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
4학년 남자아이입니다. 같은 반 여자아이가 놀리길래 한 번 때렸는데 맞은 아이의 입술이 터져 피가 났습니다. 병원 진료 결과 큰 이상은 없다고 합니다. 문제는 맞은 아이의 부모님께서 학교폭력위원회룰 열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제 아이가 가해자라는 겁니다. 아이 말로는 상대 아이가 먼저 시비를 걸어왔고 그 아이가 먼저 때려서 자기도 때렸다는데 가해자가 될 수도 있나요? 제 아이는 그걸 억울해하고 있습니다. 담임 선생님 말로는 제 아이가 먼저 때렸고, 상대 아이가 다쳤기 때문에 제 아이가 가해자라고 딱 말씀하시네요. 인터넷 검색해 보니 가해자는 강제로 전학을 갈 수도 있다고 하는데 맞나요? 맞은 아이의 엄마에게 전화해서 용서를 구해 보았지만 그 분이 화가 너무 많이 난 상태여서 오래 통화 못 했습니다. 제 아이가 예전부터 계속해서 자기 아이를 괴롭혔기 때문에 이제는 더 참을 수 없다고 합니다. 제 아이 말로는 그 아이도 자기를 괴롭혔다는데 맞은 아이의 엄마는 반대로 제 아이가 지속적으로 괴롭혔다고 말하더군요. 이번 일로 제 아이를 전학 보내려고 마음먹은 것 같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순했고요. 4살부터 어린이집에 다녔는데 늘 아이들에게 맞으면 맞았지 때린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같은 반 아이가 자주 할퀴길래 한 번은 그럼 너도 똑같이 하라고 시켰을 정도입니다. 저와 아빠가 시장에서 장사를 하다 보니 어릴 때부터 가게에서 키웠습니다. 이것도 영향이 있을까요? 아빠는 엄격한 편입니다. 그래서 아이와의 대화는 주로 엄마인 저와 합니다. 중1 짜리 누나가 있습니다. 누나에게 조금도 안 지고 무슨 일이 있으면 끝까지 따져서 오히려 누나가 봐주는 편입니다. 어릴 때는 누나가 동생을 휘어잡았는데 몇 년 전부터는 누나가 오히려 피하고 상대를 안 해주는 거 같습니다. 커 가면서 누나를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또래보다 키가 크고 덩치도 좋습니다. 운동도 좋아해서 공부보다는 운동 쪽 진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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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
아이고, 이건 뭐... 저를 편하게 생각하시고 상담 문의를 해 오셨으니 저도 편하게 답해 보겠습니다. 우선, 할 말이 없네요. 문의를 압축해 보면 이거네요.
'내 아이가 주먹 좀 날렸다. 근데 그게 뭐 큰 벌받을 문제냐...'
헉. 이거 답을 대충 했다간 저도 한 대 맞을 것 같은 분위기네요. 농담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왠지 우울해집니다. 편하게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학교폭력위원회 가해 부모의 대다수는 처벌이 너무 무거워 억울하다고 느낍니다. 아니 그전에, 학폭위에 가해자로 지정되었다는 사실도 잘 인정 안 해요.(아이들끼리 놀다 생긴 일이잖아요. 제 아이가 가해자라는 증거 있나요?) 이렇다 보니 가해 - 피해 학부모 다툼이 잦습니다. 어떤 가해 학생 부모는 신고 한 피해 학생 학부모 집에 찾아가 따지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놀다 보면 그럴 수 있잖아요. 뭐 그런 걸 일일이 신고합니까? / 당신 자식이 당할 짓을 하니까 따돌림 받은 거라고요!) 심지어 피해 학부모가 폭행까지 당한 일이 뉴스에 나기도 했습니다. 이 뉴스에 달린 댓글을 보실까요?
- 부모가 저러니 자식도 그 모양이지.
- 아, 진짜 무서워서 신고도 못하겠네요. 학폭 피해자는 계속 당하기만 해야 하나요ㅠㅠ
- 뭐, 저런 학부모가... 어이가 없네요.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 편에 서서 가해자를 비난하는군요. 가해자 학부모 편은 거의 없습니다. 학폭 가해자에 대한 정서가 어떠한지 보여주는 예지요.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제가 클 땐 동네에서 애들이 싸워도 그걸로 어른들끼리 싸우진 않았습니다. 제 뒷 집에 성질 정말 더러운 동갑 친구 노무시키가 살았었거든요.
그 시키가 툭하면 저를 울렸답니다. (전 또 왜 그리 찔찔이였는지ㅠㅠ) 저는 우리 엄마한테 수없이 일렀거든요. 그래도 우리 엄마는 으이구, 오늘 또 울었냐... 말고 제가 원하는 보복을 한 번도 안 해주셨어요. 밥 먹다가도 그 노무시키가 마당을 지나가면 야, 일루 와라. 니네 엄마 밭에 가서 읎어. 여서 밥 먹구 가. 그러시는 거예요. 그러면 그놈 시키는 방금 저를 울렸으니 지도 양심은 있어서, 아이래유. 배 안 고퍼유' 이러면서 슬슬 꽁지를 뺀단 말이에요. 그럼 우리 엄마가 한 소리 더 하신단 말이에요. '야, 이노무 새캬. 니네 엄마 없는데 뭔 밥을 쳐 먹어. 거지 새키처럼 돌아댕기지 말구 얼렁 와. 밥 줄 테니.' 그러면서 밥을 저보다 더 퍼준단 말이에요. 그래서 그 새키가 저보다 키가 더 컸는지도 몰라요.
참 이상한 엄마죠? 방금 전에 제가 징징 울면서 온 걸 아는지, 모르는지. 하여튼 우리 엄마가 저한테는 그렇게 매정했답니다. 그 친구네 엄마도 마찬가지였어요. 시골 동네니까 놀 친구가 별로 없어서 만날 다투고 울면서도 저는 주야장천 그 집 마당에서 놀았거든요. 보통은 그래도 놀다가 밥 먹을 때 되면 우리 집에 가서 밥 먹고 와서 다시 놀든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전 그런 적이 없었어요. 그냥 그 집에서 걔네 엄마가 밥을 줬으니까요. 그냥 당연한 줄 알고 얻어먹었어요. 우리 집이나 그 집이나 다 가난했으니 먹는 거라야 옥수수밥에 감자 반찬이었지만,
그 친구 집에서 먹었던 장아찌는 지금도 기억이 나요. 얼마나 짜던지 장아찌 한 숟갈이면 밥 한 그릇을 다 먹어요. 근데 중독성이 있어요. 그 친구는 우리 엄마가 된장에 박았다 꺼내 주신 깻잎이 그렇게 맛있었대요. 전 그 군내가 싫었는데 말이에요. 그 친구 노무시키가 어릴 때는 절 그렇게 괴롭히고, 어른 되어서도 여전히 제 돈을 떼어먹지만, 전 그 친구를 참 좋아해요. 우리가 이렇게 친하게 지내게 된 까닭이 뭐겠어요. 다 엄마들이 맹자 어머니나 신사임당 찜쪄먹는 양육태도를 지니셨으니 그렇지요.
만약 우리 엄마나 친구네 엄마가 댁 같은 분들이셨었다면? 아이고, 말할 필요도 없죠. 애당초 두 친구 관계가 끝나버렸을 테니까요. 두 집이 대판 싸웠겠고... 싸우고 나니 원수졌겠고... 그런 상태로 한마을에 못 살았을 테니, 이사를 갔겠죠. 그 점에서 저나 제 친구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죠. 자, 그럼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 가해자 맞나요?
네, 가해자 맞습니다. 님의 아이가 때렸잖아요. 가해자라는 말이 서운하시다고 하셨는데, 그럼 맞은 아이가 가해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신지요?(제 입장에서 보면 두 아이 모두 불쌍한 피해자입니다만) 둘 다 피해자라면 학교폭력위원회(줄여서 학폭위)가 열릴 이유가 없지요. 학폭위는 법원과 같습니다. 더 많이 가해한 학생을 처벌하고 피해자는 보호하는 곳이니까요. 학폭위는 대체로 학부모 교사, 경찰, 법조인, 의료인 등으로 구성됩니다. 예를 들어 학폭위원이 총 10명이면 학부모가 5~6명 정도로 가장 많고, 교사 3명, 기타 1~2명은 경찰, 법조인 등으로 등이지요. 사실상 학부모, 교원, 경찰이 모여 의사결정을 하는 셈입니다.(교육부에서 공개한 2014년 1학기 정보공시)
* 전학 가라고 판결 나오면 정말 전학 가야 하나요?
네, 가야 합니다. 학폭위는 법원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피해자 편을 더 들면 들 지, 가해자에겐 자비를 기대하기 힘들죠. <교육당국은 전학을 거부하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해 '학생의 동의가 없어도 학적을 강제로 옮길 수 있다’>고 법에 나와 있거든요. 국내 최고의 변호사를 고용해서 '전학 조치를 취소해달라'라는 소송을 내 보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우리나라 법이 얼마나 무섭습니까? 법원은 '강제전학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이미 내려버렸습니다. 학폭위의 판결에 따라 심하면 같은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전학 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혹시 서울 사세요? 그런 경우 서울 이외의 지방으로 전학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이 혼자 보내실 수는 없을 테니 결국 가족 모두가 이사를 하셔야겠지요? 시장에서 하던 장사도 접으셔야겠군요. 그동안 성실하게 닦아 놓으신 기반은 포기하셔야 하고요. 아깝지만 현실입니다. 시장에서 함께 장하시던 이웃들에게는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아들이 친구를 두드려 패서 쫓겨가는 거라고는 말 못하실 테니 적당한 말로 둘러대셔야겠지요. 하지만 그들이 믿을까요? SNS가 발달한 요즘 세상, 비밀은 없잖아요.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저렇게 쫓겨가는 지경이 됐느냐고 다들 수군거리겠지요. 아,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군요.
아이의 누나가 중1이지요? 중1이면 한창 사춘기 예민할 시기인데 누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안 그래도 자기 말도 안 듣고 바락바락 대들던 동생이 미워 죽겠는데 판결에 따라 생판 모르는 먼 학교로 전학을 갈 수도 있네요. 중1이면 겨우 초등학교를 벗어난 나이잖아요. 친구들에게 뭐라고 설명할까요? 동생이 폭력을 휘둘러서 내가 재수 없이 전학을 간다며 울겠지요. 그 짜증을 엄마에게 와서 풀 거고요. 앞으로 누나는 동생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평생 친하게 지내기 힘들 수도 있겠네요. 늙어가면서 자식들이 의좋게 사는 걸 보는게 우리같은 부모들에겐 최고의 낙이잖아요. 그거 하나 보고 아이 낳이 키우면서 내 몸이 부서져라 일 해 키웠는데... 이번 일로 남매가 서로 미워하면서 살게 된다면... 학폭위 결정으로 전학가는...거라기 보다는 <쫓겨가는...> 그 일은 또 쉽겠습니까? 당장 학교 고르는 일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친구를 때린 아이를 어느 학교에서 환영하겠습니까? 또 우여곡절 끝에 받아 줄 학교를 결정했다 치자고요. 그 아이를 새로 받는 학교 선생님이 겉으로는 환영하는 척을 할 지 모르지만, 어떤 일이 생길 때마다 님의 아들을 주목하지 않을까요? 아이나 부모나 평생 잊지 못할 굴욕인거지요.
중고등학교는 더 심각합니다. 전학 가려는 학교에 정원이 남는지를 부모님이 직접 알아봐야 하거든요. 원하는 학교에 자리가 없다면 빈 자리를 찾고 찾아 먼 학교로 가야 합니다. 이 모든게 자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아이가 정신 차리고 스스로 나서서 알아보면 참 좋겠지요? 아쉽게도 전 그런 경우는 거의 못 봤습니다. 그럴 정신의 아이라면 애초에 친구를 때리지도 않았을테니까요. 아이는 자기 때문에 전학가는 걸 아는지 모르 는지 그 과정에서도 반성은 커녕 당당하게 스마트폰 게임이나 하고 앉아 있겠지요. 그 모습에 열불이 나서 한참 퍼부으시겠지요. 그러고 나면 그 녀석이 벌떡 일어나서 "아, 어머니, 소인이 불효를 저질러 죽을 죄를 지었사오나..." 이럴까요? 아니죠. 그런 놈이면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지도 않는다니까요. 결국 부모가 대신 나섭니다. 그 과정에서 속을 썩는 건 부모입니다. 이런 아이들이 전국 적으로 한 해에 2000여명에 이른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나마 전학을 가서라도 정신차리고 잘 다니면 좋으련만, 아예 전학을 거부하고(사실은 갈 학교 구할 엄두를 못내고 새 학교 가서 적응할 자신이 없어서겠지만) 자퇴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또 학폭위 결정 사항은 서류에도 기록됩니다. 이게 무서운 거예요. 어른으로 치면 전과기록 같은 거니까요. 이건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의합니다.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제7조(학적사항)
③ ‘특기사항’란에는 학적변동의 사유를 입력한다. 특기사항 중 학교폭력과 관련된 사항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규정된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입력한다.
제8조(출결상황)
④ ‘특기사항’란에는 결석사유 또는 개근 등 특기사항이 있는 경우 학급 담임교사가 입력한다. 특기사항 중 학교폭력과 관련된 사항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규정된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입력한다.
제16조(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② 행동특성 중 학교폭력과 관련된 사항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제17조에 규정된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입력한다.
제18조(자료의 보존)
④ 학교의 장은 학교생활세부사항기록부(학교생활기록부Ⅱ)의 학적사항의 ‘특기사항’란에 입력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제1항제8호의 조치사항과 출결상황의 ‘특기사항’란에 입력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제1항제4호․제5호․제6호의 조치사항을 학생이 졸업한 날로부터 2년이 지난 후에는 삭제하여야 한다.
다만, 해당 학생의 반성 정도와 긍정적 행동변화 정도를 고려하여 졸업하기 직전에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2조제1항에 따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생의 졸업과 동시에 삭제할 수 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학폭위 결정 사항을 생기부에 기록한다"는 것이지요. 학폭위가 열리면 피해학생에게는 보호조치, 가해학생에게는 선도조치(처벌)가 내려지게 되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호(서면사과)
2호(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3호(학교에서의 봉사)
4호(사회봉사)
5호(특별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6호(출석정지)
7호(학급교체)
8호(전학)
9호(퇴학처분)
초·중학생의 경우 의무교육과정이므로 9호 처분은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전학처분 까지만 내린다는 뜻이지요. 좀 더 자세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댁의 아들이 지금의 분위기대로 학폭위가 열리고 전학가라는 판결이 난다면 담임 선생님은 생활기록부 행동발달상황 칸에 이렇게 입력합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의해 ㅇㅇㅇㅇ년 ㅇ월 ㅇ일 열린 ㅇㅇ초등학교 학교폭력위원회 결정에 의해 전학>
행동발당상황은 원래 옛날 부터 통지표에 '이 학생은 품행이 방정하며 두뇌가 명석하여 학업성취도가 높고 어쩌고...를 적는 칸인데 이 칸에 별도로 한 줄 더 써 넣는다는 뜻이지요. 학폭위에서 제소 되었다는 내용, 그곳에서 결정된 내용이 기록될 때, 아이의 기분은 어떨까요? 이게 졸업할 때까지 생기부에 기록 된다면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영향을 미치겠지요. 우리나라는 중학교가 의무교육이라 님의 아이가 중학교에 떨어질 염려는 없지만, 만약 고등학교에서 학폭위에 열렸다면 어떨까요? 폭력적인 아이를 기다려주는 대학이 있다면 모를까, 대학 가는 건 힘들다는 의미지요. 아, 이것도 아찔하군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6학년 아이들에게 했더니 어떤 녀석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진짜예요? 와, 쩐다. 그래도 학폭(학폭위)에 걸리는 애들은 어차피 공부 못하는 애들이니깐 대학교는 상관 없잖아요."
어깃장을 놓는군요. 하지만 다음 말을 건네 봅니다.
"그래도 사람의 앞 일은 알 수 없어. 네가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중고등학교 가서는 생각이 바뀌어 대학 가고 싶을 수도 있잖아."
이러면 돌아오는 답이 더 가관입니다.
"대학 나와도 취직 못한다는데 그런데를 뭐하러 가요?"
아이고, 이 녀석 정말...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아이의 표정을 보면 그리 밝지는 않네요? 이건 무슨 의미일까요? 아이 또한 말은 이렇게 해도 마음은 불안하다는 거지요. 선생님 앞에서 센 척은 해 봤지만, 정말 자기가 대학에 못 가게 될까 봐 걱정되는 겁니다. 그러면서 철이 들어가는거지요. 님의 아이처럼 4학년이면 자기가 언젠가는 학폭위에 회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잘 못 합니다. 하지만 이런 중에도 똑똑한 아이들은 이 법률이 얼마나 무서운 구속력을 지녔는지 잘 이해하더군요. 통계에 의하면 학폭위 제도가 실시 된 이후,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게 사실입니다. 자식을 키우면서 이런 법률이 있는 줄도 모르시는 부모님들, 즉 아이가 알아서 잘 커 주는 부모님은 복이 많은 거지요.
애들 키우다 보면 치고 박고 하면서 크는거지 그런 일로 전학까지 가야 하냐고 하셨지요? 그냥 학교에서 선생들이 잘 타일러서 친하게 지내라고 교육하면 되지않느냐고요. 님 뿐 아니라 가해 학생의 부모님 중에는 오히려 이렇게 따지는 분이 꽤 있습니다. 처음엔 잘 못 했다, 한 번만 봐 달라 이렇게 나오다가 처벌 얘기가 슬슬 나오기 시작하면 이렇게 나가더군요. 이쯤되면 적반하장이지요. 이런 광경을 보면 속으로 생각합니다.
"으이구, 부모가 저 모양이니 애도 그 모양이지!"
지금까지 제 답을 읽으신 기분이 어떠신가요? 제가 일부러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삐딱한 말투로 써 보았습니다만 머리가 쭈뼛 서고 등골이 오싹하지요? 쓰면서 저도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담임해 오면서 만났던 아이들 중 몇몇 폭력적이던 아이들 얼굴이 떠오르는군요. 그 녀석들은 다른 친구들은 다 나오는 동창 모임에도 안 보이더라고요. 뭔가 삶이 순탄치 않다는 의미겠지요.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아이들은 아직도 폭력적일까? 직장은 있을까? 결혼은 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대부분 힘들게 사회에서 부대끼고들 있겠지요. 최근 몇년 사이에 이 사회가 그만큼 폭력적인 아이에게 냉혹해졌습니다. 때린 아이가 맞는 아이의 고통에 대해 사죄하지 않고(학교폭력 피해자의 40%는 자살을 생각함) 때린 아이의 부모가 맞은 아이 부모의 애통한 심정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피해자 부모의 우울지수가 증가함) 어떤 부모님들은 심지어 자기 아이가 이왕이면 피해자 보다 가해자가 되는게 속편하다고 생각하더군요. 생각이 짧다 못해 아주 자식 교육을 포기한 발상이라고나 할까요?
어떤 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학교는 당사자의 부모를 불러 설명하고 교육적인 대책을 논의하는데요. 예전엔 이런 경우 부모님들끼리 서로 미안해 하면서 담임의 중재안을 수긍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부모님들이 교사의 중재안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아이 편을 심하게 들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아이들간의 폭력 문제에서 학교의 역할이 학부모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지요. 그래서 학폭위 제도가 나온 겁니다. 교육환경이 좋은 쪽으로 진보하면서 나온 건 아니라는 거지요.
* 키도 크고 운동 잘 하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아들, 잘 키울 방법은 없을까요?
많습니다. 아주, 많이요. 그것도 아주 간단하고 쉼고 효과가 좋은 것들이. 하나씩 풀어가 봅시다. 다행히 아이가 아직 어려서 시간이 덜 걸리겠네요. 님의 아이가 왜 폭력적인 아이가 되었을지 생각해보세요. 사람은 왜 폭력성을 띄게 될까요? 원시인들은 살아 남기 위해 폭력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냥을 하지 않으면, 이웃 부족으로부터 식량과 가족을 지켜내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었으니까요. 다시 말해, 인류의 폭력성은 타고난 겁니다. 본능인거지요. 제가 운전하다가 욕을 하거나 교실에서 말 안 듣는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도 다 본성입니다. 사람이니까 그러는거지요. 저처럼 댁의 아이는 타고난 대로 살아갈 뿐 입니다. 친구의 놀림을 받으면 그게 싫은 감정을 느껴야 정상이지요. 친구가 놀리는데 허허 웃을 수는 없잖아요? 만약 정말 그렇다면 다른 아이들이 "아, 쟤(댁의 아드님)는 부처님, 예수님을 능가하는 성인군자구나. 앞으로는 놀리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할까요? 반대겠죠. 쟤는 놀려도 웃네? 어디 더 놀려볼까? 이런 마음 말입니다. 4학년 아이들의 군중심리는 이 정도 수준입니다. 정리 해 보죠. 놀림을 받았고 주먹을 날렸습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 행동의 진행입니다.
그런데 이것 때문에 학폭위에 소환이 되게 생겼네요. 그 문제를 좀 더 들여다 봅시다. 댁의 아이는 유치원 때만 해도 순둥이였다고 했습니다. 그랬던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하고 불과 4년 만에 주먹소년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아이의 성장 과정에 어떤 일이 있었느냐고 제가 추가 질문을 드렸을 때, '특별한 일'은 없었다고 답장하셨습니다. 제가 다시 질문을 보냈지요. 혹시 아이가 화를 잘 낸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으시냐고요. 같은 대답이셨습니다. 죄송하지만 '특별한 일'이 없었을 수는 없어요. 화를 잘 내지 않았을 리도 없고요. 말씀대로 유치원때까지는 순둥이였다면(사실 이 부분도 전 믿기지 않아요), 그런데 초등학교 들어와서 4학년이 되는 과정에서 폭력적인 아이가 되었다면 그동안 아이에게는 수많은 '특별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걸 부모님이 모르고 넘어가셨을 겁니다. 순한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폭력적인 아이가 되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폭력적인 경우,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들여다 보면 아이의 성장과정이 보입니다. 폭력적인 아이의 특징은 화를 못 참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요. 하도 흔해서 '분노조절 장애'라는 전문 용어까지 생겼습니다. 허걱. 장애라고요? 네, 장애입니다.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심할 때 우리는 그걸 장애라고 합니다. 순한 아이도 화는 납니다. 사람이니까요. 아이는 화를 왜 낼까요? 화가 나니까 내지요. 내 맘대로 잘 안 되니까 화가 나지요. 아이의 분노가 자라는 과정을 한 번 보겠습니다.
- 으앙. 배고픈데 엄마가 젖을 안 줘요. 기저귀가 젖었는데 안 갈아줘요.(욕구 불만 상황 발생)
- 화가 나는데 표현을 못 해요. 아직 말도 못 하지, 근육에 힘이 없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서 그냥 울기만 해요.(욕구 불만 상황의 지속)
- 화 내 봐야 뭐하겠어요. 나에 비해 크고 강해 보이는 엄마에게 엉덩이만 맞겠죠. 화가 나는데 낼 수가 없으니 참아야 해요. 할 수 없어요.(분노 표출 불능에서 오는 좌절, 우울 경험 누적)
- 마침내 몸이 좀 자랐어요. 이제는 뛸 수도 있고, 소리 지를 수도 있고, 누군가를 때릴 힘도 생겼어요. 이젠 예전처럼 억지로 참을 필요가 없어요. 화 나면 소리 지르거나 때릴 힘이 생겼으니까요.(분노 표출 가능)
- 안그래도 엄마가 게임을 못하게 해서 화가 나 있는데 동생이 내 게임기를 만졌어요. 받아랏, 나쁜 동생아! 왕펀치를 날렸어요. 후련했어요. 다음에 또 만지면 더 큰 왕펀치를 날리겠어요. (분노 표출)
이 경우, 아이 폭력성의 원인은 어릴 때 젖을 배불리 먹지 못한 것, 젖은 기저귀입니다.(유아기에 억눌린 욕망의 누적) 만약 엄마가 젖을 제 때 잘 주고 기저귀도 잘 갈아 주었다면 어땠을까요? 아이는 편안한 마음으로 엄마를 대했겠지요. 그 사이에 신뢰도 만들어 졌겠고요. 그래서 가끔 엄마가 젖을 제 때 안 줘도 이렇게 생각하겠지요.
'엄마가 늘 제 때 젖을 줬는데 오늘은 좀 늦네? 무슨 사정이 있을 테니 조금만 참자.'(분노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능력 생겨남)
늦었지만 엄마는 젖을 주면서 '우리 아가 배고 팠지? 엄마가 미안해~'하면서 꼭 안아주겠지요? 아이는 이렇게 생각해요. '아, 내가 참고 기다리길 잘 했어.'(자기 신뢰감-자기의 결정이 옳았음을 확인할 때 생겨나는 마음. 자존감의 전 단계) 젖도 항상 더 먹였으면 먹였지 한 번도 배 곯린 적 없고기저귀도 쉬 하기가 무섭게 갈아 주셨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젖이나 기저귀 말고도 아이의 분노를 유발하는 육아 환경은 백만 가지도 넘어요. 주로 유아기의 형제 관계, 아이-부모 관계에서 발생해서 쌓여갑니다. 그러다 학교에 가면 친구관계로 넓어져요. 그러니까 친구와 불화하는 아이는 그 전에 형제와 부모와 갈등이 누적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유아기(보통 만 5~6세까지)는 아이 성장에서 아주 중요해요. 즉 이 때까지만 잘 키우시면, 그 뒤로는 무난하게 아이를 키우게 된다는 뜻도 되지요.
* 아이를 시장에서 키운 환경은 폭력성과 관계가 없어요.
맨 처음 보내주신 질문에서 시장에서 키워서 그런가보다라는 말씀을 두 번 하셨어요. 전 그걸 보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분은 아이 폭력성의 원인을 시장이라는 환경에 돌리고 싶으신가 보다.' 맹자의 어머니는 시장에서 아이를 키우다 교육적으로 안 좋다고 생각해서 이사를 가지요. 혹시 그 이야기 때문일까? 식당이나 점포에서 장사하시던 제 학부모님들 중엔 실제 이렇게 자책하시는 분이 계세요. 근데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그게 맞다면 장사하시는 분들의 자녀들은 다 이상하게요? 아이마다 다릅니다. 저의 제자들을 보면, 오히려 부모님의 직업현장을 가까이에서 보고 철이 일찍 들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잘 큰 예가 더 많았어요. 시장에서 치열하게 삶을 이어가더라도 내 아이의 욕망을 잘 들여다 보고 맞춰주면 아이는 잘 자랍니다. 우리가 아는 부자들은 대부분 부모님이 장사로 사업을 일으키는 걸 옆에서 늘 보던 사람들이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대학 교수나 교사, 공무원처럼 교육에 대해 잘 알고 많이 배운 사람들의 자식들은 싸우지도 않고 말썽도 안 부리고 잘 클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이 아닙니다. 중요한 건, 부모의 교육이나 직업이 아니라 부모-아이의 관계예요. 예를 들어, 엄마가 아무리 수능 족집게 선생님이면 뭐하겠어요. 아이가 엄마로부터 그 공부를 배울 생각이 없다면 꽝이지요.
님의 아들, 딸(누나-남동생) 관계는 평생 두 아이의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전에는 누나가 동생을 휘어잡았는데 요즘은 누나가 동생을 피한다는 말이 마음 아픕니다. 누나는 동생을 왜 피할까요? 동생이 무슨 일만 생기면 끝까지 따지고 덤비니까, 또 자기를 만만하게 보니까 '무서워서' 피하는거지요. 누나가 몇년 전 부터 슬슬 동생을 피하기 시작했다고 하셨지요? 누나는 동생의 폭력성을 이미 전 부터 알고 있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중1이면 아직 4학년보다는 덩치도 크고 힘도 세서 맘 먹으면 엄마 없을 때 패 줄 수도 있을텐데 왜 누나는 그러지 않고 피하게 되었을까요? 누나도 동생때문에 화가 났을 테니 피하는 대신 패 주면 되었을텐데요. 여기에 부모님의 결정적인 실수가 있었을 겁니다. 왜 그런지 좀 들여다 봅시다. 3살이나 어린 동생이 누나와 싸우는 상황은 아주 많지요. 가정해 봅시다. 누나는 6학년, 동생은 3학년. 6학년 여자 아이는 어른 만큼 덩치가 크지요. 반면 3학년 남자 아이는 아직 작아요. 그런데 그런 동생이 누나를 이기기 시작했다면... 단지 말싸움은 아니었을겁니다. 주먹 휘두르고 발로 차고 물어 뜯고 소리 지르고 욕하고... 아마 난리도 아니었을거예요. 그 정도는 해야 6학년인 누나를 이길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결정적인 동생의 무기가 하나 더 있었을거예요. 바로 엄마죠. 엄마가 동생 편을 들었을겁니다. 동생이 누나에게 폭력적으로 나오게 되면서 누나는 그걸 부모님께 여러 번 말했을 거예요. 이르기도 했고, 호소도 했을겁니다. 다만 부모님은 이걸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셨겠지요. 오히려 누나를 나무랐을거예요. "넌 동생 하나 제대로 못 봐주고 만날 싸움이나 하고 있니!" 엄마가 동생 편을 들면 누나는 동생에게 질 수밖에 없어요. 세상 어느 누나가 자기보다 힘도 약하면서 까불기만 하는 동생을 피하겠어요. 누나는 동생과도 경쟁하는 한편, 불공정한 싸움에서 엄마에게 야단 맞는 걸 견딜 수 없었을겁니다. 그래서 피하기로 한 거지요. 누나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한 선택입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동생과의 관계에서 엄마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누나의 성장은 어떻게 될까요? 슬프고, 억울하고, 화나겠지요. 이 과정이 오래 가면 점점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질거고요. 이렇게 성장기를 보내고 드디어 독립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엄마가 동생만 싸고 돌면서 자기를 무시하는걸 고스란히 참아 온 누나는 일찍 독립하고 싶어 합니다. 제 제자들 중에도 누나와 비슷한 예가 많았는데 그 아이들의 표현은 정말 무시무시했어요.
- 우리 엄마랑 사는게 지긋지긋 했어요. 전 그렇게는 안 살고 싶어요.
- 전 돈 만 벌면 바로 집 나올거예요.
- 동생이 엄마 믿고 저런단말이에요. 엄마가 싸고 도는 애들은 다 빌빌해요. 취직도 못해요. 누가 받아주겠어요.
- 나중에 엄마가 돈 못 벌면 동생을 제가 책임지라그럴까봐 무서워요.
- 저도 우리 엄마처럼 애 키울까봐 무서워서 애 안낳고 싶어요.
더 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이가 일찍 독립한 것도 모자라 너무 일찍 결혼을 '해 버린'거지요. 사실 그 아이는 그렇게 일찍 결혼하고 싶을 만큼 남편이 좋았던 건 아니었다고 해요. 그냥 집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결혼을 선택했습니다. 자신의 삶을 아무렇게나 내던진 거지요. 그런데 막상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고나니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힘든겁니다. 하지만 자기가 엄마를 벗어나고 싶어 결정한 일이니 엄마에게 다시 돌아가기도 싫고 꾹 참고 지금의 삶을 살아가는겁니다. 아직 젊은데도 말이지요. 결국 아이의 삶에서 행복 보다는 우울이 더 남은겁니다. 이 아이의 남은 삶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자신에 대한 애정이 강한 아이라면 이런 무모한 결정을 할 리 없겠지요. 이 아이는 엄마에게 감정적으로 지지받지 못하면서 자존감을 키울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겁니다. 이처럼 부모에게 무시당하면서 감정적 학대를 받고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되어도 불안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예는 우리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결국 엄마의 양육태도가 모든 자녀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무서운 일이지요. 엄마가 동생 편을 들었을거라고 제가 함부로 미루어 짐작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상담을 글 곳곳에 엄마가 아들을 두둔하는 내용이 있거든요. 직접 그렇게 적어 주시지는 않았지만 행간에는 이런 뉘앙스가 있어요. '내 아이는 절대 그럴(가해자가 될) 아이가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부모님 심리에는 내 아이가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열등감이 있어요. 부족하니까 엄마인 나라도 나서서 편을 들어주어야 누나와 균형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누나가 아들보다 좀 더 야무지니까 누나에게는 동생을 향한 희생을 요구하셨어요. 누나인 네가 참으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누나 생각은 다릅니다. 엄마가 동생 편드는 것도 싫고, 그런 엄마도 싫은 겁니다. 지금부터 관계를 회복하셔서 엄마-딸 관계가 모든 이들이 꿈꾸는 관계(엄마, 딸이 같이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자매처럼 지내는)가 되어 보세요. 방법은 간단해요. 더이상 누나가 동생에게 관계의 착취를 당하지 않게 해 주시면 됩니다. 동생을 나무라는 걸로는 해결이 어려워요. 누나에게 별도의 공간, 별도의 시간을 내 주세요. 그리고 동생을 무조건 봐주라고 하지 마시고 동생의 상태가 이러이러해서 걱정이야...라고
누나에게 공감을 이끌어내 보세요. 그러면 누나가 자기 속마음을 이야기 할 겁니다. 동생을 너무 감싸도 돌지 말라든가 아니면 분노조절 치료를 해 보라든가... 중1이면 이런 방면의 친구들을 많이 경험해서 압니다. 이게 잘 되면 동생의 치료를 위해 누나를 끌어들이게 되고, 누나 역시도 마음이 아픈 동생을 위해 자기가 뭔가를 하려고 나설겁니다. 부모님이 개입하는 것보다 오누이간의 관계가 효과가 더 좋기도 합니다.
* 가해자인 아들-피해 학생의 관계회복에 집중하세요.
아이들은 전생에 무슨 원수였던 양 끝없이 싸웁니다. 이럴 때 부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당연한 결론에 이르는 설명이 쉽지 않은 문제인데요. 마침 몇 년 전에 제가 겪은 이야기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새학년 새 학기.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는 첫 날, 아이들에게 모두 교실 뒤로 나가서 서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교실을 중심으로 나눈 뒤, 단짝 친구가 있는 친구들은 왼쪽에, 없는 친구들은 오른쪽에 가서 서 달라고 했지요. 서너명을 뺀 대부분의 아이들이 선뜻 왼쪽으로 가 서더군요. 단짝이 있다는 뜻입니다. 단짝 친구는 그냥 친구가 아니라 자기의 속상한 속마음과 비밀까지도 믿고 털어 놓을 수 있는 사이를 말한다고 했더니 그 중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시 오른쪽으로 와서 왼쪽에 남아 있는 아이들은 몇 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렇다면 올 해엔 꼭 단짝 친구를 만들고 싶은 친구들은 다시 왼쪽으로 가 달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주저없이 모두 왼쪽으로 향했습니다. 단짝 친구는 좋기도 하지만 대신 그 친구를 위해 신경을 써 줘야 하므로 오히려 피곤한 일일 수도 있다고 말을 해주었지만 아이들은 그래도 좋으니 단짝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사실은 이런 모습을 의도했던 겁니다. 전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남겨 두었습니다(위 사진). 그 뒤, 우리 반 교실에서 아이들끼리 다툼이나 송사가 있을 때마다 이 사진을 보여주며 이 때의 마음가짐을 상기시킵니다.
얼마 뒤, 우리 반 두 아이가 아파트 미끄럼틀 꼭대기에서 서로 먼저 타려고 실랑이하다가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밀어버렸습니다. 갑자기 밀려 내려온 아이는 넘어지면서 미끄럼틀에 얼굴이 긁혀 상처가 났습니다. 떠민 아이는 곧바로 집으로 달아났습니다. 그 아이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울면서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미끄럼틀을 타려고 하는데 친구가 못타게 했어요. 자기가 먼저 내려가려고 하길래 잡으려고 했는데 그 친구가 넘어져서 얼굴에 피가 나요."
놀이터에서 얼굴에 피를 흘리며 아이가 울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아이 엄마도 황급히 달려갔습니다. 그 아이도 울면서 말했지요.
"난 가만히 있었는데 친구나 나를 확 떠밀었어요. 죽을까봐 무서웠어요."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면서 떠민 아이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댁의 아이가 떠밀어 우리 아이가 다쳤어요. 우리 아이가 태권도를 해서 운동신경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바로 뇌진탕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아이를 어떻게 기르셨길래 아이가 그렇게 포악하죠? 일단 병원에 가고 있으니 진료가 끝나면 연락할게요"
떠민 아이의 엄마 또한 놀래서 병원으로 달려갔고 밀린 아이는 몇 가지 검사 끝에 가벼운 진단을 받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두 엄마가 싸움이 난 거지요. 한 엄마는 비주얼 시대에 얼굴을 상했으니 어쩔거냐고 따졌고 다른 엄마는 평소 댁의 아이가 우리 아이를 따돌리며 괴롭게 했다던데 정신적 피해는 어쩔거냐고 맞섰습니다.
아이들은 수없이 싸우고 화해하고 또 돌아서고 또 풉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그러지 못하지요. 두 아이는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끼리는 친한 편이지만 엄마들은 그동안 서로의 면식이 없었습니다. 급기야 서로 억울하다고 느낀 두 엄마는 담임인 저에게 입장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각자의 말은 서로 엇갈린 내용으로 저에게 전달 되었다. 저는 두 분을 교실로 모셨습니다. 며칠 사이에 두 분은 서로 차가운 앙숙이 되어있었지만, 담임 앞에서는 차마 그러지 못하더군요. 저는 그 분들이 사건을 진정하러 온 것이 아니라 화해를 하러 온 것임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처럼 쉽게 싸우진 않지만 쉽게 화해할 줄도 모르는 까닭에 둘 다 어려워하는 담임에게 기대러 온 거지요. 하지만 아직 앙금이 남아 있는 그 분들은, 담임이 혹시라도 상대 편을 들지도 모른다고 걱정합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담임에게는 면구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담임이 자신들을 자식 교육 잘못하는 부모, 그러면서 아이들 앞에서 싸움이나 하는 어른으로 생각할까봐 염려합니다. 그러니 담임이 자신들을 나무랄거라고 생각하지요. 그걸 감수하면서까지 맺힌 한을 풀기 위해 기꺼이 불려 온 겁니다. 만약, 그분들의 기대처럼 제가 누군가를 두둔하고 나선다면 그 분의 공격대상은 앞으로 제가 될 겁니다. 이런 사례로 고통받는 교사들이 많습니다. 그 어느 쪽의 편도 되지 않는 것이 양편의 미움을 피해가는 방법이라는 사실은 씁쓸하지만 오히려 정당합니다. 제 앞에 와서 서로를 외면하며 앉은 엄마 각자의 표정에는 엄마 특유의 모성애와 고운 성정도 보였습니다. 저렇게 순하게 생긴 분들이 며칠 동안 동네가 다 알도록 싸우고 있다니. 실소가 났지요. 저 두 엄마는 왜 서로가 가진 모성애를 알아보지 못했을까요? 왜 오로지 상대의 아이가 자기 아아이에게 끼쳤을 해만 걱정했을까요? 모성애를 자기 아이만 감싸기로 착각하는 엄마들의 분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러면 모든 아이들에게 득이 될까요? 엄마들에게 뭐라고 해야 할 지 난감했지만 이런 일을 겪어야 선생으로 먹고 살 수 있으니 저도 방법이 없더군요. 동네에서는 각자 착한 이웃, 경우 바른 엄마들이실텐데 자기 아이 걱정하는 엄마로서 팔걷고 나선 일을 누가 나무라겠느냐,
제가 아무리 두 아이를 볼모로 잡고 있는 담임이라도 그건 나무랄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말하는 걸로 잘 끝났습니다. 난 서로에게 서운한 점을 말해보시라고 했고 서로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제 앞에서의 대립은 채 십 분을 넘지 않았습니다. 담임인 제가 어려웠을 수도 있고 며칠 동안 대립한 그분들이 지치기도 했겠지요. 엄마들의 화해가 끝나고 나니 아이들이 문제였습니다. 엄마들의 대립으로 친하게 지내고 싶어도 서먹해졌으니까요. 그 아이들을 어떻게 다시 찰떡궁합으로 붙여 놓을 것인가를 또 의논했습니다. 엄마들 또한 그 문제를 일찍부터 염려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아이들의 화해는 쉬웠습니다. 아이들은 정치적이지도 않고 지난 일에 매달리지도 않거든요. 아이들은 이미 화해의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로 엄마들의 화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두 집안의 뻑적지근한 불고기 회식을 제안했고 2차는 노래방에 가서 아이들의 리사이틀을 보시는 것도 좋겠다는 훈수를 드렸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이 어려서 가능할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어른들 보다 아이들은 관계에 더욱 집착합니다. 수없이 다투고 상처받고 돌아서서 훌쩍리고 또 앙심을 품는다. 그럴 경우 담임은 공정한 재판관이 되어 아이들의 시비를 가리고 좌절한 아이의 상처를 위로하라고 배웠습니다만 제가 어떤 판단을 해 줘도 아이들은 둘 다 만족하지 않더군요. 상처와 갈등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한 발 떨어져서 아이들끼리 풀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게 더 나았습니다. 가끔 제가, 또는 친구들이 실마리를 툭 던져 주는 걸로 아이들 사이에서 해법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런 걸 조정하는 역할이 학교에서는 담임, 가정에서는 엄마의 역할이란 생각이 듭니다. 님의 아이와 누나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면 그 갈등이 무르익는 과정도 필요하고, 터질 때까지 갈등을 키우는 것도 필요합니다. 더 이상 양쪽의 갈등이 물러설 수 없을 때, 아이들은 깨닫습니다. 대립을 이어가는 것 보다 풀어가는게 덜 힘들다는 걸 말이지요. 수없이 반복되는 아이들의 대립과 화해는 뜨뜻미지근한 것 같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어떤 나라의 협상보다 치열합니다.
님의 아이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네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 친구에게 사과하고 다시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고 싶은지, 그렇지 않을 경우 최악의 경우 전학을 갈 수도 있음도 알리세요. 이 대목에서 단호하셔야 합니다. 대부분 아이들은 사과하겠다고 합니다. 내키지 않더라도 말이지요. 전학을 간다는 건, 기존의 친구들을 잃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이걸 두려워해요. 사과 하고 싶다고 할 경우 작전을 짜야겠지요? 그냥 몸만 달랑 가도 되지만, 이왕이면 피해 아이를 감동시키는 것도 좋겠습니다. 앞으로 좋은 친구 관계가 되어야 하니까요. 아이는 피해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알 겁니다. 그걸 사도 좋고, 아들에게 있는 거라면 잘 포장해도 됩니다. 그 안에 진심을 담아서 편지를 써 넣게 하세요. 변명이나 결백을 주장하는 이런 내용 말고 아들의 부족함, 실수의 인정, 앞으로의 재발 방지 약속, 그리고 속마음... 사실 난 너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 네가 도와주면 앞으로 잘 해보고 싶어... 등등 이런 표현을 넣으면 좋습니다. 부모님도 간단한 과일이나 선물 같은 걸 챙겨주세요. 한 번 봐 달라는 의미 보다는 '이번 일로 얼마나 놀라셨겠어요. 이거 드시고 좀 가라앉히시면 어떨까요' 이런 개념입니다. 그 집에 가서도 직접 그 부모님과 피해 아이에게 사과말씀을 하세요.
피해 부모님께 : '제가 자식 교육을 잘 못 시켜서 큰 폐를 끼쳤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이번 일로 저도 놀랐습니다. 앞으로는 신경을 많이 써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변명, 결백 주장 금지)
피해 아이에게 : 너처럼 예쁜 아이를 아줌마 아들이 괴롭혔다니! 너무 부끄럽고 미안해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아줌마가 대신 사과할게. 정말 미안하다. 앞으로는 또 다시 이런 일이 없게 할게...
반드시 '아이가 보는 데서' 사과 하세요. 가능하시다면 눈물을 흘리는 연극을 하셔도 좋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이거 심각한 일이구나! 함부로 폭력하면 안 되겠어. 내가 좋아하는 엄마가 나 때문에 눈물을 흘리시다니!'하고 반성할겁니다. 그리고 위 이야기 내용에서처럼 실제로 두 집안이 어른들도 친하게 지내보세요. 아이들에게 평생 좋은 친구를 만들어 주는 일이라면 아까운 투자는 아닐겁니다. 제가 간섭할 일은 아니지만, 엄마 대신 아빠가 가시는게 더 효과적입니다. 늘 엄한 줄 알았던 아빠가 자기의 실수를 대신 사과는 모습을 보면 아들은 이번 기회에 아빠를 다시 보게 될 테니까요. 그건 장기적으로 부자 관계를 공고히 만듭니다. 제가 함부로 판단할수는 없지만, 찾아가서 사과만 잘 된다면 전학 가는 일은 거의 없어요. 피해 학생 부모님의 마음에 따라 학폭위를 아예 안 열 수도 있습니다. 보통은 이선에서 많이 해결됩니다. 초등학교 애들은 이정도만 해도 충분히 놀라서 다음엔 안 그러려고 애쓰거든요. 만약 피해자 학부모가 아들의 전학을 원해도 그 주장이 그대로 학폭위 결정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학폭위는 독립적으로 사안을 확인하고 결정합니다. 제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그 정도로 전학을 가지는 않습니다. 굳이 짐작해 보자면... 서면 사과 정도(가장 가벼운 벌)가 아닐까 합니다. 초등학교인 점(중학교면 정학 정도 나옵니다), 4학년인 점, 학생이 반성하는 점...
담임의견도 들어갑니다. 담임은 두 아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해 주실 수 있는 분이지요. 이 정도 사안이면 보통은 이런 의견을 적습니다. '가해자 ㅇㅇㅇ은 평소 분노 조절의 어려움이 있으나 담임, 학부모의 지속적인 상담 및 교육을 통해 분노 조절 능력을 키워 줌으로써 사회성을 키워주면 될 것 같고, 피해자 ㅇㅇㅇ또한 .......을 통해 .....을 키워 스스로 친구의 폭력에 대해 지혜롭게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계기가 되리라 봄.' 그 다음엔 담임의 안내대로 두 아이의 정신건강을 살펴주시면 됩니다.
누나의 마음도 헤아려 주세요. 폭력을 안 할 뿐, 마음이 건강하지 않은겁니다. 중1이면 동생에게 존중받아야할 나이입니다. 그 점을 헤아려서 아들을 타일러 주세요. 아들이 누나를 만만히 여기는 건 엄마 아빠의 영향입니다. 제 생각엔 아들보다 딸을 존중해 주셔야할 것 같아요. 만약 아들이 차라리 전학을 가겠다고, 사과도 안 하고 지금의 이 학교에도 안 가겠다고 오히려 생떼를 부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드물긴 하지만 이런 아이가 정말 있습니다. 아이가 5살 이하라면... 왜 그렇게 버티는지, 분노의 이유를 파악하고 하나씩 처치를 해 주시라 말씀드리겠습니다만... 4학년이나 된 아이가 그런다면 무조건 병원으로 데려 가셔야 합니다. 이 아이는 위험한 상황이거든요. 부정적 사고가 고착된 4학년 아이는 부모가 고치기 어렵습니다. 전문가(소아정신과 또는 심리 상담가)에게 의뢰하시는게 낫겠습니다. 검사(아이의 심리검사, 지능검사, 부모님의 양육태도 검사 등)와 치료(상담, 약물 등)의 과정을 거치면 확실히 효과가 있습니다. 치료 끝나고 몇 달 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거 아니냐는 분들도 많으신데요. 그래서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아이 뿐 아니라 가족 모두 함께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아이의 공감능력 부족, 공격성, 열등감 등의 정신의학적 문제 외에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감싸기, 누나의 차가운 태도 모두 변해야 아이가 변하거든요. 많은 학부모님들이 병원을 거부하다가도 막상 치료를 받아보시면 아, 전문가는 다르구나, 하시더군요. 어릴 때 일찍 치료하지 않으면(4학년이면 늦은 감이 있지만) 사춘기때 더 큰 폭력 사고를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형사사건에 연루되기도 합니다. 더 나빠지면 누나와 부모님에게도 폭력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자식에게 맞는 부모... 더이상 뉴스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는 뜻이지요. 폭력적 성향의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약물, 게임, 도박중독에 더 잘 노출 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시고 폭력성은 꼭 치료를 해야합니다.
* 아빠의 개입을 요청하세요.
남자 아이를 엄마가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거의 불가능해요. 엄마가 아무리 무서워도 결국은 안 통합니다. 지금은 4학년이까 엄마가 매를 들면 되겠지요? 하지만 곧 아이가 엄마보다 덩치가 더 커집니다. 그때가 되면 엄마에게 혼 난 걸 되받아 속을 썩여요. 아들들은 그렇게 진화를 했습니다. 남성성은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야성적이고 폭력적이고 단순합니다. 아빠는 그동안 왜 아이 교육에 무심하셨을까요? 자기가 그렇게 원해서 낳은 아들이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텐데 말입니다. '엄마가 너무 적극적으로 나서니까' 아빠는 끼어들 틈이 없었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보세요. 그런 아빠들이 많거든요. 처음엔 낄 틈이 없어서 아이와 거리를 두고 나중엔 아이들이 안 받아줘서 못 끼는 거지요. 엄마가 알아서 혼 내고 알아서 편들어주고 엄마가 아이 삶을 좌지우지 하는 집안은 대부분 이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결국 엄마표 교육의 한계가 지금 드러났잖아요. 이제는 아빠의 지혜를 빌려 보세요. 남자들은 또 여자들이 잘 모르는 수컷들의 관계맺기 방식으로 협상하고 약속합니다. 아들이 운동을 좋아한다고 했으니 아빠와 캐치볼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배드민턴도 쳐 보세요. 형식적으로 하지 마시고 정말 좋아서 하세요. 아이는 아빠의 진심을 금세 알아챕니다. 아빠가 혼자 취미 활동을 하신다고 했지요? 단호하게 아빠에게 말씀하세요. '지금의 기회를 잡지 못하면 평생 아들과 살갑게 지낼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지금 취미 할 때가 아닙니다. 골프, 낚시... 이런 취미는 젊고 건강할 때 즐거움을 줄 뿐, 정작 나이 들고 외로울 땐 자식이 가장 큰 위로가 될 거예요. 저라면, 먼저 아들에게 맛있는 걸 사 주면서 그동안의 엄격했던 아빠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사과부터 하겠습니다. 아들이 불쌍하잖아요. 엄마, 아빠는 시장에서 일 하느라 바쁘고 자긴 누나와 주로 지내야 했는데 누나는 아는 것 많다고 나와 놀아주려 하지도 않고, 내가 놀고 싶어서 다가가면 차갑게 대하고, 친구들과 놀고 싶지만 말을 하자니 쑥쓰러워서 살짝 가벼운 장난을 걸어 본 건데 친구들은 그걸로 화를 내고 선생님께 이르고, 아빠는 그걸 가지고 엄격하게 혼내고... 아이가 편안히 의지할 만한 상대가 없어왔으니까요. 이런 걸 조근조근 말하다 보면 눈물도 날 것 같아요. 아빠도 아들과의 시간을 몹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끼어 들고 싶으셔도 독하게 마음 먹고 참아 보세요. 두 남자의 편안한 동거를 곧 보시게 될 테니까요. 그것 또한 엄마가 바라는 행복 아닐까요? 이렇게 하면 아들, 딸, 엄마, 아빠의 관계가 건강해져요. 아들, 딸은 그동안 소원하다고 느꼈던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얻은 것에 즐거워요. 아빠 또한 슬슬 외로움을 타는 나이에 아들과 친하게 지내게 되셨으니 삶의 활력과 보람이 생겨요.
제가 앞 부분에서 저와 가장 친한 친구, 두 어머니 예를 들었지요? 그 분들은 어릴 때 6.25가 터져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하신 분들이십니다. 글씨도 겨우 익히신 그 분들이 자식 교육은 어디서 배우셨을까요? 다른 건 몰라도 두 아이가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정말 서로 도와가며 친하게 지내는 방향으로 키우신 건 확실하지요. 전 그게 요즘 부모님들께 필요한 양육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주로 제가 담임하면서 다툼이 생겼을 때 가해 학생의 부모님과 상담하는 내용입니다. 물론 이렇게 상담을 해도 안 하시는 분은 안 하시지만 대부분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유명하게 떠도는 학교폭력관련 징후를 덧붙여 드립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징후
▸몸이 아프다며 학교가기를 싫어하거나 지각이나 조퇴가 잦아진다.
▸용돈을 요구하는 횟수가 늘어나거나 말없이 돈을 가져간다.
▸멍 자국이 있어 물어보면 그냥 다쳤다며 자세한 이야기를 피한다.
▸운동화, 휴대폰, MP3, 옷 등이 자주 망가지거나 잃어버렸다고 한다.
▸친구가 시키는 대로 그대로 따르며, 다른 학생들의 눈치를 많이 본다.
▸SNS, 교과서, 노트 등에 욕설, 폭언, 협박이나 “죽고 싶다” 등의 낙서가 있다.
▸웃음이 없어지고 풀이 죽어서 맥없이 있거나 방에 틀어박혀 나오려 하지 않는다.
▸자면서 식은땀을 흘리며 잠꼬대를 한다.
▸이유없이 성적이 갑자기 떨어진다.
▸엄마나 동생 등 만만한 대상에게 폭력을 쓰거나 공격적으로 변한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징후
▸사주지 않은 물건을 가지고 있어 물어보면 친구에게 받았다고 한다.
▸갑자기 돈 씀씀이가 커졌다.
▸다른 학생을 종종 때리거나 동물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인다.
▸부모에게 이유 없이 화를 내며 비밀이 많고 대화를 잘하지 않는다.
▸귀가 시간이 늦어지거나 외출이 잦아진다.
▸자신의 문제 행동에 대해서 이유와 핑계가 많고 과도하게 자존심이 강하다.
▸성미가 급하고 충동적이며 공격적이다.
▸작은 칼 등 흉기를 소지하고 다닌다.
▸등하교 시 책가방을 들어주는 친구나 후배가 있다.
▸손이나 팔 등에 종종 붕대를 감고 다니거나 문신 등이 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부모의 대처법
▸아이를 탓하지 마세요. 학교폭력은 당신 자녀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피해사실을 은폐, 축소하지 마세요.
▸힘든 내색하지 마세요. 부모가 절망하면 아이는 더 움츠러듭니다.
▸보복하지 마세요. 보복으로 아이의 상처를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도피하지 마세요. 문제회피, 침묵, 전학, 이사는 해결책이 아닙니다.
▸아이를 응원해주세요. ‘절래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라며 지지해주세요.
▸도움을 요청하세요. 먼저, 담임교사에게 학교폭력 사실을 알리세요.
▸증거를 확보하세요. 문자 메시지, 이메일, 음성녹음, 상해진단서 등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세요. 대화와 관심, 자녀의 생활에 즐거운 변화를 줍니다.
▸보호해주세요. 교문 앞에서 아이를 기다려 주세요.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부모의 대처법
▸부인하지 마세요. 또 다른 가해 행위입니다.
▸피해학생을 탓하지 마세요. 피해학생에게서 폭력의 원인을 찾지 마세요.
▸정당화하지 마세요.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며 정당화하지 마세요.
▸회피하지 마세요. 불안, 걱정과 두려움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습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부모가 자포자기하면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가해사실을 확인하세요. 아이와 친구, 교사에게 정확한 경위를 확인합니다.
▸잘못을 인정하세요. 아이의 잘못과 부모의 책임을 인정합니다.
▸진심으로 사과하세요. 아이와 함께 사과하고 회복을 지원합니다.
▸아이의 학교생활에 관심을 가지세요. 화해,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해요.
▸다시 기회를 주세요. 전문가 상담, 봉사활동 등은 성장의 기회를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