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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zi Apr 20. 2022

009. 미국? 한국? 미국 병원에서 출산 상담하기

귀국이 다가오는데 계속 불안하다

산부인과 정기검진이 있는 날이었다. 귀국 날짜는 다가오고 한국 코로나 상황은 여전해 보였다. 그래서 일단 의사를 만나 궁금한 점들을 다 물어보고 결정을 내려보기로 했다. 전날 밤 재택근무로 잠자리 든 시간이 늦었는데 병원 예약시간은 오전 8시 30분으로 일렀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 부지런히 준비해야 했다.


체중을 재고 진료실에서 간호사가 간단한 질문들을 했다. 간지러움은 계속 있지만 두드러기는 잡혔다는 것, 그리고 오늘은 질문을 좀 많이 하고 싶다고 했다. 원래 한국에서 출산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몰라 경험이 많은 의사와 그런 부분들을 상담하고 싶다고도 전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간호사는 우리에게 배정되었던 의사에서 다른 의사로 변경해주었다. 그 전 의사가 비교적 병원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분이라 연륜 있는 의사를 만나는 것이 더 필요해 보였었나 보다.


하이!라는 씩씩한 의사와 함께 의사가 들어왔다. 미국에 와서 2달여의 짧은 기간 동안 남편 따라갔던 것까지 포함, 모두 6명의 의사를 만났다. 다소 침착하고 젊잖아 보이는 한국 의사들과는 달리 미국 의사들은 생기가 넘치고 목소리도 크며 진료 외의 스몰 톡도 잘한다. 약간 나이가 있어 보이는 의사였는데 나는 질문이 많아요,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자신이 없어서 남편이 모든 질문과 답변들을 통역해줬다. 우리가 준비한 질문들은 대게 이런 것들이었다.


- 무엇보다 산모와 아기가 안전한 것이 중요한 데 현재 여기 산모들 코로나 상황은 어떤지, 그리고 만약 코로나에 걸리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 한국은 요즘 결혼 연령이 높아져 나 같은 고령 임산부들이 많다. 병원은 그런 부분에서 자연분만이건, 수술이건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 아시아인들은 대체적으로 골반이 비교적 작고 아기 머리는 큰 경향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경험이 많이 있는지?

- 한국은 식이나 공간 온도 등등 병원이라 할 지라도 산후조리 문화가 섬세한 편인데, 이곳은 어떤지?

- 39주 유도분만을 이야기하셨는데, 그렇게 되면 미리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는 것인지? 등등


의사는 질문에 자세히 대답을 해줬다. 일단 이곳에서 산모들이 코로나에 걸려 오는 비율은 이전에 비해서 많이 감소했다고 한다. 요즘에는 정말 많이 보지 못했다고 한다. 만약 출산시기에 코로나에 걸리게 되면 경증일 경우 이곳 병원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중증일 경우는 출산 후 중환자실 같은 곳에 격리되어 아이와 떨어져 있게 된다. 같은 병원에서 출산과 치료를 함께 받을 수 있다. 미국은 산모 1인당 병실 하나를 제공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환경은 좋아 보였다. 이곳 의사들이 모두 경험이 많다는 이야기와 함께, 16세부터 5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 인종들이 출산을 하고 있으며 따로 전문의가 필요 없이 내 나이가 특히나 더 많다거나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자신도 다시 아이를 갖는다면 자기 동료들에게서 출산을 할 거라고. 분만은 어쨌건 자연분만일 경우 아이 머리가 먼저 빠지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이니 그걸 잘 유도하면 된다고 했고 사례로 최근에 중국인 산모가 아이를 출산하고 갔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아이를 여기서 낳게 되면 인근 종합병원에서 출산을 하게 되는데 솔직히 거기 밥은 맛이 없으니 집에서 먹을 걸 싸오라고 했고 온도가 걱정되면 간호사를 통해 실내 온도를 높여 원하는 조건을 만들 수도 있었다(산과 병동 버추얼 투어가 있으니 사전에 보는 것이 좋겠다고 추천해줬다). 내 나이 대 산모의 경우 40주 정도가 되면 태중 영양 환경이 그렇게 좋기만 하지 않기 때문에 1주 전에 분만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았다. 날짜를 잡아 입원을 하게 되고 그 뒤로는 유도제를 맞아 우선적으로 자연분만을 시도한 뒤, 여의치 않으면 수술로 들어가게 된다. 일단 내 경우는 2주마다 한번씩 보고 막달에는 1주 간격으로 예약을 잡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예약 일정을 모두 잡고, 때 이른 유축기를 선물로 받고 돌아왔다.


전반적인 상황은 이해가 된 것 같았지만 아주 새로운 이야기들은 없었던 것 같다. 다시 보면 저런 질문을 하면 내가 의사여도 비슷하게 대답했을 것 같다. 그래도 병원 환경에 대해서, 코로나 치료와 출산 등에 대해서 궁금했던 내용들을 들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되기는 했다. 그렇지만 아직 마음을 하나로 딱 결정하는 것은 어렵다. 한국에 돌아갔을 때의 장단점과 이곳에 있기로 했을 때의 장단점이 너무 뚜렷하고, 출산 이외에도 영주권으로 인한 체류기간, 회사 복직과 관련된 문제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이곳 의료 상황을 들으니 안심이 되고 일부분은 한국보다 더 나은 환경이 제공되는 것 같아 여기가 더 안전할까 싶으면서도, 친정 가족과 함께 있는 편안함을 떠올리면 한국이 무척 그립다. 엄마는 내가 임신했을 때부터 축하하고 아이와 함께 가족을 만들고 사는 삶도 참 좋은 삶이라고 격려해주면서도 동시에 그 엄마로서 그 삶의 녹록지 않음을 알기에 딸인 나를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짠해온다고 했다. 여동생은 16주 좀 넘었을 때 첫 조카가 나에게 안기자 이모 지금 임신해서 무거운 것 들면 안 된다고 조카에게 조심시키면서 단속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그런 사소한 말이나 표정 모두에 딸과 언니로서의 나를 더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 있었던 것 같다. 고맙다. 깨끗하고 따뜻한 친정 공기가 그립다.


며칠 전부터 형님은 나에게 고이 간직해 두셨던 카시트와 유모차, 가제손수건과 이불, 그리고 돌아다니시면서 여자 옷이라 예뻐서 기쁜 마음으로 사셨던 신생아 복들을 계속 안겨주시고 있다. 예전에 조나가 썼던 것들인데 새로 사려고 하면 비싸기도 하고, 아이 크는 속도를 생각하면 사는 것보다 이렇게 돌려쓰는 것이 훨씬 이득이어서 기쁜 마음으로 받고 있다. 한국에 간다면 이걸 다 싸가지고 가는 것이고, 여기서 낳는 다면 이걸로 신생아 방을 세팅하는 것이겠지? 어떻게 결정하는 것이 아이와 나, 그리고 남편을 위해, 우리 세 식구를 위해 가장 좋은 일일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 물건 보다도 많은 아기 용품들.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 출산. 정말인거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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