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멍...16

오팔이들의 여름나기

by Chiang khong

지금은 겨울이라 어항내 온도유지가 쉬운 편이다.

3일에 한번 환수 할때마다 미리 콩돌을 돌려 놓은 물에 전기포트로 끓인 물을 넣어 온도를 맞춘후

어항에 넣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히터만 켜놓으면 자동으로 온도가 유지!

그러나 여름엔 특히나 물린이가 처음 맞은 여름엔 정말 정말 고생했다.


나에겐 어항이 2개 있다.

큰 어항엔 눈이 빨간 알비노인 오팔구피들이, 작은 어항엔 눈이 까만 믹스구피들이 산다.

알비노는 고정된 유전자가 후대에 그대로 이어지는 개체인지라 믹스구피(일명 막구피)보다 키우기가 더 까다롭다. 약하고 환경변화에 민감해서 금방 병이 나거나 죽거나 한다.

특히 온도변화에 민감한데 사람이 느끼는 1도가 물고기에겐 10도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열대어라 차라리 높은 온도가 낫지만 될 수 있으면 안정된 온도인 25~27도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여름이 되니 돈이 아까워 에어컨을 안트는 우리집 온도는......


"헉! 30도!?"

요새 스마트폰을 너무 해서 눈이 맛이 갔을지도 몰라 다시 보았지만 여전히 30도였다.

오빠에게 말하자 어떻게든 온도를 27도로 내리라고 한다. 안그러면 애들 병난다고.

인터넷에서는 30도가 넘어도 열대어라 괜찮다, 아니다 그래도 될 수 있으면 온도는 28도가 넘으면 안된다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자연에서야 위에 나무그늘도 있고 풀도 있고 무엇보다도 24시간 내내 신선한 물이 흐른다지만 이건 고여있는 물 아닌가. 아무리 스펀지 여과기2개에 산소뿜뿜 콩돌이 돌아간다고 해도 고인 물은......썩는다. 그것도 더울때는 더 빨리.


마음이 조급해진 나는 에어컨을 켰지만 거실에 있는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이 어항이 있는 작은 방까지 오려면 한참이 걸렸다. 창문을 열어봤자 한낮의 뜨겁게 데워진 공기만이 훅훅 들어왔다. 그러면 선풍기라도!

그러나 선풍기의 대가리(?)는 누런 테이프로 둘둘 말려서 어항 벽면으로만 바람을 쏘아댈 뿐이었다.

서둘러 다이소에 가서 클립형 고정 휴대용 선풍기를 2개 샀다. 충전하면 3~4시간만 작동되어서 번갈아 가며 틀어줄 생각이었다.

작은 소형 선풍기였지만 그래도 온도가 1~2도는 내려갔지만 계속 충전하며 써댔더니 금방 선풍기들의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만원이나 썼는데......

어쩔 수 없다. 다른 방법!


'차갑게 얼린 패트병을 넣어주면 순간 온도가 내려간대요!'

누군가 써놓은 글을 보고 그길로 수퍼로 날라가 생수 몇병을 사서 냉동실에 넣어뒀다.

얼린 패트병을 넣자 정말로 온도가 1~2도 내려갔다. 이걸로 되었다. 저 휴대용 선풍기랑 이 패트병으로 저녁까지만 버티면 되겠다 싶었는데 여름이라 먹이양을 줄였더니 이놈의 구피들이 패트병을 신나게 쪼아대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아이구 이놈들아 이거 먹을거 아니라니까!"

나는 차가운 패트병에 가까이 갔다가 온도쇼크라도 받을까봐 걱정되었다. 인터넷에서도 패트병이 좋긴 하지만 갑자기 차가워지면 아이들이 온도스윙으로 인해 병이 걸릴 수도 있다고 누군가 써넣었다.

일단 패트병은 중단.


마음껏 에어컨을 틀어도 최신형 에어컨이라 전기세가 얼마 안나온다는 오빠의 말을 들으며 나는 한탄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며칠후 접이식 선풍기가 배달되었다. 착착 접으면 손바닥만해지는 선풍기였다.

오오 이거야!

그래서 하루종일 3대의 선풍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선풍기들이 내쏘는 바람에 수면위가 일렁이자 먹이를 주는 줄 알고 구피들이 미친듯이 솟아 올라왔다.

그러나 곧 바람뿐이라는걸 알자 기운없이 아래로 헤엄쳐 내려갔다.

먹이를 먹는 구피들이 세상 이쁘고 흐뭇하지만 참아야 했다.

여름에 평소처럼 먹이를 줬다가는 남은 먹이들이 금방 곰팡이가 나고 그걸 구피들이 먹는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그렇게 해서 겨우겨우 그 뜨거운 여름을 버텨 나갔다.


0105_오팔여름.jpg

오늘밤 다같이 뽕잎을 먹으며 반짝반짝 윤기나는 비늘을 빛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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