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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희운 May 05. 2022

거침없이 질주하는 공포의 롤러코스터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단평

※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상반기 최고 기대작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드디어 베일을 벗고 개봉했다. 공개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관람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샘 레이미 감독 특유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들이 영화 곳곳에 녹아들면서 이전 마블 영화들과는 결이 다르나, 오히려 그러한 특성들이 영화를 더욱 살려주는 느낌이었다. 


이곳과는 또 다른 세계인 '멀티버스'를 메인 주축으로 하고 있는 만큼 영화는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전개시켜 나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히어로 '닥터 스트레인지'가 다른 세상에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와 더불어 우리가 봐온 영화 속 세계와 또 다른 세계의 풍경이 어떻게 다른지 보는 재미가 있는데, 이는 마치 거침없이 질주하며 달리는 롤러코스터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설치물들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경험을 선사한다.  MCU 자체가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모든 블록버스터들이 으레 그러하겠지만), 보여줄 수 있는 모든 화려한 볼거리들을 최대한으로 쏟아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출이 허술하거나 캐릭터들을 함부로 소모하고 있지는 않다. 샘 레이미 감독의 이전작들인 <이블 데드>와 <드래그 미 투 헬>처럼 공포스럽고 기괴한 분위기들 속에서도 종종 유머들이 빛나고, 영화의 가장 큰 축을 이루고 있는 '닥터 스트레인지'와 '스칼렛 위치'는 기존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성향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 영화에 대한 몰입감을 더한다. 특히 완다가 이전 MCU에서 스쳐 지나가듯이 다뤄진 것과 대조적으로 이번 영화에서 전면적으로 드러나 자신의 힘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모습을 보는 것은 완다 팬으로서 짜릿한 경험이었다. 완다를 맡은 엘리자베스 올슨의 다채로운 연기폭을 보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마블이 페이즈 4로 넘어가면서 드라마-영화 모두를 봐야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 영화도 영화적 배경이나 캐릭터들을 설명하는데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바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앉자마자 질주해버리는 롤러코스터와 같다고 표현하고 싶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완다 비전]은 필수 관람이며, 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6~7편 정도의 영화 및 2편 정도의 드라마를 관람해야 한다. 영화는 주저하는 순간이나 늘어지는 순간 없이 두 시간이라는 마블 영화치고 다소 짧은 러닝 타임 내에서 자신이 가진 것을 쉴 새 없이 모두 쏟아놓는다. '설명'보다는 '전개'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영화이다 보니 다소 무리한 전개를 하는 것 같은 순간들이 존재하는데, 시각적으로 화려한 장면들을 훌륭하게 보여주다 보니 영화를 관람하는 데 있어서 크게 지장을 주는 부분은 아니나 다소 아쉬운 지점이기는 하다. 


1편보다는 훨씬 더 만족스러운 속편으로 여러 다른 마블 영화를 본 뒤에 관람해야 하는 허들이 있으나, 마블 영화의 팬이라면 혹은 샘 레이미 감독의 이전작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허들을 넘고서라도 꼭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단, 영화의 스토리를 추측하는 콘텐츠들은 보지 않고 가시길. 아무것도 모르고 가는 것이 이 영화를 제일 스릴 넘치게 관람할 수 있는 방법일 테니. 마치 롤러코스터를 처음 탔을 때의 느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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