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친구의 방태기
7.24. 일.
친구가 왔다!
직장인의 황금 같은 일주일 휴가를 고스란히 치앙마이에 반납하러 온 것이다!
거진 3달 만에 한국어로 실컷 떠들 기회다!
며칠 전부터 이것저것 알아보고 눈이 빠져라 기다렸다.
우선은 먹고 싶다는 망고부터 미 대사관 앞 무안 과일 시장에서 사다 쟁여놓고
탄닌 근처 10밧 과일가게 개시 전부터 호들갑을 떨며 종류별로 깡그리 사 두었다.
아!
로지트 호텔 로비에서 만난 친구의 얼굴은 한국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정말 지쳐 보였다.
메일을 거의 8번이나 보내서 겨우 예약해 놓은 호텔 픽업이 어이없게도
바람과 함께 날아가 버리고 공항에서 헤매다 겨우 택시를 타고 왔다는 것이다.
이런이런...
어쨌거나 호텔 시설은 호텔같이 좀 좋았다.
정면으로 보이는 로지트 호텔은 작아 보였는데 그 뒤로
벌집처럼 수두룩 빽빽하니 방들이 늘어서 있었다.
(조명이 어두운 것만 빼면 괜찮았다.
금고 열쇠가 고장 나 있는 것도 뺀다면...)
우선 짚라인, 치앙라이 투어, 나이트 사파리를 예약하러 두 군데 여행사부터 갔다.
한 군데는 라면 먹다 손님 받아서 그런지 가격이 이랬다 저랬다 했다.
해서 왓 판핑 근처 시리 게스트하우스에 갔는데
주인아저씨 역시나 넉살 좋게 친절하셨다.
서로 만족하는 가격에 계약 체결.
(짚라인이며 치앙라이 투어는 좋았는데
나이트 사파리는 중국팀에 끼는 바람에 힘들었다고 한다.
가이드가 기본적인 영어가 안되고 오로지 중국어로만 주야장천
설명했다니... 원...)
이제 대망의 선데이 마켓 보러 갈 시간!!!
친구의 기대는 컸다.
매주 일요일 보는 선데이 마켓은 거의 40번은 온 것 같다.
그런데도 올 때마다 새롭다.
그 자리 그대로 파는 물건도 똑같고
길거리 공연하는 버스커들도 똑같은데
하물며 매주 보는 토요 마켓 사람들과도 똑같은 사람들인데도
이상하게 재밌다.
안 보면 일주일의 마무리가 안되는 것처럼...
구석구석 제대로 보려면 4~5시간은 걸린다.
그냥 타패 게이트에서 왓프라씽까지 직선으로 보면서 훑어도 2시간은 걸린다.
중앙 거리에서 옆길로 새면 사 원 안에는 음식들이 가득가득
왓판온 근처에는 길거리 마사지가
삼왕 상 안쪽으로는 중고마켓 거리까지 있다.
아....
다른 건 빼더라도 정말 먹는 건 너무너무너무너무 많다.
계란구이, 인도 카레, 버섯 야채말이, 팟타이, 돼지 꼬치, 초밥, 케이크,
과일 셰이크, 와플, 아이스크림, 떡구이, 로띠, 소시지 구이들
이루 셀 수가 없다. 완전 천국이다.
우선은 계란구이를 사 먹고 팟타이와 인도 카레로 가볍게 몸을 풀어준 뒤
친구 아버님께서 부탁하신 말린 망고를 그득그득 샀다.
친구 눈에 띄어 동전지갑도 두어 개 사고
내 눈에 띄어 물고기 모양 코코넛 비누 받침도 샀다.
하나에 십 밧씩.
이건 뭐 재료값이고 나발이고 너무 싸다!!
솔직히 사고 싶은 건 정말 많다.
스카프며 태국식 전통 치마며 하다못해 타이 팬츠라고 부르는 통 넓은 바지들도
고양이 무늬나 전통 나염으로 특이하게 염색해서 눈 돌아가게 이쁘다.
코코넛을 조각해서 만든 전등갓과 색색깔 전등 장식에 한지로 만든 전등갓
조명 관련 물품들도 이쁘다.
천으로 만든 가방, 가죽으로 만든 가방
직접 두들겨서 만들고 있는 코끼리나 태국 여인들의 나무 조각들.
은 액세서리며 구슬 액세서리들.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있다.
한국에서 제법 비싼 값에 팔릴만한 물건도 있다.
한번 팔아볼까?
우리는 먹다 보다 걷다 지쳐서 야몽을 산 뒤 호주 어학원 근처에서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사실 다들 30분만 받길 원했지만 내가 강력히 주장
1시간을 받았다.
길거리 마사지는 대부분 그저 그렇다.
한 번은 아저씨한테 받다가 성추행까지 당한 적 있었다.
마사지로 주물럭 걸리는지
아니면 음흉한 마음에 주물 떡 걸리는지 여자라면 단박에 알 수 있다.
그 후론 절대 단연코 남자에게 마사지를 받지 않는다.
수다는 거침없이 이어졌다.
친구가 듣고 있던 말던 말이 터져 나왔다.
거의 3개월을 참고 있었던 한국어들이 폭발해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 걸을 수 있다는 남자 친구에게 친구 핑계를 대고는 썽태우에 실려 왔다.
정말 행복한 선데이 마켓 이었다.
이런 하늘은 그저 흔한 일상....: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