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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일학년담임 Aug 31. 2022

편집자야말로 작가보다 돈을 더 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출간을 해보니 편집자의 위대함이 보인다.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책으로 엮기로 하자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글을 처음부터 다시 써야겠다는 것이었다. 블로그에 쓸 때 그냥 떠오르는 대로 막 썼기 때문이다. 띄어쓰기도 안 되고(이건 지금도 잘 못한다) 맞춤법도 안 맞고(이건 더 못한다), 비문도 넘친다(문제는 내가 쓴 문장이 비문인지 아닌 지도 구분을 못한다는 거) 이런 글을 어떻게 책에 싣나. 문법이 틀린 문장이 있는 책을 읽으면서 작가에 대한 신뢰가 줄어든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더 매달리게 된다.

먼저 책에 싣기로 한 꼭지를 정하고 비공개로 전환한 다음 하나하나 다시 읽으며 고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쓴 것들도 다시 읽게 되었다. 불과 몇 년 전의 글인데도 새롭게 느껴지는 글들이 꽤 있다. 아무리 기억력이 떨어져도 그렇지 어떻게 내가 쓴 걸 까먹나. 너무 남발해서 그런가?

한 글을 대여섯 번은 읽으며 다듬은 다음 편집자에게 보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편집자가 보내온 교정지를 받았다. 와...! 비문을 고치고(문장의 호응관계, 조사 활용, 애매한 낱말을 적절한 낱말로 교체) 모호한 설명을 선명하게 바꾸고(지지부진한 설명은 쳐내고 문단의 순서를 바꾸고) 환골탈태. 매끄러운 글을 만들어 냈다.

편집자가 고친 글을 다시 읽어보니 처음부터 내가 다듬느라 애쓸 필요가 과연 있었을까 싶다. 잘 모르는 내가 아등바등 다듬은 것보다 전문가인 편집자가 한 번에 교정한 글이 백번 낫게 읽힌다. 덕분에 편집자가 하는 일과 그분들의 노고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이번 일을 겪으며 깨달은 게 있다.

- 작가는 좋은 글, 참신한 글을 그저 열심히 쓰면 된다. 문장은 거칠어도 된다. 뛰어난 편집자가 있으니까! 문장에 능숙한 작가라면 모르지만, 나처럼 얼치기 작가라면 문장을 굳이 손 보려 애쓸 필요가 없다. 그냥 편집자에게 맡기자.(내가 아무리 애써도 편집자의 능력을 못 따라간다)

- 교정 도중 편집자가 내 의사를 물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 이런 문장을... 이렇게 바꿔도 되나요?) 무조건 편집자 의견을 따르게 되더라. 그분이 제시하는 게 더 나아 보이는 걸 어떡해.

- 어떤 작가는 편집자가 문장을 뜯어고치는 걸 싫어하기도 하나보다. 그래서 사전에 편집자가 (고쳐도 되냐고) 의향을 물어온다. 고치는 게 싫다면 솔직히 말하자. 대신 퇴고를 열심히 해서 수준 높은 글을 만들어야겠지... 아이고, 나도 그렇게 문장을 잘 쓰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

- (계약에 따라 다르겠지만) 책 한 권이 팔리면 작가에게 책값의 10%가 인세로 지급된다. 주변에 말했더니 겨우 10%냐는 사람이 있었다. 글은 작가가 쓰는데 10%가 뭐냐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그런데 막상 책을 만들다 보니 이해가 간다. 편집자야 말로 작가보다 돈을 더 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작가가 글을 잘 써내도록 격려하고 작가의 글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부족하다 싶으면 더 알찬 글을 쓰도록 이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책을 내기로 계약하고 일을 시작하면 책으로 나오기까지 몇 개월이 걸린다. 그 기간 동안 편집자도 먹고살아야 할 것 아닌가. 글을 쓰는 작가도 애를 쓰지만, 편집자는 책이 망하면 굶을 각오를 해야 한다. 출간이 가까워질수록 내 책 때문에 편집자가 고생만 하고 이익이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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