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태국 도망기 28

찍고 찍고 찍고!

by Chiang khong

8.4. 목.


밥 달라고 둘기들이 난리다.


옆집 지붕이 손에 달락 말락 한데 비둘기며 참새며 여타 다른 새들까지
놀러와 날개 썬텐도 하고 사랑도 나누고 잠도 잔다.
집에 남는 빵 덩어리가 있어 주기 시작한 게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이제는 주객이 전도되어 아주 상전이다.


오늘은 강아지 주연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러 갓 쑤언 깨우에 가기로 한날.
8월 4일 개봉이라 기다리고 기다려 갔더만...
태국어 더빙 판 뿐이란다.
갓 쑤언 깨우 영화관은 월화수 90밧이고 목금은 110밧 (토, 일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으로
로빈쓴이나 마야가 수요일 무비데이 100밧인데 비해 싸다.


타잔을 남자 친구와 나 오직 둘만 본 적도 있다.
아무리 평일이라지만 사람이 너무 없어서 무서울 지경이었다.
(그때는 90밧)


-어차피 못 알아들을 거 태국어면 어때?
남자 친구가 또 속을 긁어 댄다.
아무리 그래도 영어는 눈치껏 알아들을 수 있는데
태국 어는 영 못알아 먹잖아!!

툴툴 대는 남자 친구를 끌고 오락실에서 신나게 한판 두들기고 푸드코트로 내려갔다.


갓 쑤언 깨우에 오면 항상 탑스 슈퍼마켓의 푸드코트에서 먹었는데
오늘은 그 옆 태국 전통관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의외로 먹을게 많았다!
반찬 두 가지 선택해서 밥이랑 30밧!
반찬도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나는 계란 프라이에 야채 볶음
남자 친구는 치킨가스에 태국 카레!
과일 셰이크도 20밧이라 망고 셰이크도 쪽쪽 빨아먹으면서
신나게 먹었다.
이야. 정말 30밧이라니... 말이 안 나온다.
(우리 집 근처에는 20밧짜리 오믈렛도 판다. 물론 수북한 밥 포함)

정말 좋은 가격에 썩 괜찮은 점심을 먹고 원래는 올드 시티 내 치앙마이 경찰서 옆
왓 시껏 120밧 마사지를 받기로 한걸
밥 먹고 잠도 오고 귀찮기도 해서 바로 옆 마사지 업소에서 받기로 했다.


남자 친구는 타이 마사지
타이 마사지가 아픈 나는 오일과 야몽을 발라 슬슬 해주는 풋 마사지.

내 담당 마사지 할머니는 엄청난 수다쟁이여서
옆 마사지사와 폭풍 수다를 떨며 마사지는 하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연륜이 묻어나긴 했다.
별로 힘도 안 들이고 슬슬 했는데 그럭저럭 괜찮았다.
바로 옆에는 한국인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어쩐지 말을 붙일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도 외국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나이가 많을수록 쉽게 다가서기가 힘들다.
아무래도 한국 특유의 상하 관계도 있고
남자 친구가 외국인인걸 안 좋게 볼 수도 있으니까.
(특히나 나처럼 한철 벌어 한철 노는 여행자를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시는 어르신들이 많으시다.
어디든 붙어서 부지런히 먹고 살지 못하는 인생이니까....)


마사지가 끝나고 요사이 남자 친구가 미쳐있는 말린 망고를 사러 와로롯에 갔다.
말린 망고며 타이 차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여기저기서 호객행위에 관광객들에게 치여서 그만 도망가고 싶었으나
어찌어찌해서 설탕 안 넣은 망고 두 봉지를 150밧에 샀다.

비누도 떨어져서 까칠까칠 천에 쌓인 허브 비누도 1개 19밧 2개 사들이고.
드림캐쳐 만들 구슬도 몇 개 고르고 이곳저곳 기웃기웃하다가 나왔다.


와로롯은 언제나 변함이 없어 좋다.
특유의 중국풍 분위기마저도.


깜 띠앙 로터스에 들려 물이며 비둘기들 줄 빵도 한 덩이 사고 집에 돌아오니
벌써 3시다.


그새 배가 고픈지 밥 달라고 생떼를 부리는 남자 친구.
가위 바위 보 해서 진 사람이 오믈렛과 파인애플 사 오기로 했는데
또 내가 졌다.

아놔. 무슨 술수를 부리는 건가...
이 더운 날 나가야 하다니, 방금 샤워해서 겨우 뽀송뽀송 해 졌건만..
구시렁 구시렁대며 얼굴에 다나카를 바르고 (미얀마 천연 선크림)
나섰다.


파인애플은 창푸악 터미널 세븐일레븐 앞 노점상에서 아주 꿀 바른 걸
20밧에 파는데 또 까다로운 남자 친구님은 그게 잡수고 싶으시단다.
원하시는 대로 사드려야지.

마침 학교가 파했는지 중고등 학생들이 정말 부글부글했다.
오토바이며 차며 아이들까지 한데 뒤엉켜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파인애플과 오믈렛을 사들고 집에 도착해 먹고 한숨 돌리고 나니
또 심심해졌다.


-호수나 갈까?


매림 가기 전 훼 텅 따오 호수 (Huay tung tao) 가 있다.
입장료가 50밧인데 꽤 볼만 하다.
방갈로가 호숫가 근처로 죽 늘어서 있는데
그곳에 앉으면 자동으로 (?) 방갈로 주인이 찾아와 메뉴판을 내민다.
물론 음식양은 적고 맛도 없지만 비싸기까지하다.
순전히 자리값이다.


어디선가 공무원들 퇴근한 6시 이후에 가면 입장료가 공짜라고 하길래
우리는 호수 물고기 줄 빵 한 덩이와 간식 삼아 먹을 과일들을 사들고
호수로 향했다.

첫 번째 매표소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신나라 밟았더니
두 번째 매표소 앞에 커다랗게 입장 종료가 써있다.
일단 들어간 사람들이 나오는 출구는 열려있다.
한국인인 나라면 그곳으로 들어갔겠지만
양심이 반짝반짝한 일본인 남자 친구는 어림없다.


돌아서 나오다가 그 옆 마을 구경이나 해볼까 해서
비포장 도로로 들어섰다.


전 세계 시골들은 어쩌면 이리도 똑같은 걸까.
이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이라니!
금방이라도 할머니가 달려 나와 밥상이라도 차려줄 것만 같다.
닭들이 한가로이 모이를 쪼아대고
대문은 활짝 활짝 열려있고 햇살이며 공기며 나무며 모든 것이 순진무구하게 빛난다.


그리고 개들이 우리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아주 사납게 짖어대며!
보통 새끼 가진 개들이 그러건만 이 개는 미친 듯이 마치 악다구니를 써대며
내 허연 종아리를 물듯 말 듯 쫓아오는 것이다!
비포장 도로라 마구 달릴 수도 없다.
우리는 순식간에 공포를 느끼며 서둘러 빠져나왔다.


그럼 이젠 어디로 간다....
우선 가솔린이 떨어져 셀프 주유소부터 찾았다.
50밧 충전하고 가솔린을 신나게 넣는데
중국 억양의 한 남자가 간절히 사무소의 태국 종업원에게 호소하기 시작했다.


-나는 가솔린을 넣을 줄 몰라요, 좀 도와주세요.
영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태국 종업원은 계속 태국어로 돈을 내라고 하고

중국 남자는 오토바이 뚜껑을 열어젖히고 기다리고 있는
여자 친구를 보며 계속 도와 달라고 하고.
이 둘을 두면 끝내 누군가는 화가 치밀어 오를 것 같아
남자 친구를 시켜 가솔린 넣는 걸 돕게 했다.

20밧 충전하고 한 13밧 정도 넣었을 때 갑자기 오토바이가 가솔린을 울컥울컥
토해내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이미 가득 차 있었던걸 모르고 더 넣은 것이었다.

고맙게도 떠나면서 우리에게 남은 5밧 을 줘서 얼씨구나 해서 넣으려고 봤더니
이미 5밧은 사라진 뒤였다.


셀프 주유 소면 가격이 더 싸야 하는 거 아니냐고 괜스레 투덜대며 도착한 곳은
치앙마이 대학교 정문 앞에 위치한 치앙마이 대학교 나이트 마켓!


젊은 태국 언니들의 아기자기한 취향의 옷, 가방, 신발, 액세서리며
달달한 온갖 간식, 뷔페, 화장품들이 넘실넘실 홍수를 이루는 곳이다.

우선은 대학교 내에 주차를 하고 가볍게 둘러보다
남자 친구가 미쳐 날뛰는 바람에 후렌치 후라이를 20밧 주고 사 먹었다.
친구가 하사하신 아이폰 4 케이스도 50밧에 샀다.
어느 블로그에서 본 아이스크림도 59밧에 사 먹었다.

이 아이스크림은 여러 가지 베이스며 토핑을 선택하면 아이스판에 둥 구두 두둥 두들겨서
만들어 주는데 나는 녹차맛에 화이트 초콜릿 그리고 블루베리를 주문했는데
음 ~ 꽤나 맛있었다.


이걸론 배가 안차 옆에 버섯이며 고기 꼬치를 선택하면 구워주는 게 있어
우리가 좋아하는 버섯 두 개를 골랐다.
한참을 기다려 겨우 받았는데 시키지도 않은 검은색 소스가 잔뜩 묻어 있는게 아닌가!

아차....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엄청 매웠다.
둘이 한입만 베어 먹고 입에 불이 나고 배가 아파 모두 버렸다.
하나에 5밧이었기 망정이지 10밧이었으면 난리 날 뻔.


이것저것 둘러보고 오토바이를 타고 치앙마이 대학교를 한 바퀴 돌았다.
이제는 마음껏 볼 수 없는 치앙마이 대학교.
티켓을 50밧인가 사서 정해진 셔틀을 타고 30분 정도 코스로 돌아보는 게 다이다.
중국 모 영화의 배경이 된 뒤 중국인들의 필수 코스가 되어 어마어마한 관광객이
밀어닥치자 대학교 측에서 내놓은 대책이다.
(소문에 의하면 중국 사람들이 대학 정문 앞에서 교복을 사 입고
대학교 식당이며 도서관이며 아무 곳으로나 마구 돌아다니고
사진을 찍어대서 그렇게 되었다는데 그건 모를 일...단지 소문일뿐....)


조용한 대학교는 무슨 작은 소도시 마냥 오토바이를 몰고 돌아도 끝이 안 났다.
겨우 후문에 도착해 보니 그곳에는...

먹거리 마당이 얼씨구나!
거진 500미터는 넘게 펼쳐져 있었다!
한낮에는 사람이 돌아다니지도 않더구먼
밤이 되니 이렇듯 불야성을 이루는 것이다!
그 근처로 대학생 맨션이 많더니 태국 외식문화와 겹쳐
온갖 먹거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중엔 처음 본 먹거리들이 꽤 되어서 우린 코코넛 밀크 셰이크를 골랐다.
35밧인데 오오! 코코넛 알갱이들이 오독오독 씹히고 코코아의 단맛에 고소한 우유맛까지.
아주 물건이었다!


남자 친구는 또 배가 고프다며 팟타이를 시켜먹고
조금씩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집에 도착하니 이제 9시 30분.

조용조용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따뜻하고 안전한 곳에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다는 게
그런 밤이 있다는 게 참으로 감사하다.


남자 친구아.
내일은 조금만 먹자꾸나.
ㅎㅎ

너야 먹어도 살이 안찌지만 나는.....


sticker sticker

오늘도 변함없이~~




8.4. 목-----------67.9

냠냠
-롱간,과자 조금, 생선포 조금
-밥과 계란 야채 반찬들, 망고주스, 초콜릿 빵들
-말린 망고
-아이스크림, 버섯구이 조금, 코코넛 셰이크



-과자 15
-밥 30, 주스 20, 빵 20, 오락 20
-마사지 150, 팁 20
-말린 망고 75, 비누 2개 38, 구슬들 14
-로터스 장 본 거 99
-10밧 과일 3가지 (파인애플, 파파야, 배) 30
-치앙마이 대학교 나이트 마켓
핸드폰 케이스 50, 아이스크림 39 (남자 친구가 20 보탬)
버섯구이 10, 물 10, 코코넛 밀크 코코아 셰이크 15(남자 친구가 20 보탬)


655

활동
-갓 쑤언 깨우-와로롯-로터스 깜 띠앙-집-호수-치앙마이 나이트 마켓-집




__ 1.JPG

갓쑤언 깨우 쇼핑몰 에서 팔던 불상코너 조각상.

도대체 누구?





__ 2.JPG

갓쑤언 깨우 마사지.

지하층에 있다.

타이 마사지 30분 100밧. 풋 마사지 30분 100밧. 1시간은 각각 150밧.

풋 마사지가 거의 끝나갈 무렵

마사지사 할머니께서 다음엔 꼭 어깨, 머리 마사지 30분 다리 마사지 30분 받으라고

알짜 정보를 주셨다.

다 끝나갈 무렵.....





__ 4.JPG

갓쑤언 깨우 화장실에 붙어 있는 경고 그림들.

화장실 변기위에 올라서지 말것.

변기에 휴지나 생리대 버리지 말것.

흡연 금지.

귀중품 잘 챙기기.

도대체 왜 변기 위에 올라서서 볼일을 보는 걸까....

변기위에 똥이나 오줌범벅, 신발자국이 있으면 정말 인지.....ㅠㅠ.





__ 5.JPG

와로롯 시장.

화교 시장이라 붉은색 천지.

특히 금은방들이 많다.





__ 1.JPG

이상하게 태국은 목요일이 더 들뜬다.

꼭 우리나라 불금처럼...

치앙마이 대학교 나이트 마켓.





__ 2.JPG

주문한대로 만들어주는 59밧 아이스크림.

치앙마이 대학교 나이트 마켓.





__ 5.JPG

열심히 두들긴다.

남친 말로는 주인 언니 눈이 반쯤 감겨 있단다.

대학 교복 입은걸 봐선 수업 끝나고 알바 하는것 같다.





__ 3.JPG

정말 많은 사람들!!

먹고 사고 마시고 떠들고 논다.

태국은 역시 밤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서른다섯 , 태국 도망기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