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이 참으로 죽 끓듯.
6/1/수
-도시에 가고 싶어!
메싸롱의 초록이 지겨워진 나는 남자 친구를 졸라대서 치앙라이로 왔다.
그리고 5일이 지났다.
치앙라이에 있는 거의 모든 마켓을 샅샅이 훑고
마음껏 먹고 관광명소도 모두 둘러봤다.
씀씀이도 커져 메싸롱에 있을 때 보다 매일 2~3배는 더 써댔다.
매캐한 매연과 정신없이 오가는 차들과 사람들
복작복작하고 지저분한 도시 뒷골목을 거닐며 나는 다시금 초록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메짠.
인터넷에 쳐보면 선교활동에 관한 글만 주르륵 나온다.
우리는 그곳으로 갔다.
남자 친구가 밥 세끼에 500밧이라는 일본인 주인의 후지 게스트하우스에 가자고 졸라 댔지만
왠지 내키지 않아 미리 사전답사를 시킨 후 조용한 방갈로를 잡은 것이다
치앙라이 버스 정류장에서 매 20분마다 출발하는 로컬 버스를 타고 (20밧)
싱그러운 초록으로 다시금 귀환했다.
버스 정류장은 시내에 있어서 숙소까지는 꽤 걸어야 했다.
지나가는 뚝뚝이나 썽태우를 타자고 내가 그토록 이나 졸라댔건만
남자 친구는 튼튼한 두 다리가 있다며 게으르다고 타박을 하고는 씩씩하게 걸어갔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딴띱 리조트!
개 4마리와 친절하지만 영어가 조금 부족한 언니들이 있는 곳이다.
작은 방갈로는 300밧인데 조그만 거실에는 의자 두 개와 냉장고
안에는 침실과 선풍기 텔레비전 핫 샤워도 되고
심지어는 주차공간도 있다!
약간 불편한 건 핫 샤워를 할 때마다 가스를 켜야 한다는 거.
내가 유난히 가스를 무서워해서 켤 때마다 남자 친구에게 부탁하는 게 좀 번거롭긴 했지만
각각의 방갈로에서 조용하고 편하게 쉴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재빨리 샤워를 하고 배를 채워 넣기 위해 다시 시내로 향했다.
돼지고기 바질 덮밥. 팟 까파우 무 쌉.
메싸롱에서부터 맛이 들린 음식이다.
팟타이, 쏨땀, 카우 쏘이 외에 내가 먹을 수 있는 태국 음식이 하나 더 늘어났다.
(메싸롱에서 처음 먹어봐 중국음식인줄 알았음.
중국 음식 의외로 입에 맞네! 하며 신나라 했는데 태국의 대표 음식이었다니...
그걸 태국 여행 총 11개월만에 알아냄....ㅎㅎ)
시내를 신나게 쏘다녔는데 의외로 큰 시장이 있었다!
메싸롱에서 내려올 때 꽤 많은 마을들을 지났는데 아마 그 사람들이 이곳에서 생필품을 사가는가 보다.
은행도 많고 의외로 번화한 도시였다.
생각 같아서는 더 머물고 싶은데 남자 친구의 비자가 6월 8일 날 끝나는 바람에 어떻게 될지를 모르겠다.
그리고...
드디어 내기의 결말이 다가왔다.
세븐일레븐에서 1밧 체중계에 몸을 실으니...
방금 먹어서 그렇다고 벅벅 우겨댔지만 살은 하나도 빠지지 않았다.
69.2kg.
어제부터 운동도 했는데 어쩌고저쩌고 하며 변명만 늘어놨지만
결국 너무 많이 먹는 게 문제다.
필요 없다며 너는 의지가 약하다, 진실을 마주하라 고 못내 실망하는 얼굴의 남자 친구에게
다시 내기를 제안하고 300밧을 억지로 쥐어줬다.
2주 내로 반드시 되찾겠다고 윽박질렀다.
-망고 바나나 요구르트 셰이크
-바질 돼지고기 볶음과 계란 프라이 2개
-초코 셰이크
-요구르트 조금
-옥수수 반쪽
-파인애플 셰이크 조금
-파인애플 (생)
내가 오늘 하루 먹은 것들......
그래서 저녁을 그냥 파인애플로 때웠는데 뭐 첫날이지만 참을만했다.
남자 친구에게 파인애플의 효과를 물어봤더니 당분이 많다고 또 한 번 속을 긁어댔지만
어쨌거나 전날에 비해서는 조금 먹은 거다.
시장에서 하나에 10밧짜리 돼지고기 꼬치를 사서 개들한테 나눠 줬더니
다른 개는 꼬리가 떨어져라 살살 거리며 넙죽넙죽 받아먹었지만
유독 흰 개 한 마리는 끊임없이 짖어 대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분홍색 젖꼭지가 주렁주렁 달려서 내가 임신한 개다, 그래서 유독 경계가 심하다
하고 유창하게 설명했건만 알고 보니 그냥 뚱뚱한 개였다.
참!
오는 길에 학교 근처에서 암캐 한 마리를 두고 수캐 4마리가 싸우는 것도 봤다.
수캐 한 마리가 교미를 시도하자 암캐가 어찌나 사납게 굴던지
그걸 지켜보는 다른 수캐 3마리도 덩달아 흥분하고 난리를 쳐댔다.
그 와중에 나는 돼지고기 꼬치를 주고 모두들 교미 때문에 신경전을 벌였지만
검은 개 한 마리는 넙죽넙죽 받아먹었다.
역시.
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살은 빼고 싶다....
내가 먹은 음식들이 모두 남친에게 가게 해주소서.
살 찌는게 소원이라니....
중국음식인줄 알았던 팟 까파우 무 쌉. 이름 참 어렵당.
나의 사진 올리는법.
아이폰 찍는다-페이스북 올린다-다시 다운받는다-브런치에 올린다
친구가 준 아이폰 비번을 모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