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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ang khong Jan 28. 2017

설날에는 쉬세요

연휴 반땡.

아침.

설날 차례를 지내고 엄니한테 세배도 했다.

집에서 뭉개고 있기가 지루해서 무작정 나선길.

이제 아침 9시 30분.

사당역 서점은 12시에나 문을 여니 할일이 없는 나는

예전처럼 아무 버스인 540번을 타고 생전 처음으로 수리산 역에 가봤다.







수리산 역에서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곳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소녀상 벽화가 있었다.






생전 처음 가봤던 수리산 역은

차가운 공기와 겨울 나무들 그리고 끝도 없이 늘어선 아파트들로 기억에 남는다.






등산로도 있었으나

춥고 쓸쓸해서 그냥 마을 버스를 타고 이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기로 했다.






아파트 단지에는 과일 트럭 아저씨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 손님을

마냥 기다리고 계셨다.

파란색 점퍼를 입고 하염없이 기다리셨지만

이미 설 쇨 준비를 마친 동네 주민은 아무도 과일을 사러 나오지 않았다.






군포시에 독립운동 관련 장소가 이리도 많은줄 몰랐다.

날이 풀리거든 한번 쭉 둘러 보고 싶다.






어서 분홍 분홍 진달래가 피어 났으면...

겨울은 언제나 힘들고 춥다.






금정역 근방의 유흥가는 적막하기만 했다.

곳곳에 요상한 이름을 단 가게들과 수없이 늘어선 모텔들.

20대의 2년을 화성에 있는 학교를 다니느라

수없이 오갔던 금정역을 둘러 본 적은

도 박물관을 가려다 실패한 하루 그리고 오늘.

단 두번 뿐.






선술집 한곳에 주인이 열심히 모아둔 일본 캐릭터 피규어들이 늘어서 있었다.

정말 이렇게 얼굴의 반이 눈인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무서울까 생각해 봤다.






사람들이 없는 틈에 몰래 비둘기에게 보름달 빵을 뿌려 줬다.

동상처럼 얼어 있던 비둘기는 허겁지겁 빵을 쪼아댔다.


기쁘다.






11-5번 버스를 타고 사당역으로 향하는 길.

한숨 자고 일어나니 남태령.

또 한숨 자고 일어나니 역시나 남태령.


-사고 났나요?

묻자 늘 이렇단다.


5분도 안걸릴 거리를 30분 넘게 느릿느릿 기어와 사당역에 도착했다.






소파와 한몸이 되어 가던 엄니와 만나 서점과  *플러스를 구경하고

마사지 기계로 노곤노곤 몸을 녹히고

집 앞 할인마트에서 행거를 샀다.


그리고 느닷없이 대청소를 시작했다.

떡국도 먹었다.

친구와 스카이프로 얘기도 나눴다.


나름 바쁘게 하루가 갔다.


사당에서 수리산까지 운전해주신 버스 아저씨.

아파트 단지에서 과일을 팔던 아저씨.

수리산에서 금정역까지 운전해 주신 마을 버스 아저씨.

보름달 빵을 샀던 편의점 알바생.

금정역에서 사당역까지 운전해 주신 버스 아저씨.

서점에서 일하던 수많은 직원들.

*플러스에서 일하던 여러 협력업체 직원들.

집앞 할인마트의 친절한 아저씨.


그리고 엄마.

아침부터 차례상을 차리고 치우고 떡국을 끓여주시던 엄마.


오늘은 사과를 내일은 배를 따러 가는

뉴질랜드의 친구.


오늘 하루 모두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내년 설날에는 집에서 식구들과 따끈한 떡국 드시며

쉴 수 있기를 바래요.


남들 쉴때 일하는게 제일 서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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