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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일학년담임 Jun 22. 2015

1학년 아이들의 리더십

쉬는 시간, 자기와 마주하는 시간

어떤 아이는 혼자 뭔가에 열중하고
어떤 아이는 같이 놀 친구를 설득해서 놀이를 만들어 나가고
어떤 아이는 친구를 따라하고
어떤 아이는 놀잇감을 가지고 친구와 싸우고
어떤 아이는 아예 놀기를 포기한다.

1학년. 아직 젖살도 안 빠진 저 아이들에게 무슨 생각이 있을까 싶지만
그 안에서도 어른의 사회와 같은 인간관계가 존재한다.


이끄는 아이와 따르는 아이.
각자 자신의 존재감을 어떤 역할에서든 드러내게 마련인데
그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엔
내 아이가 이끄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욕망이 배어 있다.
그러나 어른의 사회가 그러하듯
어린이의 사회에서도 이끄는 아이 보다
남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고  싶어하는 아이가 더 많다.
그 아이들은 자라는 내내 리더가 되라는 부모의 채근을 받을 것이다.
저 아이들도 곧 그리 될 거라는 생각을 하니 애잔하다.


아이들에게 집에 있는 장난감을 가져와서 놀아도 좋다고 했다.
이 경우 장난감을 가지고 오는 아이들은
친구들과 놀고 싶은 욕망이 강한 아이들이다.
또 더 나아가 자신의 장난감을 수단으로 다른 아이를 이끌고 싶은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적당한 환경만 받쳐주면 리더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
적당한 환경이란 다양한 군상의 친구들에게서 나온다.



한 아이가 볼링을 가지고 왔다.
아이는 먼저 자기 볼링을 세팅해 놓고 아이들을 불렀다.
아이들은 처음엔 섣불리 나서지 않았다.
그 아이의 장난감이 부러워서였을 것이다.
부러운 나머지 샘이 났을 것이다.
그래서 그 아이의 놀이에 동조하지 않는 것으로 자기의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다.
장난감을 가지고 온 아이가  머쓱해하는 사이,
내가 슬쩍 끼어들었다.


"이거 어떻게 노는 거야? 재미있겠는데?"


그러자 머뭇거리던 한 아이가 말했다.
친척 형아네 집에 같은 것이 있는데 자기는 해 봤다는 것이다.
난 모르는 척 제안을 했다. 그럼 네가 설명을 해 주면 친구들이 놀 수 있겠구나.

잠시 후, 아이들은 줄을 서더니 돌아가면서 볼링을 했다.
볼링을 가져 온 아이는 옆에 서서 아이들의 점수를 매겨줬다.
그 아이는 볼링에 참여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리더십을 얻는 대가로 자신은 볼링 놀이를 포기한 것이다.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주는 예였다.


리더십은 무조건 이끄는 것만이 아니다.
이끌고자 하는 아이는 반감을 살 것이다.
자기가 먼저 쾌락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구성원의 충성심을 이끌어 내는 아이.
난 저 아이가 1학년이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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