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태국 도망기 33

바퀴 벌레 플라잉~

by Chiang khong

8.7. 일

(밀렸던 이야기들)


어제 난리를 친 덕분에 아침엔 아무 할 일이 없었다.


옷 몇 가지와 잡동사니 몇 개가 전부인 남자 친구는 짐 싸는데 고작 5분 남짓 걸렸다.
진심 부러웠다.


이 많은 짐들을 과연 어찌 옮기는가에 관해 전날 투닥 댔다.
내게 배정된 코끼리만큼 큰 파란색 비닐 가방 하나와
작은 캐리어, 까만 배낭 그리고 분홍색 행거와 옷걸이를

모조리 전부 다 ! 가져가겠다고 못을 박았고
남자 친구는 필요 없는건 두고 가라며 못 마땅해 했다.

특히나 행거를 돈 주고 샀다는데 놀라기까지 했다.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여기 처음 왔을 때처럼 뚝뚝을 불러서

올디에 게하 앞까지 가겠노라고 큰소리를 치자
비싸게 왜 뚝뚝을 타냐고 차라리 썽태우를 잡아가라고 난리.
오토바이로 두어 번 옮기면 끝날걸 쓸데없는데 돈 쓴다고 난리.
상관 마라고 내 돈 내가 쓰는데 왜 그러냐고 난리.

아마 남자 친구의 목구멍에는
그런 식으로 돈을 써대니 돈이 부족한 거 아니냐 는 말이 남실남실 대고 있었겠지만
내 자존심을 위해 차마 그 말은 하지 못하는지
영 못마땅한 표정으로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아침 8시.
5분 만에 짐 싸기가 끝나자 시키지도 않았는데
빗자루로 구석구석 천천히 쓸어대기 시작한다.
체크아웃할 때 청소비가 한 500 나오지 않겠냐고 했더니
청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처음으로 빗자루를 든 것이다.

나는 분풀이를 해 대듯 화장실을 청소솔로 아프게 문질러 댔다.


남자 친구는 자신의 작은 가방을 올디에 게하까지 후다닥 옮기고 돌아왔다.
그걸 보니 어라. 금방 갔다 왔네 그럼 내 것도 한번 옮겨 볼까 싶어

파란 비닐가방을 끌어안고 분홍색 행거를 어깨에 고정시킨 채 갔다 오니
생각 외로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두 번째로 가방을 메고 빨래가 눈덩이처럼 돌돌 말린 비닐을 어깨에 둔 채
휘리릭.
오직 작은 캐리어 하나만 남았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일을 가지고 어제 밤새도록 신경전을 부린 것이다.


아....
암튼 간에 고집쟁이 변덕꾸러기인 내가 문제로구나...


마지막으로 30밧 팟 카파오 한 그릇으로 땅땅하게 배를 채운 뒤
맨션 주인을 기다렸다.


11시 30분부터 기다렸건만
12시면 온다던 맨션 주인은 오지 않았다.


직원은 어제 미안했다며
여주인이 왜 그랬는지 자기도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대신 사과했다.
그녀의 날짜 방식 또한 납득이 가지 않는단다.
나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좋게 끝내고 싶어서 괜찮다고 했다.


그녀는 첫눈에도 어려 보이는데
벌써 아들이 한 5살쯤 된단다.
아이 아버지는 산에 있는데 본인도 타이 아이 출신.

즉 태국 국적도 없이 살아가는 태국인이다.


태국은 산에서 전통문화를 지키며 살아가는 소수민족이 존재한다.
때론 미얀마나 라오스에서 넘어오는데 이들은 태국 국적이 없으므로
평생을 산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간다.
일설로는 도시에 나와 일을 한다지만 많은 차별을 견뎌야 한단다.
태국인보다 낮은 임금에 마사지 업소나 청소부같이 저임금의 고 노동 일만 돌아온다.

예전에 있었던 미얀마 출신 게스트 하우스 청소 아주머니는 한달 월급이 7000밧 이었다.

(약 22만원)
때로는 아고고 바 같은 술과 몸을 파는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치앙마이에도 알게 모르게 많은 바 들이 있다.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작은 옷들을 입고 커다란 하이힐을 신은채
짙은 화장에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아가씨들.
늙은 할아버지의 손녀뻘 되는 아가씨들이 옆에서 같이 식사를 하고 쇼핑을 하고
마사지를 받고 호텔에 들어간다.
젊은 남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옆에서 듣는지 마는지 상관없이 혼자서 열심히 떠들어 대는 서양 남자들이
이제 갓 스물 남짓한 아가씨들을 인형처럼 데리고 다닌다.

예전에 만났던 일본 친구 말대로
한국에서 태어난 나는 참으로 운이 좋은 것이다.


맨션 주인은 12시 30분이 되어서야 나타났다.

한 달 렌트비에 해당하는 보증금 5000 중

한 달 전기세 800에 청소비 200을 제외한 4000과

두 명분의 키 보증금 300을 돌려받아
4300을 받았다.


작은 캐리어를 얼싸안고 올디에 게하로 돌아오자 모든 것이 끝났다.


한숨 돌리고 꾸렁내가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빨래 덩이를 안고 근처 동전 빨래방을
찾아 나섰다.
평소엔 사방 천지에 있던 빨래방이 막상 찾으려니 보이질 않았다.

맨션은 방문 열면 바로 옆이라 정말 편했는데...
집 근처 하나 있는 빨래방은 관리를 안 하는지 딱 보기에도 세탁기도 메롱
세탁기 주변 환경도 메롱메롱~
더러웠다.


드디어 왓 파차오 근처 빨래방을 찾아 20밧을 넣고 빨래를 돌린 후
근처 카페에서 기다렸다.

빨래를 탁탁 털어 널어놓으니
오늘 할 일은 다 끝났고 하루도 거진 가 버렸다.


어제는 미친 듯이 싸워 댔지만
나무가 우거지고 골목 안쪽에 위치한 데다
바로 옆에 왓 쁘라 차오 멩라이 까지 위치해 있어 아주 조용한 곳에 오자 급 화해 모드가 조성 되었다.

전통 태국 북부 스타일의 목조 건물에 손님도 우리와 프랑스인들 뿐.
주인은 한 덩치 하시는 태국 남자인데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게스트하우스를 꾸려 나간 지 5년 정도 된 베테랑이다.


딱 정해진 가격 250.
가격 가지고 장난치지 않아서 좋았다.

안에는 큰 침대와 화장대 옷장 테이블이 있고
뜨거운 물이 펑펑 나오는 제법 깨끗한 화장실이 있다.
창문을 열면 방충망이 보이고(?)
방문을 열면 수십 마리의 모기가 들어 오신다.


남자 친구는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평소에 오토바이로 이 골목을 지나가기만 하면 여기 묵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 댔으니...
나 또한 남자 친구 가기 전에 소원 성취시켜준 것 같아 내심 뿌듯했다.

그날 밤 날개 달린 왕 바퀴 벌레만 나오지 않았다면...


내가 소리소리 지르자
(맨션에는 바퀴벌레가 없었다)
남자 친구가 용감하게 ! 주인 남자를 불러오고 그는 간단하게 빗자루로
바퀴를 몰아냈다.


그리고 몇 분 뒤.
컴퓨터를 하는데 천장에서 지네 한 마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툭.
마치 눈송이 떨어지듯 내 팔 옆으로 툭.

자고 있는 남자 친구를 마구 흔들어 깨워
남자 친구는 또 바퀴가 나온 줄 알고 경련을 일으키며 전광석화로
일어나 내가 손을 떨며 가리킨 곳을 보고는
참. 기가 막혀했다.


새끼손톱만 한 지네는 부끄러운지 몸을 붉히며
(붉은색 지네였다, 무려!)
하얀 침대 위를 뽀록 뽀록 기어 다녔다.


어서 죽이라고 악을 써대니
남자 친구는 휴지 한 조각에 싸서 지네를... 밖으로 내보내 살려 주었다.

남자 친구의 고귀한 생명 존중 덕분에
지네는 지네스러운 삶을 연장, 다시 방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순면의 침대보를 좋아하므로...




8.7. 일-------67.3

----뮤직 하우스 체크아웃 5000 (디파짓) + 300 (키 디파짓 2명분)-800 (전기세)-200 (청소비)
4300


냠냠
-플레인 요구르트
-팟카파오
-계란구이 조금, 돼지고기 꼬치 하나
-사과 주스 조금, 수박 파파야 주스
-망고주스, 버섯구이 하나, 과자 5개, 팟타이, 롱 간 주스, 꽃 주스 조금, 드라이 망고 한입



-팟카파오 50
-간식 20
-주스 40, 세탁 20
-망고주스 25, 버섯구이 10, 과자 10, 팟타이 25
-전화 충전 22, 드라이 망고 60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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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닌 마켓 안쪽 깊숙히 자리한 치앙마이 다이렉트.
치앙마이에 있는 제일 크고 저렴한 화장품 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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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린스,치약,휴지,비누,모기약,염색약,메니큐어,데오드란트,화장용품등

미용에 관한 모든것이 있다.

올드 시티 안쪽에는 왓 프라씽 근처에 큰 화장품 숍이

와로롯에는 중국 사원 근처에 2층짜리 화장품숍과 헤어 관련 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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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사랑 달리 치약도 75밧, 우리돈 2400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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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방지액 오프도 49밧, 우리돈 1500원.

한국보다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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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동전 세탁기.

예전 살던 맨션 , 창푸악 근처에서 찍은 사진.

대학가 근처라 정말 많다.

건조만 할 수 있다면 20밧에 세제 넣고 1시간 돌리면 끝!

세탁소에 맡기면 키로당 30~40밧.

대신 빨고 말리고 다려서 착착 개어 비닐봉지에 넣어준다.

난 옷이 너무 많아서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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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심카드 충전 기계.

선불 요금이라 충전한 만큼 쓴다.

세븐일레븐 계산대에서 직접 충전할 수도 있고

이 기계로 소액 충전 할 수도 있다.

남친 핸드폰이 좀 오래 되어서 에러 나는 바람에 100밧 날려 먹은적도 있음...

충전은 되어 문자가 날아 왔는데 하필 그때 에러가 나서 돈이 흔적도 없이 사라짐...

엄청 싸움...ㅠㅠ....... 망할 놈의 오렌지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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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마 먹지마... 이건 뭐 이도 저도 아닌 맛이야. 껍데기만 이뻐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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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남친에게 그냥 친구 사이일때 일본식 카레를 끓여 준 적이 있었다.

단순히 배가 고파 보여서 ...

엄청 빨리 먹어서 내껄 반 덜어 주었다.

그 후론 심심하면 카레 타령.

겨울이라면 3시간 불앞에서 요리 해 줄 수 있지만 30도 넘는 여름엔 좀....

그래서 갔어요, 아룬 라이~

치앙마이 관광객용 태국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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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50밧 그린 커리에선 깔끔하고 고소 담백 부드러운 향과 맛이 베어 나왔건만...

이 그린 커리에선 곰 삯은 맛이...구렁내가...오래된 향과 텁텁한 맛이 느껴졌다.

그래도 모두 먹긴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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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씨,마크로,테스코 로터스와 세븐일레븐과 작은 로터스,

탑 슈퍼와 림삥마켓을 돌아다니다가 작은 골목 슈퍼에 들어 가면

싸고 맛있는 과자가 너무나 많아 놀라곤 한다.

결론은 다이어트는 불가능.

콘 치즈 과자. 달콤 바삭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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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디에 게하 거실.

태국 가정집에 하숙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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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대학 정문 근처 맨션촌에는 음료를 파는 봉고차가 한대 서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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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밧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타이티 (차이옌) 을 줍니다용~

아주 연유를 때려 부어 맛 또한 어마어마하게 달다.

한 끼 대용 가능.

신속 1kg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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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료 맛이 심했다.

라차밧 대학가 앞보다 조금 더 비쌌다.

매운 똥의 주범 고추도 잔뜩 들어가 있었다.

우리가 그토록 고추 빼고 달라고 했건만...

주인은 레이디 핑거라고 우기고

남친은 화장실에서 내 탓하고...

다신 안가기로 함.

치앙마이 정문 근처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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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에서 찾아낸 보석 같은 빵!

블루베리가 좀 더 맛있다.

가격도 12밧.

살짝 텁텁한데 우유와 마시면 정말 정말 좋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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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테이블 위에서 자고

개는 도로가에서

비둘기는 공원이나 사원에서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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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기다리며 땡모반 (수박쥬스) 한잔을 마시면

아....

이 맛에 태국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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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카페.

풀떼기로 둘러 싸여 있어서 잘 안 보인다.

손님은 남친과 나 단 둘뿐.

유기농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아주 진한 맛이 났다.

수박 쥬스 한잔에 40밧.

왓 파차오 색깔 변하는 불상 맞은편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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