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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edkingko Jul 06. 2017

우리의 인생은 여행을 닮았다

어쩌면 종착지는 없을지도 모른다


-


우리의 인생은 여행을 닮았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또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든 것들을 나 스스로 결정한다.


여행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보고싶은 풍경이 있어도 날씨가 흐리면 다음 기회로 넘겨야 하고

꼭 먹고싶은 것이 있어도 품절이 됐거나 가게가 문을 닫았다면

이 또한 다음 기회로 넘겨야 한다.

모든게 100% 완벽하게 진행되는 여행은 없다.


내 결정과는 달리 환경에 휩쓸리기도 하고

변수가 생겨서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의 즐거움은 사실 이런데 있다.


박물관에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목적지를 지나친 후

한 정거장 더 간 곳에서 우연히 만난 눈부시게 수풀이 우거진 숲,

상상했던 밝은 하늘이 펼쳐진 바다는 아니지만

어두컴컴하게 뒤섞인 구름 사이로 삐져나온 한 줄기 빛이 비추는 바다의 모습,

그리고

여행 중에 만나는 소중한 인연들.


맞다.

우리의 인생은 여행을 닮았다.


-

-


여행이 점점 힘들다. 힘겹다.

그래. 쉬어가자.


가방에서 물을 꺼내 목을 축이고

잠시 근처에 걸터앉아서 땀을 닦자.

시간을 먼저 떠나보내며 휴식을 취하자.


여행이 느리다고 해서 남들보다 뒤처지는게 아니다.

빠르게 많은 곳을 둘러봤다고 해서 누가 상주는거 아니다.


느리게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행운.

어쩌면 느리게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이유가 있다.


숲 속에서 이파리들이 서로를 부비며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들의 부빔이 가져오는 향긋한 풀내음을 맡을 수 있다.

숲 속 어딘가에서 뛰노는 고라니 가족의 모습도 볼지도 모르고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찬란한 햇빛도 만끽할 수 있다.


그러니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여행의 종착지는 아직 멀고도 멀었다.

아니, 종착지 자체가 없는걸지도 모른다.


-

-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걸까.


가방에서 지도를 꺼낸다.

지도를 펼쳐서 생각했던 루트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이 길이 맞는걸까. 아까 저쪽으로 가야했던건 아닐까.

이런저런 고민으로 지도 앞에서 시간을 보낸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고민 끝에 다시 지도를 가방에 집어넣는다.


'자, 결정했어. 가던대로 가는거야.'


결정은 나의 몫이다.

그 누구도 내 여행을 결정할 순 없다.


나를 믿고 다시 길을 나선다.

그 길에 끝이 내가 생각했던 그런 풍경이 아니더라도

나는 후회하지 않으리. 나의 결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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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songking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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