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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일학년담임 Mar 11. 2016

내가 누군가에게 다시 해석된다는 것

살다살다 방송에 나오다니


KBS 2 FM에서 황정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매주 금요일 마다 책을 한 권 씩 소개하는 코너가 있다고 합니다.

북스타그램. 그 코너에 제 책이 소개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의 FM 전파는 화악산으로부터 옵니다.

그 전파에 KBS 2 FM은 없습니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에서 들을 수 있는 방송이 적거든요.​

출판사에서 미리 방송 일정을 알려 주셔서 날짜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 방송(K플레이어)으로 들었습니다.


 



 황 아나운서와 알라딘에서 일하는 박태근 MD(마케팅 디렉터?)가 제 책을 놓고 대화하는 형식이더군요.

아이고, 듣다보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얼마 전에 책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하고 알려드릴때처럼요.

전 이 분들과 만나 1학년 아이들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도 없지만

이 분들은 제 책 하나만 놓고 저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거지요.

마치 다른 세상에서 신선이 저에 대해 나누는 얘기를 듣는 현세 기분이었달까요?

방송 속 저 분들이 제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이 잘 안 들었습니다.


​​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제가 선생인 것도 알지만 선생 이전에 찌질한 인간인 것도 압니다.

​경찰이 없으면 빨간불에 쌩 지나가고 산에 가서도 누가 안 보면 아무데서나 오줌을 갈기고,

뭐 하나 먹기 시작하면 제일 늦게까지 깨작거리고 정리를 잘 못 하는데다 게으른 것도 알지요.

심지어 가끔 로또를 사는 사람인 것도 압니다.


​제가 책을 하나 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절 괜찮은 선생이라고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그들의 기대에 어울리게 전 또 적당히 괜찮은 선생인척을 하고

그런 가면을 쓰고 방송에도 나가고 인터뷰도 하고 있습니다. 원래의 저와 멀어지는 느낌입니다. 자초한 불편인셈이지요.


​​그 뒤로 저는 방송에 나오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 이면의 진면목을 상상해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근엄하게 정책을 설명하는 정부 관계자를 보면 그가 그의 아내에겐 어떻게 애교를 떨지 상상해 보고

서바이벌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오히려, 좋은 경험이었어요. 전 그걸 즐겼어요라고 인터뷰를 한 참가자를 보면

그녀가 집에 가서 엄마에겐 어떻게 속내를 말할까 하는 상상.

그런 상상을 하고 나면 그들도 저와 비슷한 사람일거라는 생각에 위안이 조금 되거든요.


​미셀 푸코는 권력이란, 가진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게 아니라 그걸 부여해 준 타인들이 만들어 준 허상이라고 했는데

사람들이 저에게 부여하는 허상에 제가 덩달아 춤추는 꼴불견은 없어야지 생각합니다.

​잘 소개해 준 황 아나운서님, 박 MD님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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