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만들어가는 과정
출판사에서 책 표지가 완성되었다며 보내왔다. 여러 개의 시안 중 하나를 고른다고 한다.
약간의 내용이 다른 여러 개의 표지 중 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건,
엄마도 모르는 초등 1학년의 학교생활이라는 부제가 진달래 봉오리처럼 연한 핑크색 글씨다.
디자이너가 분홍을 좋아했을까.
저 분홍색은 진달래 꽃을 떠올리게도 하고 엄마를 떠올리게도 한다.
엄마도 모르는 1학년의 학교생활...
몇 가지의 부제를 블로그에 올렸을 때, 이 부제가 많이 거론되었다.
내 생각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엄마들이 1학년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잘 모른다면 그게 어디 엄마 탓인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기 아이가 1학년 교실에서 어떻게 성장해가는지를 볼 기회가 없어서 일 것이다.
학교에서 그만큼 보여주지 않았단 말로 들려 얼굴이 화끈하다.
아이고, 감옥도 아니고, 아이들 가르쳐 주겠다고 나라에서 세운 학교가, 어쩌다 엄마들로 하여금 자기 애들에 대해 잘 모르게 벽을 쳤나.
학교가 엄마들에게 해 줘야 할 일이 많다.
표지를 본 엄마들이 과연 자기 아이를 잘 알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할까 봐 걱정이다.
몸속에 열 달을 담았다 내어 놓은 엄마만큼,
아니, 직접 낳지 않았더라도 온 몸을 다해 키운 아이에 대해 엄마만큼 잘 아는 사람이 어딨나.
선생이라는 이름으로, 나는 이미 아이를 제일 잘 아는 엄마들에게,
정말 잘 알고 있느냐고 따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또다시 민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