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가족'

'나와 내가 아닌 것들의 이야기' 여덟 번째 이야기

by 송희운


어린 시절 내 기억 속에서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는 사건은 아버지의 출장이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해외로 출장을 다니시던 아버지는 길면 1년 짧으면 6개월간 해외에서 일하고 오시고는 했다. 처음에 어머니에게 그 사실을 듣고 나서는 싫어서 막 떼를 쓰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가 먼 곳으로 출장을 가신 이후 내 머릿속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기억은 바로 어린이날의 기억이다. 정확하게 몇 살 때 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출장을 가 계신 채로 어린이날을 맞이한 적이 있었다. 그 기억 속에서 나는 어머니와 함께 민속촌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다른 아이들은 모두 어머니, 아버지와 왔는데 나만 어머니와 와서 어린 마음에 내가 남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느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보통 가족이라고 하면 부모님 그리고 나와 형제자매까지 포함하여 기본적인 가족 구성원으로 생각할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러했으니까. 하지만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요인들로 인해 가족 구성원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어렸을 때의 나는 모든 사람들이 다 '정상적'인 가족 구성들과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크고 나서 보니 '정상적'인 가족 구성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많지 않고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저마다 다른 가족 구성원들로 살고 있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린 시절 나는 어떤 아픔을 겪지 않았는데도 아버지가 내 곁에 가까이 계시지 않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내 몸에서 무언가 하나 빠져나간 것 같은 허전함이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남들과 다른 ‘비정상’이라는 느낌과 같았다. 다른 이들의 가족은 모두 어머니, 아버지, 자녀 이렇게 이뤄져 있는데 나의 가족은 아버지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어머니와 나 이렇게만 세상에 남겨진 기분이었달까. 아버지가 멀리 계시는 동안 어머니께서 지극 정성으로 키워주셨지만 평범한 정상성의 범주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남들과 다른 가족 구성원으로 인해 나라는 존재가 미완성되었다는 느낌은 내가 살아가면서 자꾸 있는 그대로 내 존재를 보게 하지 않고 자꾸 다른 것을 내 존재 위에 덧붙이려고 하는 가장 원초적인 이유가 되었다.


가족 구성원의 변화는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가족들이 서로 같은 길을 가던 혹은 다른 길을 가던 각자 개인의 삶은 계속된다. 문제는 이 달라진 가족에 대한 다른 이들의 시선이다. 지금은 '이혼'을 쉬쉬하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되었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이혼'은 금기시되는 주제였다. 이혼에 대해 언급하기조차 꺼려하는 사회 분위기 이면에는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었고, 그렇기에 이를 어떤 상태의 변화가 아닌 한 존재의 흠으로 보는 경우들이 정말 많았다. 이전에는 이러한 것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시간이 흐르고 우리 가족 구성원에서도 큰 변화가 생기고 난 뒤 비로소 다른 이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출장을 가 계셨어도 함께 있는 동안은 즐겁게 지낸 것처럼 나와 같이 화목하게 지내는 가족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가족들도 있다는 것. 내가 그동안 봐왔던 화목한 가정이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도 아니었고, 그것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 있는 영원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지금까지 언급해온 것들 중에서 가족만큼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 또 있을까? 자의로든 타의로든 달라지는 가족 구성원은 개인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순응하며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감정은 온전히 받아들여야겠지만, 이로 인해 스스로가 비정상의 범주에 들어갔다는 생각은 잘못된 인식이다. 가족 구성원의 변화는 나 자신의 존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은 정말 단순히 상태의 변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 스스로의 마음속에서든 혹은 다른 이들이 수군거리는 말속에서든 자기 자신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은 당신이 받아들일 만한 가치가 없는 것들이라는 것. 가족이라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나 자신의 뿌리와도 연결되는 것들이기에 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일 것이다. 물론 이렇게까지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자신도 모르게 남들과 다른 가족 구성원을 자신의 존재와 연결시켜서 마음속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말을 정말 꼭 해주고 싶었다. 나 자신도 그러했었고 그러한 시간들을 지나온 뒤 조금은 편해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