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이 일요일!
이번 태국 입국에는 이스타 항공과 녹 에어를 이용했는데
들고 온 가방이 총 4개다.
작은 캐리어, 작년 방콕에서 샀던 200밧짜리 옆가방,
컴퓨터 가방, 그리고 휴대용 작은 백팩.
200밧짜리 옆가방 빼고 어디선가 다 얻어다 쓴 거다.
혼자 여행할 때는 당연히 혼자 이고 지고 다녀야 하지만
튼튼한 남자 친구, 최소한의 물건만 가지고 여행하는 남자 친구가 있으니
옆가방 하나를 넘겼다.
거의 대부분의 옷들이 이 옆가방에 있어
은근 무게가 나갔다.
치앙마이-타톤-메싸롱-치앙라이를 거치며 짐을 나르던 남자 친구는
딱 한번 메싸롱 오르막길의 계단과 구릉을 넘을 때 살짝 구시렁댔다.
이게 항상 조용하던 사람이 한마디 하는 게 여파가 큰지라
자꾸 미안하고 눈치가 보이는 것이다.
안 그래도 작은 백팩도 한쪽 어깨 끈이 달랑 거려서
두 가방을 합칠 하나의 거대한 백팩을 사기 위해 시장엘 갔다.
시장에 가기 전에 왓 쁘라 깨우에 갔는데
안에 작은 박물관과 에메랄드 불상이 참 볼만했다.
한적한 사찰에는 작은 연못이 있고 그 안에는
거북이들이 버글버글 했다.
보통 이런 곳에는 고기밥을 파는데 없어서 남자 친구가 참으로 아쉬워했다.
사찰 옆에는 재래시장이 있었는데
오전장 끝나고 낮시간이라 반은 닫혀 있었다.
가방을 찾아 눈을 부라리며 돌아다니는데
거북이 밥을 못줘서 그런가
아님 어제 하도 돌아다녀 그런가
남자 친구가 공기가 안 좋다는 둥 어쩌고 그러면서 짜증을 조금 냈다.
나는 자기 생각해서 지금 큰 가방을 고르고 있는데(?)
내 성격에 이 마켓 안에 있는 모든 가게를 찬찬히
보고 만지고 묻고 해야 하는데
그만 남자 친구가 퉁퉁 대니 마음이 급해지는 것이다.
그냥 눈에 들어오는 첫 번째 가방 가게에서 사버렸다.
640밧이었는데 500을 부르자 주인이 헛웃음을 쳤다.
진심이 느껴져 550을 부르니 이번에는 콜!
가방을 등에 매고 향한 곳은 센트럴 프라자!
새우를 넣은 팟타이를 계란으로 살포시 감싼 맛난 것을 먹고 나자
남자 친구가 흐물흐물 부드러워졌다.
가로로 길게 누운 2층짜리 건물에서
에어컨 바람을 시원하게 쐬며 돌아다니니 이제야 살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 조금 몸을 쉬고 곧바로 향한 곳은 선데이 마켓!
대부분이 나이트마켓이나 토요 마켓에서 본 친숙한 얼굴들이었는데
규모는 토요 마켓보단 작았다.
대신 과일과 야채를 파는 곳이 정말 많았다.
또한 대부분이 먹거리로
치앙라이 주민들의 외식의 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눈이 뒤집혔다.
다코야키, 쌀 구이 꼬치, 돼지고기 꼬치, 망고 요구르트, 코코넛 아이스크림에
초콜릿 케이크까지.
쉴 새 없이 먹어댔다.
토요 마켓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무대를 마련하고
온 주민이 다 같이 춤을 추며
그 옆에는 아이들을 위한 작은 놀이기구가 있었다.
한참을 먹고 30분에 70밧짜리 마사지를 받으러 갔는데
왠 시커먼 아저씨가 내 다리를 주무르려 하는 것이다.
해서 남자 친구를 주무르려던 아줌마와 바꿔달라고 했다.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다.
아줌마는 마사지 가게 주인인 듯
내 다리를 한번 주무르고 호객 행위에 나서고
한번 주무르고 돈 계산하고 점원들 부리고
암튼 30분 동안 마사지한 건 한 10분이 되었나.
내 생애 가장 성의 없고도 형편없는 마사지였다!
다만 그 앞에서 하는 태국 전통 공연을 보는 재미에
겨우 화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특히 푸른 전통옷을 곱게 차려입은
연식이 좀 되어 보이는 여성은
사과처럼 입안 가득 미소를 머금고 동작 하나하나에
섬세함과 우아함을 담아 정말 아름답게 잘 추웠다.
치앙마이 자이언트 공짜 박스에서 주워온 슬리퍼 아래에
불뚝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서 발바닥에 물집이 잔뜩 잡혔는데
꾸역꾸역 미련하게 참아내다가 드디어 69밧에 슬리퍼 하나를 샀다.
살 때는 세상 참 돈이 좋구나 싶어 날아갈 듯 걸어 다니다
그 후 나이트마켓에 똑같은 신발을 59밧에 파는 걸 보고
분노에 차올랐다.
사람 마음은 참으로 간사했다.
살찌는 게 소원인 남자 친구가 인터넷으로 찾아낸 프로테인 음료를 사고
요사이 변비 때문에 고생 중인 내 요구르트 하나를 사들고
돌아오니 하루가 끝났다.
아. 백수가 참 바쁘구나!
치앙라이 일요마켓.
먹자 먹자 먹자꾸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