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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희운 Dec 27. 2018

2018년 내 멋대로 무비 어워즈

내 입맛대로 골라 끼워 넣는 상


2017년이 지나고 2018년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2018년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돌아왔다. 브런치 무비 패스뿐만 아니라 여러 경로로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기회가 많았던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2017년에 이어, 다시 한번 내 멋대로 결산한 무비어워즈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 작년이랑 똑같이 주관적 견해 폭발 주의

※ 작년보다 더 내 멋대로 선정 주의

 


슴가가 없으면 애니를 못해요 상


올해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얼마 없는 애니메이션 관람을 아주 언짢게 만든 그 문제의 영화 <펭귄 하이웨이> 되시겠다. 오프닝에서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가슴’을 언급하지 않는 순간이 거의 없었던 이 영화에서 백미는 바로 진지한 순간에서조차 밥을 굶으면 가슴이 작아지기 때문에 안된다고 하는 그 대사일 것이다. 일본 애니에 대한 편협한 고정관념을 강화시킨 <펭귄 하이웨이>. 과연 숨 쉬는 일분일초마다 가슴 이야기를 했어야만 하는지는 의문이다.



내적 라이브 & 내적 댄스 유발상


락의 고장 영국에서보다도 높은 수익을 거두며 역시 떼창의 민족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해 준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의 엑기스 라이브 에이드를 고스란히 살린 마지막 20분간은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떼창의 본능을 일깨워주며 나 또한 역시 떼창의 핏줄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고마운 영화이다. (덤으로 길을 걸으면서 퀸 플래티넘 컬렉션을 들을 때조차 억누를 수 있는 내적 라이브 본능을 되살려주기까지)


흥행 성적은 안 좋았지만 개인적으론 굉장히 좋아하는 <스윙 키즈>는 몸치인 나에게 숨겨져 있던 댄스에 대한 열망을 일깨워주었다. 부작용이라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발을 굴려서 주변 사람들의 영화 관람을 방해했다는 것 정도…? 영화 속에서 탭댄스가 나오는 장면 중 안 좋은 장면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기가 막힌 연출에 브라보!



덕중의 덕은 양덕이라 상


언론시사회, 영화제 상영이 아닌데도 진심으로 다 보고 일어나서 물개 박수 칠 뻔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기대 1조차 하지 않았는데 처음 레이싱 장면에서 넋이 나갔고 마지막 딱 하나 남은 보너스 코인에서는 진짜 뒤통수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중에서도 <샤이닝>을 고스란히 재현한 파트는 역시 덕질을 해도 스케일 있게 해야 하는 양덕의 참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장면.



미디어 사찰 상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일반적인 영화 카메라로 촬영된 장면이 단 한 장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몰입도로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은 <서치>. 트위터에서 한창 이야기가 돌았던 것처럼 ‘만약에 내가 사라졌을 때 엄빠가 나를 찾기 위해 내 SNS를 본다면..?’이라는 생각만 해도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그 어떤 호러, 공포, 스릴러 영화보다도 짜릿함을 선사해주는 영화 되시겠다.



주여 제발 이 영화가 끝나게 하소서 상


영화번역가 황석희 씨가 너무 무서워서 결계를 치고 번역했다고 해서 더욱 유명해진 영화 <유전>. 악마 숭배라는 낯선 소재로 한국인들은 '이게 왜 무섭지?' 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인가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 오금 저리게 만드는 기가 막힌 연출로 숨통을 콱콱 막히게 한다. 압권인 장면들이 마치 만찬처럼 풀 세트로 모인 엔딩에 이르렀을 때 두 손을 너무 꼭 모으고 있어서 집에 갈 때 손깍지가 너무 아팠다는…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상


연초에 봐서 잊고 있었지만 상기시켜보니 가장 좋았던 올해의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아름다운 풍광과 귀여운 아이들, 알록달록한 색감까지 딱 어린이용 영화에 완벽한 조건들을 갖고 있지만 영화의 내용은 참으로 우울하고 참담하기 그지없다. 그렇기에 그 묘한 부조화가 더욱 마음속에 잔상이 되어 오래도록 기억되는 영화. 특히 주인공인 무니 역을 맡은 브루클린 프린스의 연기가 그 어떤 성인 배우들의 연기보다 강렬하게 다가왔다.


올해도 영화를 보면서 즐겁게 살 수 있었다. 2019년에도 정말 다양한 영화들이 나올 텐데, 또 어떤 영화가 나에게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줄지 기대하며 이 글을 마쳐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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