서 그 튜브를 자동으로 살균, 세척,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해서 특허까지 내게 되었다. 플랜즈 커피는 깨끗하고 신선할 수밖에 없다.


감성에 관하여
플랜즈 커피에 설치된 거치대 [사진 제공: 주식회사 플랜즈 커피]


송: 기기가 업데이트되면서 커피 한 잔이 완성되는 데에 25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들었다. 이전에 비해 20초(40%) 정도 줄어든 속도다. 개발 방향에 있어서 실용적인 측면이 강한 것 같다.

김: 기본적인 골조는 실용성 확대가 맞다. 하지만 그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기계를 사용할 때 소비자의 즐거움은 반드시 필요하다. 일반적인 자판기에서 벗어나 다음 스텝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특별한 가치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일지 계속 고민한다.


송: 디자인이나 공간에 대해 특별한 가치를 두고 있을 것 같다.

김: 플랜즈 커피를 사용해본 사람들은 자판기라는 표현보다는 '무인카페'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우리가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놀라운 것은 우리가 원하는 바와 정확하게 들어맞는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플랜즈 커피를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하기를 바란다.


송: 공간적인 측면에서 어떤 시도가 있는지.

김: 경희대 법대에 설치되어 있는 플랜즈 커피를 예로 들 수 있다. 감각적인 조명, 적당한 눈높이에 설치된 거울, 짐을 올려둘 수 있는 거치대 같은 것들이 있다. 단순한 테이크아웃 카페를 넘어서는 것이 목표다. 아침과 시작을 준비하는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사회적인 이슈에 관하여
플랜즈 커피의 전면 [사진 제공: 주식회사 플랜즈 커피]


송: 플랜즈 커피와 같이 운영비용이 저렴하고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자동화기기가 많이 보편화되었다. 그럼에도 자동화기기를 경계하는 사람들이 많다. 플랜즈 커피도 일자리나 창업의 기회를 앗아간다는 의견이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 나도 이 점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우선 플랜즈 커피는 애초에 카페 창업이 어려운 곳에 설치된다. 그래서 그러한 사회적 이슈에서 벗어나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다른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기존 타 카페의 소비자를 플랜즈 커피가 빼앗아간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플랜즈 커피가 창출하는 새로운 가치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플랜즈 커피는 '커피 브랜드'를 판다. 플랜즈 커피는 바리스타나 로스터리가 직접 추출한 커피를 가져와 딜리버리 하는 매체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음료를 케그라는 용기에 보관하는 것, 그리고 음료 전달 방법을 자동화한다는 것이다. 커피를 선별하고 만들고 추출하는 과정에는 모두 사람이 개입한다.


송: 일종의 커피 플랫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 맞다. 내가 이 사업에 매력을 느낀 지점이기도 하다. 플랜즈 커피는 바리스타와 로스터리 개인의 능력과 판매 영역을 넓게 확장시켜주는 플랫폼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플랜즈 커피의 미래에 관하여
플랜즈 커피의 키오스크. 화면 뒤편으로 카페 내부 공간을 연상시키는 동영상이 별도로 재생되고 있다. [사진 제공: 주식회사 플랜즈 커피]


송: 마케팅이나 홍보를 대대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이유가 있는지.

김: 기술과 서비스의 퀄리티가 아직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다. 이 상태로 홍보해봐야 소비자가 미완성된 서비스를 경험할 뿐이다. 결국 '무인기기가 그럼 그렇지'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얻을 것이다. 그래서 요청이 있음에도 공개적인 장소에 적극적으로 나가지 않았다.


송: 앞으로의 개발 방향이 있다면.

김: 먼저 플랜즈 커피 6잔을 구매할 때마다 1잔을 무료로 제공하는 멤버십이 도입될 예정이다. 플랜즈 커피의 모든 설치 지점에서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시간, 날씨, 계절 등이 화면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직접적인 숫자로 표현되는 것과는 다르다. 플랜즈 커피의 스크린(키오스크)은 디자인적으로 카페 창문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비가 오면 물방울을, 밤이 되면 어둡게 하는 식의 이미지적인 표현을 스크린에 구현하려고 한다. 소비자가 플랜즈 커피를 이용할 때 함께 호흡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송: 플랜즈 커피의 최종적인 개발 방향이 있다면.

김: AI 바리스타이다. 고객이 원하는 블랜딩 커피를 25초 안에 만드는 것이다.


인간은 맞춤형 블랜딩을 25초 안에 해낼 수 없다. 맞춤형 블랜드를 하기 위해 다양한 원두 재고를 쌓아 두기도 어렵다. 또한 한 잔 한 잔을 빠르게 뽑아 제공해야 하는 입장에서 원두를 세밀하게 정량화하기도 어렵다. 물론 일부 프리미엄 매장(스타벅스 리저브, 이디아 커피랩)에서는 실제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적으로 대중적인 서비스는 절대 아니다.


반면 플랜즈 커피는 케그 별로 싱글 오리진 원액을 보관할 수 있다. 그래서 소비자 피드백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본다. 소비자가 피드백을 주면 플랜즈 커피 시스템이 계속 학습 할 수 있다. 이 학습을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커피를 추천하고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딜 가든 개인이 가장 좋아하는 맛으로 커피를 마시는 것. 결과적으로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인간이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무인화 서비스가 존재한다. 하지만 아직 그 목표는 그저 사람의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대체하는 것에 머물러 있다. 플랜즈 커피는 그저 사람이 하는 일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무인 기기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가치에 보다 집중하고자 한다.


그가 받는 영감에 관하여


송: 언어 구사에 있어서 여러 산업에 대한 많은 지식이 느껴진다. 다양한 관심사가 일적으로 영감을 주는지.

김: 그런 것 같다. 한 분야의 지식만으로 문제 해결이 어려울 때가 있다.


엘리베이터를 예로 들고 싶다. 초기 엘리베이터 이용자들은 그 속도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개발자들은 엘리베이터의 속도를 높이는 데에 혈안이 되었다. 하지만 해결책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나타났다. 바로 거울이었다. 본질적인 문제는 사람이 그곳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고 ‘느낀다는 점’에 있었다.


결국 본질을 꿰뚫는 해결책들은 다각적인 분야와 아이디어에서 나올 때가 있다. 나는 기술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다. 하지만 다른 분야의 지식과 기술이 활용될 때가 있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은 일에 있어서 확실히 도움된다.


워커홀릭의 삶에 대해서


송: 개인적으로 일이 즐겁다고 했다. 어떤 부분이 일에 대한 흥미나 열정을 끌어내는지.

김: 간단히 말하면 창조, 몰입, 성장이다. 먼저, 소프트웨어로 무언가를 개발하고 창조하는 일이 즐겁다. 그리고 나는 몰입에 대한 즐거움을 만끽하는 편이다. 나 자신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순수하게 집중할 때 즐겁다. 더 나아가, 일을 하면 할수록 실력이 오른다. 나의 성장 자체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안될 수 없다.


창조, 몰입, 성장. 이 삼박자가 갖춰지면 나는 주말도 없는 편이다. 주말에 일을 한다고 해서 전혀 불행하지 않다.


송: 플랜즈 커피에서 벗어나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커피에 대한 개인적인 철학이 있는지.

김: 나는 커피를 일종의 기름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다른 무언가를 포기한 사람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 휴식 등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커피만큼 버팀목 되는 것이 없다. 생각해보면 일을 하면서 누릴 수 있는 사치가 거의 없다. 옷도 명품도 아니다. 그저 신선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다시 한번 달려보자.'라는 마음을 먹게 된다. 뭔가를 잘하고 싶은 사람을 엔진이라고 비유하자면 그 엔진이 잘 돌아가게끔 기름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 커피라고 생각한다.


고민과 계획


송: 최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고민이 있다면.

김: 개인적으로는 일과 운동의 균형이 가장 큰 고민이다. 내게 운동은 의지의 문제 그 이상이다. 운동은 다음 날 일할 때 지장을 준다. 그게 몇 개월 지속되면 익숙해진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당장 몇 개월의 시간 조차 없다. 스타트업은 한 달 만에도 망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운동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딜레마다.


사업적으로 말하자면, 예전에는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목표가 명확해졌다. 플랜즈 커피의 성공이 나의 계획이자 목표이다. 그래서 고민이 사라졌다. 내가 잘하는 것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복잡함을 단순화하고 다른 생각은 하지 않기. 이제는 그 단순해진 목표 달성만 하면 된다.


송: 플랜즈 커피의 성공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김: '플랜즈 커피 한 잔 하자'라는 말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쉽게 오가는 것. 그런 때가 오면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음악적 시선
'Coffee Shop'이 수록된 'Red Hot Chili Peppers'의 앨범 'One Hot Minute' [사진 출처: 네이버 뮤직]


뮤지션은 커피를 사랑할 때 커피에 관한 노래를 한다. 작가는 커피를 사랑할 때 커피에 관한 글을 쓴다. 하지만 개발자가 커피를 사랑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개발자는 커피머신을 개발한다. 그것도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커피머신을. 이토록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커피머신을 말이다. 기술을 통한 창조는 화끈하고 멋지고 직관적이다.


복잡함을 단순화하고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에서 나는 펑크락을 떠올렸다. 펑크락은 복잡한 락의 세계에서 이론을 단순화하고 불타는 리프 하나로 질주하는 스포츠카와 같다. 그의 태도와 맞닿는 대표적인 음악 장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커피와 펑크락의 온도차는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당연히 아니다. 커피와 펑크락을 완벽하게 조화시킨 음악이 여기 있다. ‘Red Hot Chili Peppers’의 ‘Coffee Shop’. 음악을 듣다 보면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 생각날 것이다. 그때 당신은 어디를 향할 것 인가. 아마도 역 근처의 스타벅스로 향할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집 앞의 플랜즈 커피로 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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