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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희운 Dec 29. 2019

2019년 내 멋대로 무비 어워즈

내 입맛대로 골라 끼워 넣는 상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올해도 어김없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2019년에는 어떤 강렬한(!) 영화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는지 나름대로 한 해의 영화들을 되짚어 보았다. 


※ 작년이랑 똑같이 주관적 견해 폭발 주의

※ 작년보다 더 내 멋대로 선정주의



연변 사투리 듣기 평가 상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데 내가 한국 영화를 보는 건지 해외 영화를 보는 건지 구분이 1도 안 가는 영화. 듣기 평가 시험장에 온 것 같은 어색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천우희 배우가 미친 듯한 연기력을 보여주는데 내용을 하나도 이해 못해서 관객과 스크린이 동시에 머쓱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영화 <우상>.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이 글을 쓰기로 다짐하는데 기여한 영화 (극장에서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이야기를 꼭 써야겠다고 다짐했고, 2019년 마무리를 하기 위해 쓰는 이 글을 3월부터 준비하게 만들었다.) 잘 안 들리게 하는 것이 이 영화의 '의도'라고 했지만, 일단은 어떻게든 관객들에게 들리게 만들었어야 했다...



대놓고 듣는 명곡상


사랑해마지 않은 톰 요크가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다고 할 때부터 나의 초관심 대상이었던 <서스페리아>.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Suspirium’은 나의 최애곡이었고 영화를 보고 난 이후 아직까지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오매불망 즐겨 듣는 나의 인생 명곡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는 그 노래를 듣고 있다.) 라디오헤드의 ‘Last Flower To The Hospital’ 이후 톰 요크 인생 최고의 띵곡이라 생각하는 곡. 오프닝에서 이 곡이 흘러나온 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오프닝의 의미를 다시 깨달았을 때 소름 돋을 수밖에 없는 최고의 영화 음악...(이라 쓰고 덕후가 쓴 글이라 읽는다.)



야, 나두 했어 상 


극장에서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렸던 <엑시트>는 영화 관계자들에게 대박이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대박이었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의 한국영화 중 가장 좋았던 작품 중 하나) 예측하지 못했던 재난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용남과 의주의 모습은 단지 생존을 위한 투쟁만이 아닌, 청춘들에게 혹독한 이 ‘시대’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그들과 나를 동일시하게 하며 나도 모르게 그들의 생존을 절실하게 응원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엑시트>의 엔딩은 마치 ‘야X두’ 광고 카피가 “야 너두 할 수 있어”에서 “야 나두 했어”로 바뀐 것처럼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영화였다. 



개X스콘 상


아리 애스터 감독의 차기작인 <미드소마>가 개봉한다고 했을 때 사실 제일 기대했던 것은 상상 그 이상의 ‘잔인함’이었다. 뚜껑을 연 영화는 상상보다는 덜 잔인하고(?) 소프트해서(?) 아주 약간의 실망을 남기기는 했지만, 영화의 엔딩에서 이 모든 것이 용서된다. 일반판, 감독판 두 버전을 모두 본 사람으로서 호로 잡놈과도 같은 남친을 응징하는(?) 엔딩과 세상만사의 모든 고민과 걱정을 모두 내팽개치고 자신을 괴롭히는 모든 트라우마를 말끔하게 벗어버린 대니의 상쾌한 얼굴은 말 그대로 후련함의 대명사와도 같은 개X스콘 짤의 시원함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며 극장을 나서는 발걸음을 매우 가볍게 만들었다. 



버블버블(?)상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라는 이름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는 수많은 상상 중에서도 가장 불쾌하고 가장 안일하게 느껴진 <살인마 잭의 집>. 어린아이들과 그들의 어머니까지 죽여 명화를 만들고 여성을 죽인 뒤 사진을 찍는 장면에서 느껴지던 불쾌함은 생각보다 어처구니없는 곳에서 빵 터지고 말았는데, 그것은 잭이 버지와 함께 지옥으로 내려가던 중 동그란 거품(?) 같은 곳 안에 두 사람이 있던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버블버블 게임의 OST가 울려 퍼지면서 영화관에서 나도 모르게 터져 그야말로 이상한 장면에서 혼자 웃는 미친 사람이 되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내내 버블버블 생각밖에 나질 않았다... 이 정도면 올해의 버블버블(?)상을 받기에 충분하다...


올 한 해도 내 입맛대로 골라본 무비 어워즈. 2019년에는 생각보다 영화를 많이 보지 못해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았던 해였지만, 기념비적인 숫자인 2020년에는 어떤 새로운(!) 영화들이 등장하여 나를 즐겁게 해 줄지 기대하면서 이 글을 마쳐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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