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대통!!! 덩실덩실 800밧!!!
7.22. 금.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다시 한번 확인해 봤다.
번호를 차근차근 입력하고 유닛도 입력했는데
결과는 똑같았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십몇년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결과
드디어 드디어 복권에 당첨된 것이다!
그것도 먼 이국땅인 태국 치앙마이에서!
요즈음 우리는 오토바이를 렌트하는 대신 걸어 다닌다.
덕분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작은 길과 사람들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맛집도 매일 새로 발굴 중이다)
드물게 일찍 일어났다.
8시.
아침을 어디서 먹을지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왓째린 근처 25밧 채식 식당에서 먹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로운 길.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골목골목을 누빈다.
올드시티에서 겨우 10여분 거리인데도 이곳은 마치 작은 시골길처럼
정겹기 그지없다.
새로 들어간 골목에는 악취가 코를 찌르는 집이 하나 있었다.
새장이 수십 개 지붕 아래 포도송이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는데
구관조며 산비둘기 등 여러 종류의 새들이 죄수처럼 갇혀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불쑥.
고개부터 들이밀고 사람 좋은 미소를 허방 하게 띠자
아저씨는 막 들어오라고 하신다.
하지만 바닥에 질퍽질퍽한 정체모를 쓰레기 더미와 그 속에서
계속 발효 중인 악취 때문에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냥 여기서 보겠다며 새들을 차근차근 살펴보는데
부리나케 산비둘기 한 마리를 들고 오신다.
그리곤 손을 몇 번 휘저으니 이놈의 새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우웅 우웅 하고 춤을 추는 게 아닌가!
득의 만만한 아저씨의 미소 덕분에
나도 같이 웃고 남자 친구도 같이 웃었다.
왓 치앙 옌.
처음 와보는 절이다.
물론 지나다니며 수없이 봐왔다.
거의 11개월을 치앙마이에 머물러 왔지만
단 한 번도 들어가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 절이 새집 아저씨의 집과 골목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에
얼결에 들어온 것이다.
고요하다.
작은 사원이 그러하듯 사람도 없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맨발로 사뿐사뿐 올라가보니
건너편 올드시티와 창푸악 게이트가 보인다.
그동안 사원으로 끌려다녔던 무교도 남친은 벌써부터 지루해지는지
자꾸 눈치를 준다.
밖으로 나와 걷다가
근처 버스 정류장을 발견했다.
이 버스는 무려 반캉왓도 가고 공항에 로빈슨 와로롯 치앙마이 게이트등
온갖 곳을 다 찍는 말그대로 관광 버스였다.
스님은 15밧. 일반은 20밧.
이게 말로만 듣던 그 에어컨 하얀 버스,
치앙마이에 2대만 있다는 그 공공 시내 버스란 말인가.
(공공 썽태우도 있다는데 벌써 2번이나 타는데 실패함....)
타야 한다, 이번엔 반드시!
나와 남친이 기다린지 한 5분이 지났을까.
겉에 잔뜩 태국어를 쓴 하얀 버스가
우리를 본체만체 하며 룰루랄라 지나가버린다.
치앙마이는 해자를 중심으로 일방통행하게끔 되어 있었는데
정류장 앞에 검은 차가 주차되어 있어서 우리가 그 차 주인인줄 안건가.
내가 팔을 흔들며 펄쩍 펄쩍 뛰기까지 했는데.
혹시 몰라 20분 간격으로 있다는 버스를 기다려 본다.
남친의 궁시렁 거림을 참으며 20분이 된 순간
결국 포기하고 다시 걸었다.
5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라니 언젠가 눈에 띄면 탈 수 있으리라.
남친도 나도 이글거리는 태양에 지쳐 서둘러 식당부터 찾았다.
도저히 지쳐서 치앙마이 게이트까지 갈 수가 없다.
두리번 대다가 또 늘 지나곤 했던 베지테리언 간판을 따라 홀린듯 찾아간 곳이
바로 후앙 베지테리언.
가정집을 개조해 1층에 식당을 만들어 놨는데
서양식, 태국식 채식 요리를 팔았다.
인심좋고 예의바른 아저씨가 주인인듯
다른 2명의 여성분과 함께 정성껏 요리를 만드시고 서빙을 하셨다.
귀여운 노랑 고양이 2마리는 덤!
여지껏 먹었던 채식 요리중에 정말인지 가장 훌륭했다!
햄버거 세트는 양파와 토마토 양상추와 두부를 폭신폭신한 햄버거빵 사이에
감칠맛 나게 끼고 그 옆으로 깨끗한 기름에 튀긴 두꺼운 감자튀김이 있었다.
남친이 시킨 무사만 커리가 압권 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깊은 맛이 절절히 우러나오는 커리는
인도에서조차 맛보지 못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빠니르 마살라 커리보다도 한수 위였다.
가격이 커리는 90 ,햄버거 세트는 70으로 평소 먹는 수준보다 좀 비쌌지만
이정도 맛이면 충분히 돈값했다.
(비싸고 맛없는 음식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가.)
이제 힘을 얻어 다시 왓째린으로 향하는 길.
아름다운 거울장식의 부다가 눈에 콕. 들어와 멈춰선 곳이
오늘의 두번째 사원 왓 쁘라 짜오 멩 라이.
본당 안으로 들어가 절을 올리고 뒤편 아름드리 나무에 앉아
부지런히 오가는 다람쥐도 보며 한숨 돌리고 있으니
저 멀리서 비둘기떼가 구구궁 구구궁 궁상을 떨고 있다.
또 내가 이런꼴 그냥 못보지.
얼른 가서 공룡모양 비스켓을 두봉다리
소세지를 하나 사와서 신나게 뿌려 댔다.
금세 다 없어졌다.
지들끼리 쪼아대고 날개를 푸드덕 대며 견제하고
어떤 작은 비둘기 새끼는 어미를 징그럽게 따라 다니며 먹이를 달라고 울고 있다.
내 발밑으로 기어 들어와 애처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놈도 있었다.
남친이 두번째 과자를 공수해왔다.
그마저도 금세 없어졌다.
우리가 뒤쪽으로 들어가 오래동안 나오지 않으니
사원 관리자가 슬쩍 들어와 한번 훑어보고 갔다.
다시 나와 걸어 치앙마이 게이트 건너편 토요마켓 열리는 곳에서 비둘기 밥
20밧짜리 2봉다리를 들고 횡단보도 앞에 서니
세상에나 전기줄 가득 족히 3~400마리는 되어 보이는 비둘기 떼가 있는게 아닌가.
갑자기 아저씨 한분이 홀연히 자전거를 몰고 나타나셔서
식은 밥을 마구 뿌리자
눈 내리듯 비둘기떼들이 무섭게 몰려와 미친듯이 먹어댔다.
왓째린에는 비둘기며 물고기며 정말 많다.
요사이 어디서 큰 시주가 들어왔는지 모래밭이던 바닥도 타일로 정갈하게 정리했고
호수 건너편도 멋있게 벽돌 다리를 만들었다.
그래도 나는 부셔질듯 피적피적 대는 대나무 다리가 훨 씬 좋다.
먹이는 예의 금방 없어지고 남친은 다시 먹이를 사러 갔다.
나혼자 호수 가득 떠있는 부레옥잠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고 있었다.
30밧어치 고기 밥을 비닐봉지 두겹으로 둘러싸고 신이나서 돌아온 남친.
둘이 다시 실컷 뿌리자 물고기며 비둘기 거북이들도 신나게 배를 채웠다.
올때는 썽태우를 탔다.
오자마자 비둘기 먼지를 뽀득뽀득 씻어대고
먹고 빨래돌리고 남친은 낮잠을 자고 나는 컴퓨터를 하는데
운명의 스카이프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쿠나 였다.
쿠나는 캄보디아계 프랑스 인이다.
나보다 20살은 많다.
어릴적 프랑스로 온가족이 이민을 가서 거의 40여년을 파리에서 살았다.
아직도 모든 가족이 파리에 있지만
치앙마이와 사랑에 빠진 그는 솜펫 마켓근처에 3층짜리 집을 얻어 혼자 살고 있다.
그와 만난것은 자이언트 게스트하우스에서였다.
그는 매니저 몯의 오래된 믿음직한 친구로 나와 안면을 튼뒤
간간히 집에 초대해 다같이 식사를 하거나
게으른 나를 이끌고 사원에 기도를 드리러 가기도 했다.
요근래 탄닌 시장 근처 마사지 학교에 수업을 들으러 온다던데
그곳 학생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한 모양이다.
프랑스여자한명, 한국 아가씨 한명, 태국 핫야이 출신 아가씨 한명
그리고 갑자기 초대받은 나와 타케루 이렇게 5명과 집주인 쿠나가
조촐하게 파전,프랑스 라따뚜이,태국식 샐러드와 과일을 배터져라 먹고
음악을 듣고 노닥 거리고 있을때쯤.
불단 앞에 있는 7월 16일 추첨일 복권이 문득 정말인지 문득 눈에 들어왔다.
나와 남친은 간간히 복권을 사대지만 한번도 당첨이 안되었던지라
나는 이 복권을 맞추고 싶었다.
그리고 맞췄다.
그리고 당첨이 되었다.
태국 복권은 항상 2개씩 묶어서 80밧에 파는데
당첨금도 두배다.
한장에 1000밧. 2000밧이라니!!!!!!
내가 맞췄으니 40%는 내게 주겠단다!
세상에 이런 왕 행운이!
급한 마음에 지금 당장 바꿔 현금을 손아귀에 쥐고 싶었지만
이미 10시를 향해가서 복권 매대는 모두 문을 닫았다.
혹시나 와로롯에 가면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오토바이가 없구나.
하긴 내일도 바꿀 수 있지.
모두들 진저티와 두유를 한잔씩 걸치고
내일 아침 만나 왓파랏에 가기로 한뒤 헤어졌다.
800밧 이라니...
25000원 돈이지만 여기선 이틀 생활비다.
체감상 어마어마한 돈처럼 느껴졌다.
일단은 신이나서 오는길 썽태우 비도 내가 내고
세븐 일레븐에서 숙소 개 줄 생선포도 큰맘먹고 점보 사이즈 30밧짜리를 샀다.
개도 신나서 날뛰고
아직 쓸 돈이 많은 나도 신나서 날뛰고
남친은 말없이 흐뭇하게 지켜보고
오늘 비둘기며 물고기들한테 밥을 많이 준게 행운으로 이어진것 같다.
(100밧어치 샀다. ㅎㅎ)
치앙라이에서 산 중고 20밧모자 눌러 쓰고
얼굴에 썬크림과 다나카 바르고 출발이다.
왓 치앙 옌 불상.
먹구름이 잔뜩 껴서 우산 가지고 나갔더니만...
비는 오지 않았다.
작고 조용한 사원 왓 치앙 옌
왓 치앙옌 앞 버스 정류장 안내도.
공공 썽태우와 달리 친절히 영어로 설명되어 있다.
반드시 한번은 타리라.
이런거 찍는거 좋아함. ㅎㅎ.
fuang veg. 식당.
마사만 커리와 햄버거 세트.
커리가 압권!!!!!!!!!!
아이구야. 귀엽당!!!!
이런 벽화가 시내곳곳에 있다.
치앙마이 사람들 아기자기한거 정말 좋아하는듯.
딱 내 취향!
왓 쁘라 차오 멍 라이 템플.
태국 사원의 거울 장식 사랑해용!
멍라이 사원의 둘기들.
무한 위의 소유자들.
정말. 색조합 이쁘당!!!
치앙마이는 이쁜거 투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