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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일학년담임 Nov 18. 2016

가만히 안 있을 걸 그랬어

살아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만 있을 수 있냐구

오늘. 2016 수능시험 보는 날.

아이들에게 읽어주려고 동화책 하나를 집어 드는데 제목을 보자마자 세월호가 떠올랐다.

이 책은 세월호에 관한 책이 아닌데도 책을 읽어주는 내내 세월호가 떠오른 건 이 책의 제목 때문이다.

제목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숨져 간 아이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내 의식 속 세월호는 여전히 항해 중인가 보다.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이 나올 때, 아이들과 함께 있던 교사들은 마음이 어땠을까.

가만히 있으라고 하니 가만있자, 얘들아. 그랬을까. 그 반대였을까.

배가 기울었는데 가만있으면 어떡하느냐고 나가려는 아이더러 가만있으라는데 왜 가만 안 있느냐며 야단쳤을까, 그 반대였을까.

선생인 내 말을 부모 말보다 더 믿으려는 우리 반 아이들을 볼 때마다

지금 아이들에게 강요되는 것들이 정말 옳은 것인지 자꾸 의심을 하게 된다.

그들이 아무리 가만히 있으라고 해도, 나는 제대로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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