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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일학년담임 Jun 23. 2015

아이가 지금 견디는 시간

우리 반은 아침에 학교 와서 어제 치 그림일기를 쓴다. 그런데 한 아이가 어제 일기를 집에서 써 왔다며 오자마자 보여준다. 왜 미리 썼느냐고 물으니 일기장을 펴 보이며 웃는다. 우리 엄마가 오셨어요. 좋았어요.


예쁘게 그린 엄마 얼굴에 빨간 입술연지도 그리고 '우리'라는 글씨 위에 한껏 멋진 별도 그려 넣었다. 아이의 표정이 세상을 다 가진 듯 뿌듯해 보인다.


아이의 엄마는 직장을 위해 아이와 멀리 떨어져 있다. 그리고 주말마다, 혹은 한 주 건너, 또 혹은 한 달 만에 온다. 아이가 엄마와 떨어진 채 성장하는 현실은, 도시 위 편중된 일자  지속가능한 안 수익이 어려운 농촌의 빈한함에 그 까닭이 있다.


아이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사실은 함께 있다고, 엄마가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다음 번에 엄마가 가면 같이 맛있는 것도 사 먹고 꽃도 보러 가자, 엄마는 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약속들을 한다.


이제 갓 1학년이 된 아이를 떼어 놓고 돈을 벌러 가면서 얼마나 가슴이 죄었을까.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아이의 칭얼거림을 들을 때마다 얼마나 목이 멨을까. 정치가들아, 제발 아이와 엄마가 떨어질 필요가 없는 사회를 만들라. 그것이 진정한 복지다.


아직 젖살도 빠지지 않은 아이의 얼굴에서, 아이가 지금 견디고 있는 시간을 읽는다. 견디다 견디다 엄마가 오는 날은 저렇게 일기장을 미리 가져다 집에서 엄마 얼굴을 그리는 걸로 그간 참았던 감정을 푸나보다. 엄마가 오기로 한 며칠 전부터, 아이는 내게 와 자랑을 한다. 우리 엄마 온다요. 선생님 부럽죠. 그러면 난 아이구, 좋겠네. 선생님도 선생님 엄마 보고 싶은데, 아직 한 참 있어야 보는 데하며 부러운 척을 한다. 그러면 아이는, 선생님도 쪼끔만 기달려 보세요, 저처럼. 이러면서 위로를 한다. 그렇게 자기가 안간힘을 쓰며 참았던 외로움을 일기장에 쏟아 부으면서도, 정작 자기를 두고 일하러 간 엄마를 원망하지 않는 어른스러움이, 내겐 오히려 애잔하다.

부디 그 시간이 저 아이의 삶에 드리울 외로움과 절망도 견디게 해 주었으면. 그래서 다시는 헤어지지 않고 함께 살 엄마와의 시간을 어서 앞당겨 주었으면.

  

아이와 떨어지면서 엄마가 얼마다 다부진 당부를 했는지, 학교에서 속상한 일을 만나도 혼자 눈물을 쓰윽 닦고 돌아설 뿐 한 번도 학교에서 엄마를 부르며 울지 않는다. 울 법도 한데 그럴 때마다 참는 아이를 보면, 저 아이는 내가 정말 잘 가르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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