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대신 아이 양육을 선택한 준호씨를 응원하며.
MBN <돌싱글즈>
MBN <돌싱글즈>를 보고
사랑 대신 아이 양육을 선택한 준호씨를 응원하며.
본 적은 없지만, 그래서 이런 말 할 주제도 못 됩니다만 뭐랄까,
준호씨에게 작은 위로라도 건네고 싶었어요. 보는 내내 준호씨 팬이었어요.
수진씨가 좋았지만, 그래서 더 만나고 싶었지만 아이를 키워야 하는 현실을 고민하다 포기했지요?
패널들은 호들갑을 떨며 ‘이변’이라고 표현했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자식 잘 키우려고 사랑을 참는 게 ‘이변’이라니. 그런게 어딨어요.
그거야 뭐 그들이 방송을 홍보하는 방법이려니 생각합시다.
지금은 다 컸지만 저도 아이 둘을 키워서일까요, 준호씨 선택이 이해됐어요.
제가 아픔을 느낀 건 싱글맘, 싱글대디로 예쁘게 성장할 것 같던 두 분이 이뤄지지 않아서가 아니었어요.
준호씨가 모처럼 다가온 사랑의 기회를 아이 때문에 피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아이를 키우는 일은 준호씨가 평생 헌신해야 하는 일 맞아요.
저나 준호씨는 아이를 낳았으니 키워야 하고 키우자니 잘 키워야 하는 부모의 숙명을 가졌어요.
아이가 성장하는 내내 지금의 이 방법이 최선인지, 더 잘 키울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야 하고
혹시라도 성장이 마음대로 안 되면 지금까지 키워 온 과정에서 뭘 잘못했나 싶어 자책하게 돼요.
부모로 산다는 건 보이지 않는 혐의에 가슴 졸이는 죄인의 심정인지 몰라요.
그래서 우리의 부모님들도 새벽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놓고 빌었는지도요.
아이가 너무 어린 4살이라 더 걱정이 되었을 수도 있어요.
불안도 심하고 손도 많이 가는 4살 아이 둘을 키우는 건 쉽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만약 아이가 초등학생이라면 어떨까요?
그 즈음엔 자아 개념이 생겼을 테니 생각도 멀쩡해질 거고 사내 녀석들이라 투닥거리긴 하겠지만
갈등 해결 방법 또한 배우는 나이니까 지금처럼 걱정 스럽진 않을 테니 키울만하겠지요?
곧 그런 시절 와요. 몇 년은 금세 지나가니까요. 그렇게 중고등학생 시기를 지나 어른이 될 거예요.
그러니 아이를 이유로 사랑을 포기하진 마세요.
우리가 자식과 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보통 군대 다녀오면 다들 독립하니까 짧으면 20년, 길어야 30년이겠네요.
아이 때문에 사랑을 포기할 정도로 책임감이 강한 준호씨는 그 기간 동안 모든 걸 희생하며 아이를 키우겠지요?
그결과 더할 나위 없는 멋진 아이로 키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준호씨가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겨우 30년이에요.
제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
저는 초등학교 교사로 살고 있어요.
해마다 담임하는 아이들의 부모님 중에 준호씨처럼 싱글대디, 싱글맘이 계세요.
그 분들 역시 준호씨와 같은 이유로 비슷한 선택을 하시는 걸 봐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고 싶지만, 또는 만나는 중이지만
아직은 아이가 어려 손이 많이 가고 챙길 게 많아 더 이어나갈 엄두를 못 내시겠대요.
어떤 분들은 아예 사랑에 빠지는 걸 죄스러워하기도 해요.
이혼을 했을 뿐인 그들이, 아이가 있을 뿐 선남선녀인 그들이 지은 죄도 없이 죄인으로 사는 거지요.
아마도 결혼에 실패했다는 자책감에 그 뿌리가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생각해 봐요. 이혼은 불법이 아니잖아요. 더 불행하지 않으려고 선택한 거잖아요.
아이를 위해 이혼만은 피하려고 참다참다 할 수 없어 울며 결정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그게 왜 죄가 되겠어요. 오히려 칭찬 받아야지.
그분들께 제가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부모가 사랑에 빠지든, 빠졌다가 또 헤어지든 아이는 아이대로 자라요.”
오랫동안 교사로 살면서 다양한 학부모님을 만나본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준호씨처럼 자기 행복을 포기하고 아이 양육에 매달린다고 해서
아이가 더 행복해하거나, 더 공부를 잘하거나 번듯하게 자라는 건 아니더라고요.
반대로 불행한 결혼생활을 억지로 유지하며 자식을 키운다고 해서 아이가 잘 자라는 것도 아니고요.
어쩌면 사람들은 아이를 핑계로 자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미루는지도 몰라요.
제가 처음 담임했던 아이들이 벌써 자라 지금 사십대 아저씨 아줌마로 살고 있거든요.
그 녀석들 동창회에 불려 나가보니 알겠더라고요.
부모님이 이혼을 했든 안 했든, 이혼 하고 재혼을 했든 안 했든 별 상관없이 다들 알아서 잘 살더라고요.
오히려 이혼을 미루고 억지로 결혼생활을 유지한 부모님을 보며 결혼이 싫어졌다는 아이도 있더라고요.
결국 부모의 간절한 마음과 아이의 성장 결과가 꼭 일치하지는 않는 거지요. 아이는 아이대로 자라요.
더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아이는 적당한 보살핌과 애정만 있으면 알아서 잘 자라요.
부모 없이 보육시설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나름의 자존감을 키우며 잘 자라요. 인간의 성장은 그래서 위대하지요.
어떤 학부모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부모가 이혼하고 결손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정서가 불안해서 비행 청소년이 되잖아요.”
틀린 말입니다.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언론 탓이 커요.
아이가 잘못 자라는 걸 부모 책임으로 돌리잖아요.
예를 들어 아이가 담패를 피워서 문제라면 아이가 담배에 접근하지 않도록 어른들이 같이 노력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돈 벌겠다고 몰래 파는 어른이 있다면, 교육은 안 되는 거지요.
결국 건강한 사회가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 건데 결손가정에만 책임을 덮어 씌우는 거지요.
근데 비행 청소년의 원인은 다양해서 결손가정이 원인이라고 할만한 근거는 없어요.
제가 담임했던 '결손'가정의 아이들은 다들 잘 커서 사회의 일원으로 잘들 살고 있거든요.
앞으로는 '결손'이라는 말에 휘둘리지 마세요.
사실 ‘결손가정’이라는 말 자체가 말도 안 되는 폭력적 표현이지요.
부모 중 한 분이 이혼이나 사별로 결손이라는 뜻일 텐데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건 ‘사람’ 그 자체보다 아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거든요.
준호씨 정도의 염려와 관심이라면 혼자 키워도 결손가정보다 더 잘 키울 수 있는 거지요.
준호씨 자신을 위해 선택하세요.
준호씨가 앞으로 90살까지 산다고 가정 하면 55년이나 더 사는 거잖아요.
아이는 머잖아 독립할 거고요. 남은 기간 50년은 준호씨만의 삶이에요.
그때 준호씨 옆에 누가 옆에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수진씨든 다른 분이든요.
지금은 아이가 준호씨 자신과 동일시되지만 아이는 곧 자라서 떠나요.
아이를 떠나보내고 옆에 남은 동반자와 아이를 키우며 울고 웃던 추억을 돌이키는 삶을 생각해 보세요.
여느 부부와 같은 풍경이지요? 준호씨가 프로그램에서 잠깐이나 경험했던 그런 풍경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