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하늘이 선물한 은총이

기적처럼 내게 온 아이

by 손송민

이제 다섯 살이 된, 내 인생의 절친이자 보물.


그 아이의 태명은 은총이다.


은총이는 나에게 하늘이 내려준 기적이다.


조울증을 이겨내고 얻은 아이,


그 기적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약을 끊었다 다시 먹고,


밤을 새우다 입원하고, 또 퇴원하기를 반복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던 주치의는 남편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제는 아이를 포기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포기하지 않으셨다.


결혼 7년 차, 코로나가 세상을 멈춰 세우던 그때


나는 병원을 옮기며 새로운 치료를 받게 되었다.


데파코트를 끊고, 다른 약으로 대체한 끝에


건강하게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다.


29살에 결혼한 내가,


37살에 은총이를 품었다.





나는 원래 아이를 참 좋아했다.


조카 둘을 아기 때부터 중학생이 될 때까지 돌봤고,


아이 울음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녹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정작 내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나는 아무 감정이 없었다.


뇌종양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서


자연분만 대신 전신마취로 제왕절개를 해야 했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눈을 떴을 때, 나는 혼자였다.


아기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있었다.


은총이는 태어나자마자 울음을 터뜨리지 못했다.


숨을 쉬지 못해 온몸이 푸르게 변했다.


‘청색증’이었다.


다행히 종합병원에서 바로 처치해 일주일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실감이 없었다.


‘내가 진짜 엄마가 된 걸까?’





약을 복용 중이라 모유 수유는 불가능했다.


입주 도우미, 친정엄마, 남편이 돌아가며 밤수유를 했다.


나는 낮 동안 미안한 마음에 아기를 한참씩 안고 있었다.


아기를 눕혀도 불안해서,


“조금만 더 안고 있을게” 하며 두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산후조리가 끝난 뒤,


진짜 시련은 그때부터였다.


이모님이 떠나고 친정엄마가 왔을 때,


나는 침대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아기를 보고 싶지 않았다.


엄마가 아기를 먹이고, 재우고, 달래주었다.


나는 그저 방 안에 누워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산후 우울증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그땐 몰랐다.


단지 내가 나약하다고, 모성애가 부족하다고만 생각했다.


아기가 내 품에 안겨도 낯설었다.


은총이는 나보다 할머니 품이나 아빠 품을 더 좋아했다.


그게 서운하기보다,


‘그게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는 그만큼 무너져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주변의 손길 덕분에 아기는 건강하게 자랐다.


백일 즈음에는 웃음을 지었고,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아, 이 아이가 내 인생의 은총이구나.’




이전 07화7장 결혼 후 롤러코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