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질.
6/3/금
금요 마켓 이라니!
점심을 먹으러 어슬렁어슬렁 기어나간 게 12시쯤.
거리에 못 보던 천막이 슬금슬금 생기더니
바나나, 버섯, 죽순 등등 야채와 과일을 팔고 있었다.
메짠에도 시장이 서는구나!
부푼 가슴을 안고 점심 먹고 한숨잔뒤 나가려고 하니
꾸물꾸물 날씨가 심상치 않다.
6월의 태국은 시도 때도 없이 비가 찾아온다.
그래도 오락가락하며 간간히 잦아들기에 괜찮겠거니 길을 나섰다.
예상대로 도로 가득 오색찬란 천막들이 쳐지고 시장이 들어섰다!
망고, 바나나, 망고스틴 반가운 람부탄 등의 과일과
고구마, 감자, 죽순, 버섯 등의 야채.
검은 돼지머리를 떡하니 올려놓고 파는 정육코너와 새우, 생선등의 해산물.
개구리, 자라, 금붕어 그리고 얼떨결에 팔려나온 4마리 노란 강아지들.
오코노미야키, 도라야키, 코코넛 과자, 치킨, 피자, 샐러드, 각종 튀김, 고기 꼬치, 과일 셰이크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온갖 향기로운 음식들!!!!!
간간히 눈에 띄는 옷들과 신발, 속옷, 전자제품, 액세서리 등등
메짠 인근 주민들을 위한 온갖 물건들이 바글바글했다.
평소에 못 보던 차들로 도로는 주차장이 되어 버려 걷기도 힘들었다.
모두들 메짠 인근 주민들이거나 산에서 오늘의 장사를 위해 내려온 사람들이다.
고산족 복장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들은 작은 봇짐에 죽순과 바나나, 리치를 담아 팔러 나왔다.
사실 할머니들은 12시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다.
큰 천막 안에는 철재 프레임들이 뼈대를 이루고
박스에서 곱게 포 게진 물건들을 정성스럽게 정리하고
어제부터 손질해놨을 음식들이며 청과들을 보기 좋게 진열해놓으려고 하려는 차.
느닷없이 폭우가 쏟아진다.
모두들 천막 아래 숨어들고 비가 잦기를 기다린다.
한 10여 분 뒤 나와 남자 친구가 40밧짜리 피자를 허겁지겁 먹은 뒤에야 비가 흐릿해진다.
조금 걸음을 옮기려니 다시 세차게 몰아치는 빗줄기.
약 올리듯 약해졌다 강해 졌다를 반복했지만 결코 멈추지는 않았다.
망설이던 상인들은 다시 짐을 싸기 시작한다.
운수 없는 날.
그러나 모두들 조용하고도 묵묵히 짐을 싼다.
오직 먹거리 상인들만 제외하고 모두가 사라질 즈음
그제야 비가 그쳤다.
이틀 동안 저녁을 파인애플로만 때웠던 나는 눈이 뒤집혀
정신없이 먹었다.
죽기 살기로 먹고 나서야 조금 후회되었지만
평소보다 운동을 더 하면 되니 뭐. 상관없다.
(얼마만큼이나 더 해야 하는가.
작은 핫도그, 돼지고기 꼬치 하나, 찰밥 조금, 버터 옥수수 조금, 작은 피자 반
망고 셰이크, 새우튀김 하나, 고기 과일 꼬치 하나
다코야키, 파인애플을 없애기 위해서는... 밤새도록? ㅎㅎ)
한바탕 먹고 나자 폭풍우 같은 비가 몰아쳤다.
우리 둘은 희희낙락 미쳐 날뛰며 빗속을 마구 달렸다.
숙소로 향하는 길은 벌써 어둑해져 있어 혼자였다면 꽤나 무서웠을 것이다.
이럴 땐 혼자가 아니라는 게 참 위로가 된다.
누군가의 존재만으로도 뭔가 마음이 놓일 때가 있는 것이다.
무시무시한 하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