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서재를 훔쳐보다

by 송단아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책과 담을 쌓고 살아온 사람이 늦깎이로 책 읽기의 재미에 빠져 버렸습니다. 누군가 “너는 죽을 때까지 책만 읽으렴” 하고 말해 준다면 딱 좋겠습니다. (남편, 들립니꽈?)

열심히 산다고 살아온 것 같은데, 손에 만져지는 게 없이 오십 중반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초조합니다. 나이만 훌쩍 먹은 것 같은 생각이 들자 가슴 안쪽에서 설명할 수 없는 화가 불쑥 치밀어 올랐습니다. 더 열심히 사는 법이 아니라, 지금과는 다르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고개를 들곤했습니다.

그때부터였을까요. 타인의 서재를 훔쳐보듯, 남의 삶을 통과한 문장들에 한참씩 눈길이 머물곤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과 삶>에서 만난 김종원 작가의 이야기는 단순한 책 추천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수많은 책을 쓰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그는, 30년 전, 서점에 들렀다 귀가할 차비가 없어 걸어서 돌아가던 시절부터 품어온 '인생의 문장들'을 조심스레 꺼내 놓았습니다.


그가 전해준 다섯 권의 책과 그 안에 담긴 지혜를 나의 삶에 비춰 전해보려고 합니다.




1. 괴테, <괴테와의 대화>

김종원 작가는 말합니다. '안다'는 오만함을 버리고 '알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다가갈 때, 비로소 대화는 시작됩니다. 이 말을 듣고 나서야, 스스로 안다는 착각에 빠져 진짜로 알고 싶어하는 마음을 속인 적은 없는지, 진짜 깊은 내면의 소리에 귀를 닫으려 한 적은 없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2. 괴테, <나의 인생 시와 진실>

"1분이라는 시간이 있으면, 그 1분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이 말은 작가의 할머니를 거쳐 그의 삶으로 전해졌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완벽한 시간이 주어져야 무언가를 시작하려 합니다. 하지만 10분, 아니 1분이라도 그 시간에 충실한 '동사'의 삶을 사는 것. 그 작은 실천의 반복이 귀족이 아니었던 괴테를 유럽을 흔든 지성으로 만들었음을 조용히 증명합니다.


3. 법정 스님, <홀로 사는 즐거움>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민들레는 민들레답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문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소모하기보다, 내 안에 있는 고유한 향기를 알아보는 일. 이 책은 홀로 있는 시간을 외로움이 아니라, 나를 또렷하게 만드는 시간으로 바라보라는것 같습니다.


4. 함민복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황동규 <우연히 기댈 때도 있었다>

김종원 작가는 두 권의 시집을 통해 삶의 농도를 이야기합니다.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해석하는 자의 것이라는 말처럼, 우리의 삶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냅니다. 김종원 작가는 노력 100퍼센트로만 이루어지는 성공은 없으며, 그 안에 숨겨진 '운'과 '우연'을 인정할 때 겸손해지고, 조금 더 단단하게 나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명사가 아닌 동사의 삶으로,

이번 영상을 보며 가장 가슴에 남은 단어는 '동사'였습니다.


https://youtu.be/rLdAx2 oopdU? si=oUJmfkmazdNIrjs3

작가의 이전글암튼 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