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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일학년담임 Jan 26. 2016

출판사로부터 초벌교정지를 받고...

책 제목의 중압감



초벌 교정 원고를 받았다.

책 비슷하게 인쇄를 한 것이다.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라는 제목이 붙었다.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우리나라에 1학년 담임이 많은데 너만 1학년 담임이라고 주장하는 거냐.

소방관이 불을 끄고 불구덩이에서 생명을 구해 먹고살듯

너 역시 매월 17일 월급날을 기다리며 남의 집 아이들을 가르쳐 왔으면서

네가 책을 냄으로써 세상 모든 1학년 담임을 대표하는 거냐.

이렇게 사람들이 물어 올 것 같다. 아, 불편하다.

그동안 책으로 엮자는 몇몇 제의를 불에 덴 듯 소스라치게 거절했던 이유로 창피하고 부끄럽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생각해 보니 사실 내 속마음은 이거였다.


난 무슨 바람으로 제의에 응했을까. 그리고 또다시 이 고민으로 스스로를 가두는지.

기껏 하겠다고 해 놓고 이제 와서 여린 척 엄살을 떠는 가증스러움은 또 뭐냐. 아이고, 이거 참, 큰일이다.

그냥 철 가면을 쓰고 이제부터라도 좋은 선생인 척하며 선생 노릇을 해야 하나.

그러면서 누가 내게 따져오면 없던 사명감이라도 불러다 좋은 선생인 척하고 맞서야 하나. 그거 참 힘들 거 같은데.

그래도 책으로 엮으면 누군가에게는 쓸모가 있을거라는 지나친 긍정의 최면, 

만들어진 책을 아이들에게 한 권 씩 선물로 주는 것만으로도 목적 달성이라는 생각으로 나가봐야 하나.

교정지를 보며 생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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