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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일학년담임 Aug 18. 2022

교정지를 읽으며

출판사 편집인님, 대단하세요


교사로 살면서 해마다 수십 명의 아이를 만나왔다.
한 해 동안 담임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그 아이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여린 아이, 거친 아이, 얌전한 아이, 나서는 아이처럼
몇 시간만 봐도 금세 구별되는 기준도 있지만
불쌍한 아이, 진득한 아이, 대견한 아이, 애잔한 아이처럼
오래 함께 지내야 드러나는 기준도 있게 마련인데
나이 들수록 자꾸 이런 아이들에게 눈이 간다.
이왕이면 그런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지만, 아이들은 빨리 자라고 나는 게으르니 문제다.


그동안 올렸던 글 몇 개와 새 글을 더해 책을 만들게 되었다.
내 책을 만들어주실 출판사 편집자님이 교정지를 보내오셨다.
겉봉에 펜으로 ‘교 1’이라고 씌어 있다. 1차 교정을 의미하는 것 같다.
펴 보니 여기저기 고친 흔적이 파랗다.








아이고, 부끄러워라.
전에 책을 낼 때도 경험한 일이어서 낯선 일이 아닌데도
교정지를 볼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러고 보니 편집자도 참 대단한 직업이다.
남이 쓴 글의 문맥을 조정하고 어색한 표현을 고쳐 매끄럽게 만드는 일이 쉬운가?
쌀알 같은 글씨가, 그것도 수백 쪽에 달하는 걸 고치기 위해
조잡한 내 원고를 얼마나 읽고 또 읽었을까.
간단한 조사 하나만 바꿨는데 훨씬 부드러운 문장으로 바뀌는 게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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