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에 목매는 아이들
거 봐요. 우리도 똑같다니깐요.
1학기가 끝나는 마지막 주간 학습 안내를 나눠주었다.
아이들이 쓰윽 훑어보더니 한 마디 한다.
"헐. 야, 수요일 날 급식 안 준대!"
"엥? 진짜?"
"(아이들, 저마다 주간 학습 안내를 다시 보더니) 헐. 진짜네! (나를 보고) 선생님, 수요일 날 진짜 밥 안 줘요?"
나 : 그런가 본데?
아이1 : 헐. 그런 게 어딨어요. 밥은 줘야죠. 학교가 왜 밥을 안 줘요!
나 : 아, 저, 그게... 수요일이 방학하는 날이라...
아이2 : 에이, 그래도 밥은 줘야죠. 빨리 밥 주라 그래요.
나 : 아니, 수요일은 3교시니까...
아이3 : (내 말을 끊으며) 그래도 밥은 줘야죠! 우리가 배고프면 어쩔라고 그래요?
나 : 아, 그런가?
아이1 : 생각 좀 해 보시라구요. 학교에서 밥을 안 주죠? 우리가 배가 고플 거 아니에요?
나 : 그러게. 밥을 안 주면 너네 배가 고프겠네.
아이2 : (말을 끊으며) 거 봐요. 우리가 배가 고프면 어떻게 할 것 같아요?
나 : (긴장한 척하며) 어떻게 하는데?
아이2 : 오복 마트(학교 앞 문구점) 가서 사 먹겠죠.
나 : (당황한 척하며) 아, 그게 그렇게 되나...?
아이 3 : 그러다 엄마한테 딱 걸리겠죠. 그럼 디진다구요!
나 : 아이고, 그게 그렇게...
아이들 : 그니깐 빨리 밥 주라 그러세요!
나 : 그게... 원래 3교시하는 날은 밥 안 먹고 집에 간다는데...
아이1 : (주간 계획표를 다시 보며) 집에 간다고요? 학교에서 공부 더 안 하고 집에 간다고요?
나 : 응. 3교시니까 그런가 봐.
아이2 : 진짜죠? 집에 가서 밥 먹고 다시 학교 오는 거 아니죠?
나 : 응. 3교시만 하고 집에 가서 안 오는 거야.
아이1 : 아, 난 또 집에 가서 밥 먹고 학교 또 와서 공부하는 줄 알았네.
나 : 뭐. 공부 더 하고 싶으면 다시 학교에 와도 되긴 하지만...
아이3 : 에이, 그건 아니죠. 그런 게 어딨어요. 밥도 안 주고 공부를 또 하면 우리만 억울하죠.
나 : 억울해?
아이2 : 그렇죠. 선생님 더러 집에 갔다가 다시 학교 오라 그러면 좋겠어요?
나 : (고개를 흔들며) 아니! 집에 갔는데 또 학교 오라 그러면 싫지.
아이2 : 거 봐요. 우리도 똑같다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