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iang khong Dec 25. 2021
큰 어항의 물이 잡혀서 눈이 빨간 알비노 고정구피인 오팔구피들을 입수 시켰다.
원래 있던 선셋, 블루 구피들은 오팔구피들과 같이 있으면 사고를 치므로(눈 깜짝할 사이에 아기들을 만들어 버림...;;) 잘 키워 주실분께 분양했다.
그리고 수풀 사이에서 이쁘고 귀여운 아기 구피들이 3마리나 발견되었다.
처음 나는 그냥 떠다니는 똥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똥에 눈이 달렸네? 그리고 내 얼굴만 보면 부리나케 여과기 뒤나 수초 사이로 숨어 버리네? 어쩐지 며칠전부터 검은 똥을 줄줄이 달고 다닌다 했다.(치어를 먹으면 검른똥을 쌈) 아이쿠나!
원래는 선셋, 블루 구피들을 분양하면서 같이 껴서 분양시키려고 했으나 입양자가 치어(아기구피)들은 필요 없다고 정중히 사양하시는 바람에 이 아기 구피는 당분간 오팔구피들과 살게 되었다.
눈이 얼굴에 절반 만하고 자기도 물고기라고 위 아래로 지느러미가 뿅뿅 나있는 아기구피들은 볼수록 귀여웠다 . 어른 구피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니는 여과기의 물살에도 이리 휘청, 저리 휘청 하면서도 용을 쓰며 헤엄을 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했다.
먹이를 주면 제 입에 들어가지도 않는 성어용 먹이까지도 욕심을 부리며 입에 달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아이구 쟤가 살겠다고 저러는 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짠했다. 하지만 날이 갈 수록 커가는 아기구피들을 오팔구피와 계속 같이 두면 안되었다. 정말 순식간에 응응(?)을 해버리면 암컷 구피 특성상 3번에 걸쳐 막구피(믹스구피. 여러 형태의 패턴이나 색이 고정되지 않고 섞여 나오는 구피들)들을 출산해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나는 이 3마리의 아기 구피들을 위해 작은 어항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이른바 무여과 무환수 수조어항!
그리고 아기 구피들 외롭지 말라고 약간 작은 사이즈의 화려한 구피를 2마리 입양해왔다.
작은 유리로 된 수조에 큰 어항의 물과 수초를 넣고 구피들 입수!
먹이는 조금만 넣어주고 똥은 스포이드로 수시로 빼줬다. 원래는 무환수라 증발해버리는 물 만큼만 보충해주려고 했으나 왠지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것 같아서 매일 10프로씩은 아랫물을 뽑아서 새로 갈아 주었다.
그리고 며칠뒤.
한마리가 점프사를 했다. 물이 맞지 않으면 한다는 점프사...... 말그대로 여기서 도저히 못살겠다고 밖으로 뛰쳐 나가는 것이다. 광합성을 위해 따뜻한 베란다에 놓아둔 수조뒤켠의 화분 아래서 꾸덕꾸덕한 멸치가 되어 발견된 구피를 보고 나는 손도 못대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인터넷으로 자동환수 시스템이 된다는 플라스틱 어항을 샀다.
한뼘반 크기의 어항은 중간에 똥이 모인다고 되어 있고 물을 보충하면 그 모인똥이 뒤에 달린 빈 통으로 자동으로 나가게 되어 편리한 시스템이라고 했다. 획기적이라고 했다. 그래서 엄마의 눈을 피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주문을 했고 다행히 내가 혼자 있을때 배달 되었다.
하지만 구피들은 날이 갈 수록 상태가 나빠졌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붉은 모자이크 꼬리를 가진 핑핑이가 많이 아파했다. 분명 물을 열심히 갈아 주었는데 왜 이럴까 싶어 인터넷을 뒤져보니 산소가 모자라 그런것이다 해서 큰 맘 먹고 기포기와 콩돌세트까지 마련해 주었으나 아이들은 어항 위쪽에 모여 힘없이 둥둥 떠있기만 했다. 그날밤 아이들을 컵에 넣고 어항을 분해한 나는 어항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똥과 사료 찌꺼기를 보고나서야 똥이 자동으로 빠져나가는게 아니고 바닥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음을 알았다. 얼마나 괴로웠을까. 이 똥물에서 얼마나 숨이 막혔을까싶어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나는......
다이소로 달려가 큰 빈통을 샀다. 약간 불투명했지만 위에서 바라보면 방금 싼 똥들이 모두 보였다. 이제 차곡차곡 쌓일 일도 없었다. 스포이드로 쏙쏙 뽑아내주면 끝. 스티커로 표시해둔 높낮이대로 하루 20프로씩 환수하며 콩돌을 돌려주니 아이들은 이리저리 신나게 헤엄쳐 다녔다. 아아. 그 모습을 보니 내가 저지른 어리석음 때문에 고생한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도 버텨준게 고맙기도 했다. 그곳에 작은 스펀지 여과기도 넣어 보려고 했으나 재질때문에 여과기가 부착되지는 않았다. 여과기가 있어야 애들이 잘 산다는데 싶어 어디 여과기를 달 만한 어항을 구할 수 없을까 해서 찾다가......
당근마켓에서 무료 나눔을 찾아냈다!
작고 투명한 어항이었는데 이사 가면서 필요 없어진다고 어항,여과기,기포기,자갈,부화통 등등 물생활에 필요한 어항 세트를 모두 주신다고 하셨다! 마을버스로 10분 거리라 미친듯이 달려가 주스 한통 사 드리고 어항을 받아 오던날. 세상 모든걸 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고 큰 어항의 물을 붓고 여과기를 설치하고 콩돌까지 넣으니 제법 그럴싸한 모양이 되었다.
그곳에 이제는 준성어 만큼 커진 아기 구피 3마리와 그동안 여기저기서 분양 받아온 아이들을 넣으니 큰 어항만큼 멋있어졌다. 이제는 여기서 만족해야지 하며 잘 키우던 어느날.
한마리씩 한마리씩 아이들이 죽어갔다.
꼿꼿히 몸이 굳어서 죽은 아이, 온몸에 곰팡이를 달고 몸부림치다가 죽은 아이, 한자리를 빙글빙글 돌다 죽은 아이, 배형을 치다가 죽은 아이, 한쪽 구석에서 꼼짝도 안하다 죽은 아이, 그 좋아하는 먹이를 먹지도 못하고 죽은 아이등등......가지 말라고 붙잡아도 한마리씩 한마리씩 용궁행 티켓을 끊고 떠났다.
잘있어, 나는간다..... 멀어지는 아이의 꼬리지느러미가 팔랑팔랑 대며 사라지자 나는 정말 미칠것만 같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때맞춰서 박테리아제, 박테리아 활성제, 비타민, 골든엘바진(물고기를 위한 예방약)도 넣고 아이들이 많아서 매일 환수도 15프로씩 해주고 여과기에 콩돌에 똥도 보이는대로 족족 뽑아주는데 도대체 왜 한마리씩 죽어간단 말인가.......
새까맣게 탄 가슴으로 인터넷을 뒤져보다가 이런글을 발견했다.
우리집 구피가 자꾸만 죽어가서 여과기를 뒤져보니 거기에 죽어서 곰팡이가 피어있는 구피를 발견했어요. 그 아이 한마리 때문에 물이 깨지면서 죽어갔던 것이었어요. 제가 진작에 발견했더라면......
아!
나는 부리나케 여과기를 분해해 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눈을 부릅뜨고 죽어간 구피 한마리. 여과기 출수구에 떨어진 먹이를 먹겠다고 물을 거스르고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은 구피 한마리. 그것이 한이 되어 나머지 친구들도 하나씩 하나씩 용궁에 데려간 구피 한마리가 있었다.
나는 여과기를 당장에 쓰레기통에 버리고 미친듯이 자전거 페달을 밟아 새 스펀지 여과기를 사왔다. 원래는 기존의 여과기에 박테리아가 있으므로 새 여과기를 사올때는 기존 여과기를 일주일정도 같이 돌려 줘야 했지만 죽은 아이의 원한이 덕지 덕지 붙어 있는 그 여과기를 도저히 같이 돌릴 수가 없었다.
대신 잘 잡힌 큰 어항의 물을 작은 어항에 매일 30프로씩 부어주며 여과기를 돌렸더니 아이들은 원래대로 발랄하게 어항속을 오고 갔다.
그리고 나서 지금의 어항으로 자리 잡았다.
오빠가 어항을 바꾸면서 기존에 안쓰던 어항을 가져가라고 해서 택시까지 타고 가져온 어항이었다.
혹시나 유리에 손상이라도 갈까봐 조심조심 씻어서 락스로 소독하고 몇날 며칠을 햇빛에 말렸더니 상태가 좋아졌다. 이 어항은 일체형이라 고가에 속하지만 고장이 나서 그냥 일반 어항처럼 써야 했다. 그래도 전보다는 커서 여과기도 두개나 들어가고 히터에 조명까지 달 수 있어서 대 만족이었다.
그 후로도 아이들이 늘고 이끼 먹으라고 데려온 작은 애플스네일들이 주먹만하게 커지고 큰 어항에서 소일을 뒤집어주던 청소꾼 뾰족달팽이들이 어마어마하게 폭번(폭발적으로 번식하는걸 줄인말)하면서 이제는 꽉 차게 되었다. 얼마전에는 치어를 50마리나 낳으면서 완전 초 과밀이었으나 15마리정도만 남기고 모두 분양을 마쳤다. 위에는 붕어마름이 떠있고 스킨답서스가 자라는 얼핏보면 친환경적인 어항.
똥쟁이 안시와 애플스네일들때문에 매일매일 20프로씩 환수해 주느라 환수의 노예로 살아가는 중이다.
내가 힘들어도 되니 아이들이 건강하면 그걸로 만족이다.
오래오래 살아다오, 얘들아.
크리스마스라서 뽕잎을 넣어줬다. 다들 정신없이 먹는중. 불과 2시간전에 사료를 줬건만....
24시간 배고픈 아이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