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은 3개월마다 있는 아이 치과 검진일이었습니다.
아직은 철없는 아빠라 그런가, 괜히 “선생님이 지난번에 충치 있다고 했는데 오늘 충치 치료 하겠네” 하며 놀립니다.
그 녀석은 갑자기 이를 열심히 닦으며 이러면 충치가 없어질 수도 있다며 평소보다 열심히 칫솔질을 합니다.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괜히 겁을 줬나 싶어 살짝 미안해집니다.
차를 타고 가는 길, 유난히 조용한 녀석을 보며 내심 긴장했구나 싶더군요.
주차장에서 내려 치과까지 걸어가는 짧은 시간이지만 내 손을 꼭 잡는 녀석을 보며 덩치만 컸지 아직 애는 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차례가 되고 그래도 의젓하게 자리에 누운 녀석을 보니 대견스럽습니다.
아직 애지만 애써 용기 내어 보는 그 모습이 아빠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줍니다.
다행히 오늘은 충치 얘기 없이 흔들리는 이 하나와 불소 도포만 하고 진료가 끝났습니다.
녀석은 기분이 마냥 좋은지 선물꾸러미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자동차가 아닌 반지를 골라 엄마를 준다고 합니다.
같이 간 건 난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까와는 다르게 입이 쉼없이 떠들고 있습니다.
자기가 다른 데 살 땐 병원을 자주 갔는데 여기 와선 한 번밖에 안 갔다며 “이 동네가 체질인가?” 하고 너스레를 떱니다. 웃음이 절로 납니다.
얼마 전 어느 오후, 아버지에게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궁금함을 눌러 담으며 한 “어~ 왜요??” 라는 물음 뒤에 아버지의 용건이 나옵니다.
“엄마한테 전화 안 왔어?”
통화목록을 봤지만 엄마에게서 온 전화는 없었습니다.
“아니 전화 안 왔는데?”
“에휴 또 꼬라지가 나가 혼자 갔나보다.”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집 앞 마트에서 엄마가 장을 보고 아버지께 데리러 오라고 전화를 했답니다.
그런데 평소 극강의 효율을 추구하시는 아버지답게, 마트 앞이 아들 집이니까 아들한테 전화해서 데려다 달라고 하는 게 빠르지 않겠냐는 논리였습니다.
“그게 맞잖아?”
하는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끝내 한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네, 두 분이서 잘 합의 보세요. 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의 아빠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아들인 것.
내 아들 녀석의 손을 잡아주면서도, 여전히 아버지의 전화 한 통에 아들이 되어버리는 것.
그게 이 나이 즈음의 일상인가 봅니다.
오늘도 어디선가 아빠 노릇과 아들 노릇 사이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