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얼지 않게끔]에 대한 짧은 단상
※ [부디, 얼지 않게끔]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디, 얼지 않게끔]은 어느 날 갑자기 변온 인간이 되어 버린 인경과 그의 비밀을 인경보다도 먼저 알아차린 희진 두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꽤나 놀라운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이 소설은 인경과 희진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며, 이들이 어떻게 서로 관계를 쌓아나가는지 세밀하게 초점을 맞추며 전개된다.
다른 이들보다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탄다는 이유로 유별나다는 취급을 받는 희진과 일반 사람들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어버린 인경. 서로 다른 온도를 가진 이들의 만남이 애틋하게 느껴졌던 것은 사회가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대하고 있는 지를 한번 더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인경에게 희진과 함께 다녀온 출장에 대해서 자꾸 괜찮았냐고 물어보며 희진을 배척하는 직장 동료들, 겨울이 찾아오면서 몸이 더욱 좋지 않게 된 인경에 대해 이상한 시선과 소문을 흘려보내는 직장 동료들. 이러한 주변인들의 모습은 사회가 일반적인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을 대하는 모습들이 은영 중에 녹아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의 외모가 저마다 다른 것처럼 희진과 인경은 그저 남들과는 다른 온도를 갖고 있을 뿐인데도, 그들의 다름은 평범한 평균에 녹아들지 못하고 정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배척되어야 할 것으로 간주된다.
각자를 대하는 다른 이들의 태도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희진과 인경은 서로 다른 온도를 갖고 있지만 누구보다도 애틋한 사이가 된다. 희진과 인경이 제주도 숲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서로의 손을 꼭 잡은 것처럼 자신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상 속에서 서로의 손을 마주 잡고 나아간다. 가장 더운 여름날 제주도에서 인경이 희진을 끊임없이 배려했던 것처럼, 인경이 깊은 잠에 빠져들어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순간에 희진은 오직 그만을 위한 겨울 집을 지어준다. 인경이 그녀를 온전히 의지해 기나긴 겨울잠에 빠질 준비를 하며 소설은 끝을 맺었고, 소설을 다 읽은 시점 마침 매서운 겨울이 찾아왔다. 겨울로 끝이 나는 소설에서 인경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인경의 삶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닌, 인경이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새로운 시작이라 믿고 싶다. 기나긴 겨울잠을 마친 뒤, 인경과 희진이 이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서로의 손과 서로의 다른 온도에 의지해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살아가기를. 내 나름대로의 결말을 생각하며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