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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edkingko Jul 06. 2017

2-3 여행, 그 담백함에 대하여 _ 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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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우리는 어김없이 특별한 목적없이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뚜벅뚜벅, 하루만에 나는 속초 그 동네의 골목길이 조금은 일상의 것으로 느껴졌고,

애석하게도 우리가 찾고자했던 글과 그림, 사진과 음악의 존재는 자연스레 희미해져갔다.


우리의 아이들은 아마도 어제 영랑호 충혼비 앞에서의 묵념과 함께 그 뜻을 놓아두고 왔거나,

시장 골목에서 대한민국만세 삼창을 외쳐서 서비스로 얻어낸 새우튀김과 함께 삼켜버린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시장가는 길거리에 울렸던 재환이의 기타 소리와  어두운 골목의 근사한 소실점을

카메라 렌즈에 옮긴 예담이의 사진으로 소기 목적의 절반은 달성했다 생각하는 나였다.


하지만 여행의 끄트머리, 가은이와 혜연이의 이유없지만 따뜻한 포옹을 보며

내 생각은 새로운 여행을 시작했다. 사진 속 아이들이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과

두 친구의 묻지마 포옹을 보며 친밀함이라는 ‘허들’이 있다면 이 친구들 사이에 놓여진 허들의 높이는

얼마나 될까 눈알을 허공에 굴려보았다. 고작 몇 번 굴리는 시간 안에 아마 그 높이는

고작 몇 센티미터거나 아예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가능했다.


그렇다면 내 허들의 높이는 얼마인가? 누군가가 나에게 넘어올 때 들여야 할 노력은 얼마 만큼인가?

이 아이들이 쉽게 넘어 올 수 있는 높이일까? 넘어 오기는 할까?

허들 너머에서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이 그대로 내 눈에 들어왔다.


넘어갈 생각보다 넘어 오기를 우선 바라는 부끄러운 나를 목도하는 순간이었다.

우리의 담백했던 여행은 나에게 한가지 숙제를 내주었다.


나는 너희들에게 무엇이고,

너희들은 나에게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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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꾸는아이들>

2-3 여행, 그 담백함에 대하여

#허들


글 / 양광조, 대안학교인 꿈이룸학교의 선생님이자 야매작가

(@imagedoodler _www.instagram.com/imagedoodler )

그림 / 송혁,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가난해진 그림쟁이

(@songkingko _www.instagram.com/songkingk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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