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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zi Jul 12. 2024

002. 체리를 따다

오늘은 근처 과수원에 체리를 따러 갔다. 내 인생 최초로  체리는 2005년 봄, 터키에서였다. 체리라는 것이 진짜 있는 과일이라는 것도, 그 과일이 이토록 달고 맛있다는 것도, 그래서 외국 영화나 만화를 보면 그렇게 체리체리 한다는 것도.  익숙하면서도 실은 처음인 이 과일을 낯선 타국에서 먹어보고 알게 되었다. 노점 리어카에서 한 되씩 담아 파는 체리를 보일 때마다 검은 봉지 한가득 사서 물로 대강 씻어 내고는 걸어 다니며 간식으로 먹었다. 귀한 과일을 이렇게 쉽게 사서 먹고 있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의기양양해져 허공으로 씨를 퉤퉤 뱉어가며 참 맛있게도 즐겼다. 그리고 오늘은 그 감미로웠던 검붉은 열매를 한 상자 넘치게 가득 땄다.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린 향긋하고 달디 단 체리들. 은 가지에 열린 열매를 손쉽게 따서 이리저리 씨를 발라가며 먹는, 양손과 입 주변 가득 체리 즙을 묻히고 연신 하하 웃고 있는 두 살 내기 딸이 보였다. 아무리 흔해졌어도 이 과일은 여전히 먹는 이들에게 행복을 주는구나 싶어, 지금도 참 귀하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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