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2> 단평
※ <범죄도시 2>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범죄도시 2>가 누적 관객수 900만을 돌파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1,000만 관객 돌파를 바로 눈앞에 두고 있는 이 영화를 이끄는 것은 마동석 배우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마동석 배우는 <범죄도시 2>에서 '마석도'라는 형사를 맡고 있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마석도' 캐릭터보다는 스크린 속에서 자유롭게 활보하는 마동석 배우로 기억할 만큼 <범죄도시 2>에서 마동석 배우의 공은 굉장히 크다.
<범죄도시 2>의 플롯은 단순하다.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악당 강해상이 있고, 강력반 형사 마석도는 그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모든 이들이 알고 있겠지만, <범죄도시 2>에서 이야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단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마동석 배우가 스크린 속에서 얼마나 통쾌하게 악당을 처치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영화는 다른 어떤 액션씬보다 마동석 배우가 등장하는 씬들을 공들여 보여준다. 특히 마동석 배우가 다른 이들에게 주먹을 날릴 때는 다른 장면들에서보다 소리를 신경 쓴 점들이 돋보인다. 현실에서는 들리지 않을 법한 타격감이 크게 증폭되어 들리는 사운드는 마동석 배우가 본래 갖고 있는 신체와 어우러져 마치 실제로 눈앞에서 대결이 벌어지는 듯한 착각마저 갖게 한다. 영화는 현실적인 배경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이처럼 마동석 배우가 등장할 때는 현실보다 더욱 과장되게 보여준다. 이러한 순간들은 마치 판타지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 판타지가 극대화된 장면은 강해상과 마석도가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다.
돈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살해하고 대낮에 아무렇지도 않게 경찰을 찔러 죽이며 '악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쌓아온 강해상과 마석도가 마지막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범죄도시 2>의 존재 이유라고 할 만큼 가장 중요한 장면이다. 영화 속에서 몇 번 마주쳤으나 제대로 된 결판을 내지 못했던 두 사람은 이 장면에서 드디어 결판을 낸다. 이전에 강해상은 자신을 위협하는 모든 인물들을 단번에 처리해버리는 잔악무도한 인물로 묘사되었지만, 마석도 앞에서는 그의 강함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위험한 칼에 상처를 입어도 끄떡도 하지 않는 마석도는 있는 그대로 강해상을 K.O 시킨다. 이때 절정은 바로 마석도가 강해상에게 펀치를 날려 강해상을 버스 밖으로 날아가는 순간이다.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있더라도 그 이야기의 절정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현실이 아니라 판타지처럼 보이는 이 장면은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들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것은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자신의 신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영화 속 악당을 응징하는 것을 보는데서 오는 쾌감이다. 할리우드의 아널드 슈워제네거, 드웨인 존슨 등 영화 속에서 자신의 거대한 신체를 도구로 활용하는 배우들은 여럿 있지만, 마동석 배우는 이들보다는 좀 더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이다. 자신의 신체만으로 다른 이를 충분히 무력화시킬 수 있으며 그것을 실제로 가능하게 만드는 엄청나게 단련된 신체, 여기에 어떤 규칙과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정의 구현만을 위해 돌진하는 행동력까지 이 모든 조합은 다른 배우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징들이다. 특히 마동석 배우는 이 <범죄도시> 시리즈에서는 악당을 자신의 신체로 직접 응징해 정의 구현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형사'라는 역할을 맡음으로써 '규칙과 규범을 넘어서 진정한 정의를 실현하는 히어로'의 칭호를 획득한다. 다른 여타 작품들에서도 '정의 구현'을 실현하는 역할들을 해왔었지만, 마동석 배우는 특히 이 <범죄도시>를 통해 진정한 정의 구현의 사도로 자신의 배우상을 확실하게 확립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범죄도시 2>에서 마동석 배우 외에도 인상 깊었던 지점은 여성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예전 <청년경찰>과 같은 남성을 메인으로 한 작품들 속에서 여성들은 아무런 역할 없이 그들을 성장시키기 위한 도구로서만 존재했었다. <범죄도시 2>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1명밖에 등장하지 않았으나 그 캐릭터가 단순히 남성들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도구로서만 사용되지 않고 자신의 주관을 갖고 뚜렷한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살아있는 캐릭터로 설정되었다. (이는 이 캐릭터를 연기한 박지영 배우의 공도 상당히 크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범죄를 다루는 한국 영화 속에서 으레 등장하는 '살해당한 여성들'도 나오지 않아 어딘가 찝찝한 기분 없이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도 했다.
<범죄도시 2>는 전반적으로 마동석이라는 배우에게 정말 많은 것을 기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수많은 대중들이 마동석 배우에게 바라는 배우상을 완성시켜준 이 영화의 시리즈가 3편 외에도 얼마나 제작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음 편에서도 이번 편과 같이 모든 이들이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잘 갖춰진 오락영화로서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