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태국 도망기 1

메~~ 싸롱

by Chiang khong

나란 인간은................

도대체가 어찌도 이리 게을러 빠졌단 말인가!

분명 매일매일 브런치에 글을 올리리다!

다짐 다짐을 했건만!

태국 온지 3주가 되어서야 겨우 용기를 쥐어짜 글을 써본다.


나란 인간은. 뭐. 어찌할 도리가 없구나.


멋지 구리 하게 쓰고 싶었다.

감성이 뚝뚝 묻어나게, 읽으면 막 오금 저리게.

하지만 읽는 나 마저도 별로라.

편하게 쓰기로 했다.

박박 지워버리고.


그냥 심심풀이 아몬드처럼.


요즘 살기 너무 힘들다.

내가 쓴 이 도망기가 야밤에 씹어 먹는 치킨 한 조각이 되길 원한다.


나는 서른다섯이다.

나이만 먹었다.

모아놓은 돈도 경력도 없다.

현재 생애 가장 높은 몸무게를 찍고 있다.

아니다. 조금 모자라는구나.

한 1kg 정도.


쓰는 내가 가소로울 지경.

1kg라니....


69 kg입니다, 여러분!

네, 무지하게 먹었어요!


그래도 어제는 68 kg라서 너무 기쁜 나머지

만두와 빵 두 개 그리고 요구르트를 먹고 잤더니

오늘 다시 69 kg 되었다.

이런............


먹는 거 참는 게 이토록이나 힘들 줄이야.

그나마 다행인 게 이곳이 첩첩산중이라

마을에 단 하나 있는 세븐일레븐도 10시면 문을 닫는다는 거다.

아니면 벌써 나가서...


-사실인즉슨.

아까 사놓은 피자빵이랑 딸기 요구르트 따먹음.

그래도 양심적으로 남자 친구와 반반 나눠 먹었음.


본격적인 다이어트는 내일로 미루고!

우울 죽죽 한 과거의 이야기들도 모두 묻어버리고!


이번 여행기를 시작해보자!


5월 1일.

5개월 10일 동안 일해 모은 돈으로

도망 왔다, 태국으로.


인천에서 5시간 30분을 비행기로 쑝~

오밤중에 방콕 꿉꿉한 리조트에서 하룻밤을 때우듯 자고

다시 국내선 비행기로 쑝~

치앙마이에 도착!

이래저래

8일을 보낸 뒤 4시간 버스를 타고

타톤으로 왔다.

뒹굴뒹굴하다 보니 9일이 훌쩍 지났다!

남자 친구와 내가 미적거리는 공통분모를 지녀

하루야 이틀이야 하다 보니 순식간에 그리 되었소.


그리고 19일 비 오는 날.

진흙탕 길을 썽태우에 실려 이곳,

메싸롱에 온 것이다!


40도를 비웃으며 넘나드는 타 죽을 것 같은 태국 날씨는

이곳에선 선선한 바람으로 바뀌어 이제 겨우 숨 쉬고 살만해졌다.


메싸롱은 생각보다 큰 도시였다.

중국인들이 세운 마을이라는데

집집마다 홍등을 달고 텔레비전에서는 중국어 방송이 나오고

식당에서 먹는 중국음식 하며 동네 사람들의 대화도 중국어!

마을 간판이며 이정표도 한문이다!


허벅지에 알 베기며 올라갔던 절도 미락 사더라.

(한문을 잘 못 읽어 틀릴 수 도 있어요.

남자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일본어 간지로 미락사가 맞다네요.

우리 남자 친구 너무 이뻐! 한문도 잘 읽고 나보다 날씬하고.....)


암튼 산을 깎아 만들었나

마을 모든 길들이 심하게 오르락내리락 하야

모두가 오토바이를 애용하는지라 걸어 다니기가 조금 에로스럽지만


그래도

치앙마이나 타톤보다는 선선하다는 것,

싸우나에서 숨 쉬고 있지 아니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메싸롱은 나에게 진정 축복인것이다!



오늘 하루도

정말인지 게으르게 지냈다.

아침에 꼭 모닝 마켓에 가자고 신신당부를 해놓고서는

알람을 오후에 맞춰놓고 아침 10시 30분까지 자버렸다.

느지막이 일어나 밥을 먹고 또 잤다.

자고 일어나니 남자 친구가 튀김만두 배달!


먹고 마을에 있는 박물관 방문.

돌아오는 길에 샀던 아몬드를 다 까먹고도

배가 뒤틀리게 고파서 먹은 허니 요구르트 플루트!

물론 나의 거대한 위장은 더 더! 욕심을 부려서

피자빵과 딸기 요구르트를 우겨넣고서야 잠잠해졌다.


큰일이다.

남자 친구와 3kg 감량 300밧 내기했는데...

내일부터 폭풍감량이다!


이렇게 써놓으니 시작이 반이라고 벌써 살이 빠진 기분이 든다.

기쁘다!


암튼 오늘부터 겨우 글을 썼으니.

이 또한 시작이 반이라 조금씩 더 나아질 것이다.

매일매일 쓰기만 한다면야.


내일은 더욱더 아름다운 하루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


덜자고 조금 먹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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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둘러싼 개님들의 쟁탈전!

오직 개들에게만 인기 폭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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