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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zi Apr 20. 2022

001. 미국에서 출산을 걱정하다

팬데믹 시대, 산모들은 어떻게 해야 하지?

한국의 코로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예상은 했었으나 그래도 놀랍다. 줌으로 화상 회의를 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누군가의 가족이 확진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몸은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나, 내 가족과 친구들, 지인들은 모두 한국에 있으니 소식 만으로도 마음이 덜컹거린다. 일상이 회복되려면 어쩔 수 없이 지나갈 수밖에 없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불안하고 걱정이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2월, 미국가는 비행기 안에서 본 서해 어느 갯벌. 이때만 해도 코로나가 지금 같지는 않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에 혼란스럽다. 영주권 카드를 받기 위해, 최대 3개월 체류를 생각하고 지난 2월 미국에 입국했다. 병원에도 4월 말이면 입국할 것이라 말해 두었고, 조리원 예약도 수 달 전에 마쳤다. 나이 많은 산모이기에, 산후조리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최대한, 출산과 그 이후 내 몸 돌봄은 내 마음이 가장 편안한 곳을 택하자 싶었다. 그런데 3월 말이 되고, 오미크론 상황이 이렇게 되니 이 기준이 흔들린다. 시 가족 분들과 남편의 걱정. 시어머님은 일찍부터 한국 뉴스들을 내게 부지런히 전달하시며, 여기서 아이를 낳는 것이 어떻냐고 물어보셨다. 남편은 내가 괜히 신경 쓸까 봐 말을 아끼는 눈치였다. 그러다 어제, 자신은 한국에 가면 무엇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는 솔직한 얘기를 내게 전했다. 이런저런 입장이 모두 이해가 갔다. 다시 내 입장을 어떻게 세우고 행동으로 옮길지 고민이 되었다.


답답한 마음에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는 이미 3번의 출산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다. 임신부터 육아가 시작이라는,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는 마음껏 퇴행해도 괜찮지만 그 이후에는 중요한 타인의 삶을 책임지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내 삶의 큰 스승이다. 징징거림 가득한 내 이야기를 다 듣고 친구 역시 같이 고민해주었다. 일단, 한국이나 미국이나 출산을 대비하는 것이 둘 다 비등하게 만만치 않은 일임이 재확인되었다. 서울에는 남편 말고 아무도 없다. 남편은 한국 의료 상황을 잘 모른다. 더군다나 혹여 남편이 코로나 확진이라도 된다면 내 출산을 도와줄 이가 주변에 아무도 없다. 시국이 이러니 기저질환 있으신 친정부모님께 부탁드리는 일도 쉽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아이를 낳는다면 나는 언어 장애 없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따를 수 있고, 직접 오시는 것은 무리가 될 수 있지만 친정 가족들을 통해 혹시 발생될 응급 상황에 대한 의료적인 지지도 기대할 수 있고, 산후조리도 큰 탈 없이 받고 회복 수순을 밟을 수 있다. 단, 코로나만 비껴간다면. 그럼 미국에서 출산을 하게 된다면? 남편 주변에 시어머니, 형부네 가족 등이 경험을 살려 남편을 조력할 수 있어 남편 입장에서는 더 든든한 안전망을 가질 수 있다. 보험도 문제없는 상태이기에, 종합병원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오미크론이 한 풀 꺾인 데다가 인구 밀도도 낮은 동네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그러나 나는 낯선 언어와 상황 속에 계속 누군가를 의지해야 한다. 체계적인 산후조리는 없기 때문에 나 스스로 필요한 모든 것들을 이곳에서 준비해야 한다. 그 준비 안에는 집안 온도와 습도도 해당된다(온돌 없는 미국 집).


여러 생각들이 대화를 통해 일어나 뒤 섞이고 있는 때, 친구는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가 10달을 다 채우고 세상에 건강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즉 '배속 아이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이 기준에서 불필요한 생각들은 처 낼 필요가 있다. 물론 나를 잘 돌보는 것이 뱃속 아이를 잘 지켜내는 것과 다르지 않은 말이 건만. 얘기를 마치고 보니, 선택의 기준을 '내가 편안한가'에서 '아이는 안전한가'로 바꿔봐야겠다 싶었다. 나에게로만 집중하며 살았던 나에게는 낯설고 어색한 길이다. 어떤 결정이 되었든 간에 큰 용기와 결정을 신뢰하는 마음과 행동, 사려 깊은 준비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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